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통일의 목표

통일의 목표는 두 가지이다. 통일의 첫째 목표는 우리 민족이 한반도 위에 선진일류국가를 세우는 데 있다. 오랜 낙후와 후진을 걷어차고 세계 변방에서 세계 중심으로 나와 성숙한 선진일류국가-즉, 한국적 이상국가(理想國家)-를 만드는 것이 통일의 목표이고 꿈이다. 남북 간의 분단과 대립과 갈등을 이대로 두고는 북한 동포들의 고통 해결은 물론이고 남한의 선진화

도 불가능하다.

이 세상에 분단된 선진국은 없다. 분단된 세계일등국가는 없다. 한반도 분단을 이대로 두고는 남한도 북한도 더 이상은 번영과 발전을 하기 어렵다. 이대로는 국제사회에서 민족의 자존과 긍지를 지키기 어렵다. 지금 북한 동포들이 처하여 있는 상황을 보라. 같은 민족으로서 진정 부끄러운 일이다. 어떻게 해서든 분단의 지속으로 민족상잔이 계속되고 한반도 선진화의 꿈이 좌절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통일을 이루어내야 하고 통일의 목표는 한반도에 선진일류국가-선진화된 근대 국민국가의 완성-를 만드는 데 있다.

통일의 두 번째 목표는 우리 민족이 동북아시아-더 나아가 동아시아-의 ①영구 평화와 ②무한 번영에 앞장서 공헌하려는 데 있다. 동북아와 동아시아는 너무 오랫동안 전쟁과 갈등, 빈곤의 역사 속에 있었다. 이를 끝내고 동북아·동아시아의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기 위한 주춧돌을 한반도의 통일로 놓아야 한다.

그러면 통일한반도가 어떻게 평화의 시대를 열 것인가? 그동안 동북아 동아시아에서의 대국 간의 패권경쟁은 항상 한반도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왔다. 동북아에서 두 개 이상의 나라가 경쟁하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났고, 하나의 패권대국이 등장하면 한반도는 변방속국이나 식민지가 되었었다.

그리고 두 나라가 힘의 균형을 이루면 한반도는 분단의 치욕을 경험하여야 했다. 한마디로, 한반도가 동북아·동아시아의 평화와 전쟁의 산실이었다. 한반도가 약할 때 그리고 분단될 때, 한반도는 패권 경쟁의 장이었다.

그러나 한반도가 강하고 통일되어 있을 때 한반도는 세력 균형의 추였다. 따라서 한반도의 분단을 이대로 두고는 동북아·동아시아에서 대국 간 패권 경쟁을 막을 수 없다. 분단의 종식과 선진강국으로서 통일한반도의 등장이 패권 경쟁의 종식을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동북아·동아시아에는 더 이상의 전쟁도 없고 종주국과 변방속국 간의 수직적인 불평등한 국제관계도 없는 시대로 들어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동북아·동아시아 역사의 대립과 갈등의 대결장이었던 한반도에서 선진통일과 선진강국을 이루어 내어 21세기 동북아·동아시아 평화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으로 통일한반도가 어떻게 무한 번영의 시대를 열 것인가? 인류의 역사를 보면 번영은 교류와 교역에서 나온다. 그래서 개항과 개화가 근대화의 시작이었고 세계화가 선진국이 되는 지름길이었다. 그런데 주지하듯이 한반도는 해양과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요충지에 있다. 지경학적(地經學的)으로는 교류와 교역의 중심지이다.

개항과 세계화의 허브가 될 수 있다. 한반도를 통하여 세계의 상품과 서비스와 자본과 기술이 중국과 만주로 극동과 시베리아로 들어갈 수 있다. 저 멀리 유럽까지 나아갈 수 있다.

동시에 중국 만주, 극동, 중앙아시아, 시베리아의 자원과 생산물이 한반도를 통하여 일본과 미국 그리고 태평양으로 나갈 수 있다. 한마디로 한반도를 교류와 교역의 허브로 만들 수 있고 그러한 역할을 통하여 동아시아·동북아의 번영과 발전을 담보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는 분단으로 한반도는 이러한 동아시아·동북아의 발전과 번영에 기여할 수 없었다. 우리는 통일을 통하여 그동안 막혔던 곳을 뚫어-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만남과 교류의 장-사람·돈·상품·지시의 교류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동아시아·동북아의 발전과 번영, 더 나아가서는 세계의 발전과 번영에 크게 기여해야 한다.

