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북한체제의 특징

올바른 전략을 위해선 우선 상대를 잘 알아야 한다. 북한사회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하여 우선 북한사회에 사는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목표는 무엇일까, 개개인의 인생 목표는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서부터 출발하자.

그 답은 다음과 같다. 북한사회의 개개인의 삶의 목표는 수령에 대한 효성과 충성을 다하는 데 있다. 왜 수령에 대하여 효성과 충성을 다하는 것이 개인 삶의 목표 또는 인생 목표여야 하는가?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본래 두 가지 종류의 생명이 있는데 하나는 육체적 생명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정치적 생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육체적 생명은 부모가 주었지만 사회정치적 생명은 수령께서 주셨다. 인간이 동물보다 귀한 것은 사회정치적 생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정치적 생명은 육체적 생명보다 더 귀하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러하니 이 귀중한 생명, 사회정치적 생명을 주신 수령께 효성과 충성을 다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수령은 마치 뇌수(腦髓)와 같고 인민은 뇌수의 지시에 따르는 손발과 같다고 보는 것이 북한체제의 근본적 특징이다. 수령은 마치 복숭아씨와 같고 인민대중은 복숭아 살과 같다고까지 한다.

복숭아 살은 씨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니 수령을 위하여 인민이 멸사봉공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북한에서는 누구나 수령에 대하여 효성과 충성을 다하는 것이 개개인 삶의 목표이고 의미이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배우고 훈련되어왔다.

다른 생각을 하면 정치적 탄압이 들어온다. 따라서 다수 주민이 때로는 공포 때문에 때로는 자발적으로ㅡ자의 반 타의 반으로ㅡ수령절대주의를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 익혀오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북한의 수령은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 인민은 수령에의 효성과 충성이 삶의 목표라면 북한 수령의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 그것은 북한 노동당이 이루려는 목표인 남한의 적화통일이다. 북한의 조선노동당 규약 서문을 보면 조선노동당의 목표는 한반도 전체에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ㅡ실제는 북한식 공산주의 혁명ㅡ을 이루는 데 있다. 즉 한반도 전체를 수령 절대주의와 세습·독재주의 하에 두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이것이 수령과 당의 목표이다.

이상이 북한사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다시 요약하면 수령에 대한 절대충성과 대남적화 전략이라는 두 가지 목표로 똘똘 뭉친 집단이 북한사회이다. 물론 북한의 개개인의 인민들이 실제로 어떠한 생각을 하는가는 다른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북한사회의 압도적 지배적 특징은 위와 같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는다. 그러면 이러한 수령 절대주의라는 신정(神政)국가적 특징을 가지는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전략은 무엇인가?

2, 북한의 통일 전략

북한을 잘 다루려면 그래서 북한을 변화시키려면 북한은 어떠한 대남 전략을 가지고 있는가를 우선 알아야 한다.

북한의 통일관은 남한과 다르다. 우리의 통일관은 인류의 절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보편적 정치체제ㅡ자유민주주의ㅡ속에서 우리 민족이 하나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북한의 통일관은 미제(美帝)로부터의 민족해방과 자본가라는 착취계급으로부터의 계급해방, 이 두 가지의 완성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들은 이것을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NL)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이루어져야 통일이지 그렇지 않은 것은 그들에게는 통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4조가 천명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통일은 그들에게는 통일이 아니다. 민족해방과 계급해방을 목표로 하는 북한의 통일 전략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대남 혁명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대미 평화 전략이다.

본래 북한의 대남 전략은 1950년대는 소위 민주기지론(民主基地論)ㅡ북이 남의 공산혁명을 지원하는 기지여야 한다ㅡ에 입각한 무력통일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6.25전쟁에서 실패하고 1960년대 들어오면서부터는, 겉으로는 남북연방제에 의한 평화통일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남한 내부 혁명을 통한 ‘북한식 흡수통일론’을 목표로 하여왔다.

그래서 60년대에는 남한에 지하혁명정당인 통일혁명당을 조직하였으나 발각되어 실패하였다. 그 이후 1970년 초에는 남한의 혁명 세력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민주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론’, 2000년 초 이후에는 민족공조를 통해 조미(朝美) 불가침조약(평화체제구축) 체결투쟁을 성공시켜 민족자주통일을 이루자는 ‘민족공조론’ 등의 주장이 있었다. 그동안 표현과 수사에는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 북한의 대남 전략에서 ‘북한식 흡수통일론’이라는 적화통일론의 기조는 변함없이 유지되어오고 있다.

