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진자유(先進自由)의 원칙

통일론은 통일의 일차 목표를 한반도 전체의 선진화에 둔다. 북한의 근대화(산업화와 민주화)와 남한의 선진화를 함께 병진(竝進)시켜 한반도 전체가 선진일류국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북한의 정상국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적어도 북한의 정상국가화가 통일 과정과 병진하여야 한다.

정상국가화란 ①국제규범과 국제적 약속의 준수, ②개혁과 개방, ③기본적 인권의 존중과 평화주의 등이다. 적어도 최소한의 정상국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선진화 통일은 사실상 추진이 어렵게 된다.

북한의 정상국가화의 방향도 한반도 전체의 선진화의 방향도 기본적으로는 ‘자유주의’의 방향이다. 그래서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나라 헌법 4조에서는 우리의 통일은 자유민주주의적 질서를 기본으로 하는 것임을 천명하였다. 그런데 그 자유주의가 지속가능하려면 공동체적 가치를 소중히 하는 자유주의여야 한다. 즉 공동체 자유주의여야 한다. 이 점도 이미 강조하였다.

여기서 선진자유(先進自由)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는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은 한반도 전체를 선진화하는 정치적·경제적 자유주의 통일임을 의미한다.

둘째는 선진자유란 ‘이기적 자유’가 아니라 ‘공동체적 자유’를 의미한다. 즉 공동체를 소중히 하는 자유주의를 실현하는 통일임을 의미한다.

그래서 요약하면 한반도의 선진 목표로 하는 공동체 자유주의적 통일이 선진통일이고 여기서 통일의 제1원칙으로 선진자유의 원칙이 등장한다.

2. 자주공영(自主共榮)의 원칙

통일은 유엔헌장 제1조 제2항에 있는 민족자결(民族自決)주의에 기초한 자주독립의 통일이어야 한다. 우리가 역사의 주인의식을 가지고 우리의 통일 문제를 자력으로 자주적으로 독립적으로 풀어야 한다. 따라서 이웃 강대국의 방해와 개입은 단호히 거부하는 통일이다. 물론 이웃의 협력이나 유엔의 조력은 대환영한다.

이는 자주통일에 반하지 않는다. 이 자주통일의 원칙은 결코 배타(排他)나 독선(獨善)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통일을 통하여 모든 관계된 나라들과 공존공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선 남한과 북한이 호혜주의에 기초하여 공존공영하기를 목표로 한다. 물론 이때의 북한은 정상국가화된 북한이다. 그리하여 남한과 북한이 함께 역사의 승리자가 되기를 목표로 한다.

또한 우리는 통일한반도와 이웃 나라들이 함께 공존공영하기를 목표로 한다. 한반도의 통일이 더 나아가 동북아·동아시아의 선진화에 기여하고 평화와 번영의 신동북아·동아시아 시대를 여는 초석이 되기를 목표한다. 호혜평등의 선진적인 국제질서가 동북아·동아시아에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우리가 주장하는 자주는 배타적·독선적 자주가 아니다. 우리의 힘으로 자주적이고 독립적으로 통일을 이루되 모두가 공영하는 통일을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자주공영 혹은 독립공영이 두 번째의 선진통일의 원칙이다.

3. 민주평화(民主平和)의 원칙

통일은 무엇보다도 민주적이어야 한다. 무슨 이야기인가? 통일의 주체는 남과 북의 국민과 주민이어야 한다.

따라서 민주의 원칙이란 ①남과 북의 국민과 주민의 기본적 인권을 존중하는 통일이어야 하고 동시에 ②남과 북의 국민과 주민의 자유의사와 자유선택을 존중하는 통일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통일 내용에 인권에 대한 존중이 그리고 통일 과정에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당연히 폭력적·억압적 통일이 되어서는 안 되고, 자연히 ‘민주적 평화적 통일’이어야 한다. 남과 북의 국민과 주민이 자발적으로 희망하는 내용과 희망하는 형식의 통일이어야 한다. 그래서 민주평화의 원칙이 세 번째의 통일 원칙이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해 둘 사항이 있다. 북한에서 주장하는 ‘조국통일 3대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①자주 ②평화 ③민족대단결이 그것이다.

이 3가지 원칙과 우리가 여기 통일론에서 주장하는 3가지 원칙과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하는 문제를 살펴보자.

첫째, 통일론에서 주장하는 ‘자주공영’의 ‘자주’는 모든 이웃 나라로부터 불필요한 개입과 간섭 없이 자기 주도로 통일을 이루어나가겠다는 의미의 자주이다. 자주독립의 정신·태도·정책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의 자주는 우리의 자기 주도성이 존중되는 한, 아웃 나라들의 도움이나 협력을 무조건 배제하는 배타적 독선적 자주는 아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주장하는 ‘자주’는 미국으로부터의 자주이다.

한마디로 ‘반미(反美)자주화’이다.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의 자주는 아니다. 북한의 자주는 구체적으로는 한미동맹의 해체 그리고 주한미군의 철수를 의미한다.

왜 그러한가? 자신들의 대남적화 전략에 가장 큰 장애물이 주한미군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6·25 이전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6·25전쟁이 그러한 견해를 더욱 강화시켰다. 한마디로 우리의 자주는 자주공영의 자주이지만 북의 자주는 반미자주화의 자주이다.

둘째, 우리의 통일론에서의 ‘평화’는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만들거나 군사적 도발을 일으키지 않는 것을 평화라고 부른다. 그러나 북한의 조국통일 3대 원칙의 하나로 주장하는 ‘평화’는 미국과 북한 간의 평화협정 체결을 의미한다.

1974년부터 북이 주장해온 내용이다. 한반도의 휴전협정(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는 주장이다. 일견 그럴듯한 주장이다.

그런데 왜 이러한 주장을 하는가. 한마디로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주한미군의 철수를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미국과 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당연히 주한미군의 존재가 문제가 된다. 한미동맹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평화를 약속하는데 전쟁을 전제로 한 동맹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주한미군이 존재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등을 주장할 수 있다. 결국 적화 전략의 최대의 걸림돌이 되는 주한미군의 문제를 풀기 위하여 평화를 주장하는 것이다. 이 평화협정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고 예민한 사안이다. 그래서 평화체제의 문제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셋째,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대단결’은 남쪽의 국가보안법 철폐를 의미한다. 더 나아가 공산당의 합법화를 요구하기 위한 주장이다. 자신들의 수령독재체제는 그대로 두고 심지어는 북핵을 개발하면서 ‘우리 민족끼리’를 주장하여 남한의 체제보위 수단들만을 해체하려는 주장이 바로 민족대단결이다.

같은 민족이니 우리 민족끼리 국가보안법이 왜 필요한가, 공산주의에 대한 경계가 왜 필요한가 등의 해괴한 주장을 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북에서 쓰는 민족과 남에서 쓰는 민족의 개념이 다르다.

남한에서는 민족이라면 수천 년 한반도에서 역사와 문화를 함께 해온 우리 한(韓)민족을 의미하지만, 북한에서는 김일성을 뇌수로 하고 인민은 그의 손과 발이 되는 김일성 민족을 의미한다. 같은 용어를 써도 그 의미가 크게 다르다.

류 근 찬

‘통일이 답이다’ 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