요약하면, 우리는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된 한반도를 만들어 동아시아·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더 나아가서는 인류의 발전과 세계의 진보에 적극 공헌하는 시대를 열고자 한다. 세계 공헌국가·세계 모범국가가 되고자 한다. 이것이 한반도 선진통일이 달성하려는 두 번째 목표이다.

1907년 국채보상운동을 할 때 우리의 선조는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세계상등국가’가 되기를 꿈꾸었다. 거의 100년 이후 우리는 반드시 통일을 이루어 우리의 후손들은 통일된 선진조국에서 명실공히 세계상등국가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통일한반도가 동아시아·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중심축이 되어 이제 동아시아·동북아에 더 이상 갈등과 대립이 없는 동시에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신 동아시아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바로 우리의 선진화 통일의 궁극의 목표이다.

2. 통일의 가치

통일은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세 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첫 번째 가치는 북한 동포의 해방이다. 즉, 자유화이다. 우리 동포를 구하고 살리는 길이다. 북한 동포의 정치적·경제적 고통으로부터의 해방, 즉 폭압과 기아로부터의 해방이 핵심이다. 북한 동포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자유를 선사하는 것이다. 이것이 통일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앞에서도 지적한 바 있지만, 사실 한반도에서는 지난 60여 년간 냉전이라는 형태로 큰 싸움이 진행되어왔다. 자유와 반(反)자유와의 싸움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수령 절대주의와의 싸움이다. 어느 세력이 7,500~8,000만의 한민족을 장악할 것인가를 두고 처절한 생사를 건 권력투쟁이 진행되어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여기서 통일의 성공은 자유주의의 승리, 자유 세력의 승리를 의미한다. 따라서 다시 강조하지만, 통일의 가장 큰 가치는 북한에 사는 우리 동포들에게 인간적 존엄과 자유를 선사하는 것이다. 그들의 정치적·경제적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정치적·경제적 자유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로 독일의 철학자 야스퍼스(Karl Jaspers)도 유사한 주장을 하였다. “대(對)동독 정책의 우선 목표는 동독인민의 삶의 질 개선에 있다. 그리고 이는 본질적으로 ‘자유의 영역 확대’와 함께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피를 나눈 북한 동포들에게 자유를 선사하는 것이 그들의 삶에서 자유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바로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고, 그 길을 여는 것이 바로 선진화 통일의 제일 큰 가치이다.

통일이 가지는 두 번째 가치는 민족 정체성과 동질성의 회복이다. 민족적 자긍심과 자존심의 회복이다. 본래 우리 민족은 동일한 언어와 문화와 전통을 가진 단일 민족으로서 수많은 외침과 국난을 겪으면서도, 오랜 기간 빛나는 통일국가의 역사를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지난 60여 년간 우리 국토가 분단되어 극히 이질적인 체제하에서 서로 다른 이념과 가치를 가지고 서로 반복하고 대결·갈등하면서 민족의 정체성이 크게 훼손되어왔다. 민족적 동질성뿐만 아니라 민족적 자부심과 자긍심도 많이 파괴되었다.

세계에 나가서 같은 민족이 끊임없이 서로 반목하고 서로 갈등하고 욕하면서 살아왔다. 심지어는 6.25라는 동족상잔의 전쟁까지 벌였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또한 서로 극단적으로 다른 체제 속-자유주의와 전체주의에서 살아오면서 사회적·문화적으로 이질화가 너무 많이 진행되었다. 이미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북한사회보다 일본이나 유럽사회와 문화에 보다 친밀감을 느낄 정도로, 남과 북의 이질화가 심화되었다.

이제 더 이상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 왜곡과 굴절의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 통일이다. 통일을 통하여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다시 민족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세워나가는 것 이것이 통일이 가지는 두 번째 가치이다.

통일이 가지는 세 번째 가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을 바꾸는 데 있다. 통일의 가치는 우리 민족이 지난 1200~1300년간의 ‘변방의 역사’를 끝내고, ‘세계 중심(中)의 역사’로 웅비하는 데 있다. ‘세계 변방국가’에서 ‘세계 중심국가’로 도약하는 데 있다.

