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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훈 전 대법원장(사진 저작권자@연합뉴스) |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21일 "유신헌법과 정치권력 앞에서 대한민국 헌법은 휴지 조각이 됐다"고 말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전 대법원장의 발언은 그가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강의 중에 나왔다.
이 전 대법원장이 이날 로스쿨서 강의한 과목은 '헌법과 법치주의'.
강의를 수강한 학생 60여 명에게 이 전 대법원장은 "법이 나라의 통치수단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법률가들이 비판세력이 돼야 한다"며 유신 당시 헌법을 고친 법률가들을 예로 들었다. "유신헌법 당시 법률가들이 비판 세력이 되지 못했다"며 유신헌법 제정에 참여한 법률가들을 비판한 것이다.
이 전 대법원장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항이 유신헌법에서는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해 주권을 행사한다'로 변경돼 국민주권주의가 실종됐다"며 "유신 헌법 제정을 위해 출세에 눈먼 엘리트 법률가들이 관여해 수많은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을 양산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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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2년 10월 유신헌법 공포식 현장 |
이 전 대법원장은 또 자신 역시 "당시 판사로 근무했기에 그 죄책을 면할 길이 없는 사람"이라며 자책했다. 그는 "사법부도 유신헌법과 긴급조치에 따른 판결을 한 원죄"가 있지만 "민주화 이후 대법원이 긴급조치의 위헌을 인정하고 전원합의체 판결로 사법부의 원죄를 씻는 재판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법원장은 이날 강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 해석이 아닌 법 제정"이라며 법 해석에만 치중하는 오늘날 법률계의 풍토를 지적했다. "법 제정 의사를 잘 살펴보고 국민의 의사표현이 법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강조한 것이다.
한편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역사관이 논란으로 떠오른 시점에 이 전 대법원장의 이번 발언이 나옴에 따라 향후 대선 정국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저작권자 © 안팎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