북한식 흡수 통일론인 대남혁명전략의 주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우선 적화를 목표로 하는 ‘지하당 구축’이다.

② 그리고 각계각층에 지지 및 동조 세력을 확보하는 ‘통일전선의 확대’이다. 상층(上層) 통일전선에서는 정계, 학계, 기업계, 언론계, 종교계 등에서 영향력 있는 명명가·지도자들을 포섭하여 북한의 주장과 유사한 주장을 하도록 유도하고, 하층(下層) 통일 전선에서는 노동자와 농민, 지역운동과 시민운동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치고 그래서 반미(仮美)자주화를 유도하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③ 통일전선의 연장선에서 합법적으로 종북정당도 만들고, 야당에 조직적으로 침투하여, 야당을 사실상 장악·접수하려 한다.

심지어는 보수당에 침투하여 보수의 통일정책을 교란한다.

④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어느 정도 세력화가 성공하면 그다음의 시도는 ‘남한정부와 우파 세력의 고립화 전략’이다. 특히 과잉민주화의 흐름을 타고 각종의 이익집단, 지역집단, 직종집단(문화·예술·의료·교육·보육 등) 그리고 각종 NGO의 활동 속에 소위 혁명진지를 구축하고 반정부·반체제 운동을 조직화하고 활성화한다.

⑤ 다음에는 합법, 비합법 투쟁을 결합하여 ‘남한에 친북정권’을 세운다.

⑥ 이 친북정권과 합의하여 ‘국가연합제’부터 시작한다. 국가연합이 중심이 되어 대대적인 대북지원을 유도하고, 주한미군의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등의 문제를 공론화한다.

⑦ 그다음에는 '‘연방제 통일’의 단계를 거쳐서 사실상 수령 절대주의에 의한 대한민국의 접수가 완료된다. 이것이 북한이 희망하는 적화 통일 전략의 제1의 축인 대남여명 전략이다.

다음은 북한의 적화통일 전략의 제2의 축인 ‘대미평화전략’을 살펴보도록 하자.

대남혁명전략이 일종의 정치 전략이라면 대미평화전략은 일종의 외교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미국과는 종전협정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그래서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자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74년경부터이다. 이는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북한을 적대시하여 우리가 핵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우리가 핵 보유국이 되었으니 우리와 핵군축 논의도 하면서 조미 평화협정을 체결하자, 그래야 한반도에 평화가 온다.” 한마디로 분단평화를 전제로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정으로 분단평화를 원하는 것인가? 지금까지 불안정한 분단평화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고 누구 책임인가?

북한에 의한 휴전협정의 위반, 끊임없는 대남도발, 그리고 핵과 미사일의 개발이 진정으로 분단평화를 위협하는 주범이 아닌가? 한편으로는 분단평화를 끝없이 파괴하고 위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분단평화를 위하여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하는 진정한 이유, 즉 숨은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는 주한미군의 철수, 나아가 한미동맹의 해체가 목적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존재의 정당성이 문제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평화의 시대가 왔는데 왜 외국군이 남한에 있어야 하는가?”라고 주장할 것이다.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분명 주한미군 문제, 한미동맹 문제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국가보안법, 국가정보원 등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둘째는 휴전협정에 의해 만들어진 북방한계선(NLL)의 무효화가 목적이다. 이제 평화협정을 체결하려 하니 휴전협정에 의해 생긴 북방한계선(NLL)은 더 이상 유효할 수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요약하면 북한은 미군만 없으면 남한의 적화는 쉽다고 본다. 과거 6.25전쟁도 그래서 일어난 것이다· 1949년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자마자 그다음 해인 1950년에 6.25전쟁이 발발했다. 어떻게 해서든 미군을 남한에서 떠나도록 하는 것, 즉 한국과 미국의 분리, 한미동맹의 해체가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전략의 한 축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축은 앞에서 이야기한 남한 안에 친북정권의 수립이다. 1960~1970년대에는 친북정권의 수립이 불가능하다고 보아 지하당 구축을 통한 폭력혁명을 주로 생각했으나,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합법적 절차를 통한 친북정권 수립의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 같다.

지하당 구축을 통한 폭력혁명이 아니더라도, 남한에 친북정권을 수립하고 이들과 함께 국가연합, 국가연방 등의 단계를 거치면서 ‘북한식 흡수통일’을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은 반드시 평화적이 아닐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폭력적일 수도 있지만 일단은 합법적의 친북정권의 수립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류 근 찬

‘통일이 답이다’ 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