사실 고구려가 망하고 나서 한반도의 역사는 중국의 패권적 중화주의하에 있는 변방의 역사였다. 중국이 내분으로 문제가 많으면 상대적으로 한반도는 평화와 자긍을 지킬 수 있었으나, 중국이 통일되고 강력한 중앙집권국가가 등장하면, 그때부터 한반도는 힘이 들었다.

변방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속박과 간섭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 일제시대에는 일본의 변방이었고 해방 후에는 남한은 미국의 변방 그리고 북한은 소련의 변방이었다. 한반도 역사의 대부분이 사실은 변방의 역사였다.

어떤 전문가들은 이것을 한반도가 가지는 지정학적 운명이라고 했다. 한반도는 반도이기 때문에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 사이에 끼어 있는 변방적 운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한반도가 선진화 통일을 이루면 지난 1200~1300년의 세계 변방으로서의 역사를 끝내고 세계 중심으로서의 도약의 역사가 시작된다. 지금까지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을 180도 바꾸어놓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로마가 반도이면서 세계를 제패하였듯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이 바뀌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의 대전환인가? 역사 패러다임의 대전환인가? 해방 후 외국의 원조를 받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외국에 원조하는 나라로 환골탈태하였듯이, 항상 강대국들의 변방으로 살아온 우리 한민족이 이제는 떳떳이 세계 일류국가·세계 중심국가가 되어, 동아시아의 발전과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는 나라가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역사적 대사건이다.

이러한 새로운 역사적 대사건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150년 전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150여 년 전 우리 민족은 ‘근대국가의 건설’에 실패하였다. 유사한 실패가 반복되어선 안 된다.

21세기 초 우리는 ‘통일국가 건설’에 반드시 성공하여야 한다. 150여 년 전에 우리는 왜 근대국가 건설에 실패했는가? 한마디로 도도히 흐르는 세계사의 흐름에 역행하였기 때문이다. 1860년대 세계사의 흐름인 근대화의 물결, 즉 봉건적 낙후와 쇄국으로부터 부국강병을 위한 개혁과 개방과 개화로 나가는 근대화의 물결을 당시 우리는 타지 못하였다. 오히려 세계사의 흐름에 역행하면서 우리나라는 당시 수구파·적사파와 개화파·개혁파 간에 정쟁으로 날을 세우며 세월을 보냈다. 그 결과가 일제의 식민지로의 추락이었다.

지금 우리에게 통일의 기회가 왔다. 이미 냉전이 끝난 후 20년이 넘었다. 우리가 통일을 못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지금도 100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세계사적 흐름에 역행하는 북한이 있다.

21세기 세계사의 흐름은 무엇인가? 그것은 세계화이고 정보화이다. 민주화이고 인간화이고 선진화이다. 개혁이고 개방이다. 그런데 아직도 한반도의 반쪽인 북한에서는 이러한 역사의 흐름에 정반대의 방향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반仮)세계화의 길, 반정보화의 길, 반민주화의 길, 그리고 반선진화의 길을 가고 있다. 과연 이래선 미래가 열릴 것인가? 다시 국망(國亡)의 역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몰라도 이래서는 안 된다. 세계사의 흐름이 요구하는 개혁과 개방을 거부하면 어떠한 국가와 민족도 망할 수밖에 없다.

옛말에도 순천자(順天者)는 흥(興)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한다고 하였다. 천만다행으로 한반도의 남쪽에서는 세계사의 흐름을 타고 지난 60여 년간 세계화·정보화·민주화 그리고 선진화에 앞장서 왔다. 그래서 산업화-민주화-선진화라는 경천동지할 발전과 진보의 역사를 이루어냈고 지금도 계속 이루어내고 있다.

이 힘을 가지고 우리는 북한을 변화시켜야 한다. 북한 속에 깨어 있는 동포들과 힘을 합쳐 통일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 세계화·정보화·민주화·인간화·선진화의 길로 뛰어나가야 한다.

150여 년 전에 ‘근대국가’의 건설에는 실패하였지만 21세기 초 ‘통일국가’ 건설에는 우리 한민족이 반드시 성공하여 한반도의 역사를 지금까지의 변방의 역사에서 중심의 역사로 바꾸어야 한다. 한반도의 지정학을 바꾸어야 한다. 역사 속에서 민족의 자존과 자긍을 다시 찾아야 한다. 이것이 선진화 통일의 세 번째 가치이다.

류 근 찬

‘통일이 답이다’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