정세균 국회의장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 출신으로 20대 국회의 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됐다.

정 의장은 전북 진안 출신으로 1995년 제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20대 국회까지 국회의원 6선까지 역임했으며, 참여 정부 시절 2006년 2월부터 2007년 1월까지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퇴임을 앞둔 정 의장께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본다.

Q. 국회의장으로서 그동안 소회를 말씀해주십시오.

A. 저는 20대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취임해 입법부 수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은 국민의 뜻을 담아내고 국가의 미래를 밝히는 것입니다. 저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원칙을 수립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 헌법 정신을 구현하는 국회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고 일정한 성과를 올렸습니다.

특히 20대 국회는 이전 국회와는 달리 다당제 국회로 협치가 필수입니다. 협치를 위해 원내대표 회담을 정례화해 임기 동안 꾸준히 해 왔습니다. 국민들이 보시기에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원내대표 회동 정례화는 국회운영의 주요한 틀이 됐고 앞으로도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보시기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고 미흡하다는 점은 겸허히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국회가 국민에게 다가가는 한 과정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많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한 2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Q. 취임 시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과연 말씀처럼 되었는지.

A. 국회 운영 원칙 중 하나가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국회”입니다. 그동안 국회에서 정쟁이 심화되면 헌법을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싸울 때 싸우더라도 헌법이 정하는 틀 안에서 싸우고, 또 헌법정신을 지향하면서 정치를 하는 국회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협치를 통한 국회의장-원내대표 회동을 정례화하고, 대통령 탄핵 및 조기 대선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원만하게 극복해냈습니다. 또 개헌 특위를 설치하여 개헌 추진 기반을 마련하고, 예산안 처리 기한을 준수하는 등 크고 작은 성과들이 있었습니다.

Q. 개헌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개헌은 어떤 방향으로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 저는 취임 때 개헌을 제안하면서 ‘제 임기 중에 되면 좋고 늦어도 20대 국회에는 개헌이 성사됐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봅니다. 국회에서 개헌 특위가 1년 6개월째 가동됐고 대통령도 개헌안을 발의했습니다. 대통령 권한 분산, 지방분권과 국민기본권 강화라는 원칙과 방향에 모든 정파가 동의하고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각 정당 지도자들이 결단해 개헌안에 합의하고 금년 중에 개헌을 마무리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개헌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지지가 높은 적은 없었습니다. 이러한 국민의 열망을 정치권이 담아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입니다. 정치권이 개헌 필요성과 원칙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금년 중에 개헌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평의원으로 돌아가더라도 개헌 성공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할 것입니다.

Q.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다 이제 겨우 정상화가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식의 행태가 되풀이 된다면 국민들의 지탄을 피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국회가 본연의 모습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A. 먼저 지난 4월부터 장기간 국회가 공전한 것에 대해 국민께 매우 부끄럽고 죄송한 일이며, 국회 운영 책임을 지닌 국회의장으로서 무한 책임을 느낍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갈등이나 이견은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정치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국회의장 임기 중에도 가장 노력했던 부분이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협치하고 양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당리당락이 아닌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서로 한 발짝 물러설 때, 우리 정치가 점진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정당 간 이견차로 여야가 대립할 수는 있지만, 정쟁과 무관하게 국회는 불을 밝혀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국회가 진정으로 국민께 힘이 될 수 있도록 국민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숙고하고, 국민의 뜻을 따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국회의장으로 계시면서 잘됐다고 생각하시는 것과 잘못됐다고 생각하시는 것을 하나씩만 말씀해주십시오.

A. 잘됐다고 생각되는 점은 국회 청소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중앙 공공기관에서 청소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첫 사례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민심을 돌보는 국회에서부터 솔선수범하여 고용안정을 위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국회 본연에 업무에 조금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입니다. 20대 국회 전반기 법안 처리 건수가 3,439건으로 최다이지만, 아직 처리되지 못한 계류 안건이 9,500건에 달합니다. 국민들 관점에서 일하고 성과 내는 국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Q. 의장님이 생각하시는 리더십이란 무엇입니까?

A. 리더십에 여러 요소들이 있겠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섬김의 리더십입니다. 리더가 군림하고 자기 뜻대로만 하려 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좋은 리더십이란 다른 사람들을 섬기고 존중하며,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Q. 향후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A. 저는 20여년 정치를 하면서 국민과 정당, 지역으로부터 너무나 큰 사랑과 혜택을 받은, 빚이 많은 사람입니다. 산골에서 태어나 국민의 지지와 성원으로 국회의장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국민들과 지역구민, 공동체를 위해 빚을 갚고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어떤 지위나 자리를 탐하거나 연연하지 않고 대한민국 정치 품격을 높이는 일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또 유능한 후배 정치인을 양성하는데 경험과 작은 지혜라도 보태겠습니다. 당장 국회의장에서 퇴임하면 남은 2년을 평의원으로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Q. 책임 있는 정치란 무엇입니까.

A. 책임 있는 정치란 약속을 지키는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은 국민들과, 지역주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노력이 계속되면 국민들께서도 진심을 알아주신다고 생각합니다.

Q. 정치를 지망하는 후학들에게 한 말씀하신다면.

A. 정치의 목적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와 민생이 괴리되면 국민들도 정치에 등을 돌리게 됩니다. 정치를 지망하는 후배들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항상 민생을 생각하는 정치인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