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우리가 숭고한 통일을 해내지 못하다면 어떻게 되는가? 이미 지난 70여년동안 우리 대한민국은 분단 속에서도 꾸준히 발전해왔다. 통일이 바람직하지만 쉽지 않을 것 같으니 당분간 더 이대로 살면 어떨까? 꼭 어려운 통일을 해야만 하는가? 통일을 안 해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북한에 사는 동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이러한 생각이 우리 사회 전반에 많이 퍼져 있다.

통일 안 하고 이대로 살면 어떤가? 이에 대한 답은 이제는 ‘통일 안 하면 이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통일을 해내지 않으면 이대로 분단된 채로 잘 살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우리가 통일을 해내지 못하면 북한은 중국화(仲國化)되어, 즉 중국의 직간접적인 통치하에 들어간다. 그리고 동북아에서는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 간에 새로운 갈등과 대립이 등장한다. 즉, 신냉전(new cold war)이 시작된

다. 그래서 남한의 안보도 번영도 모두 위태롭게 된다.

어떤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통일을 해내지 못하면 북한만이 아니라 남한까지도 장기적으로는 결국 중국의 영향권 안에 편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본의 전문가 중에 이러한 견해가 많다. 한마디로 통일을 해내지 못하면 그래서 분단이 고착화되면, 한반도 전체의 운명은 남과 북 모두가 대단히 궁색하고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한반도에 대한 이러한 비관적·부정적 전망의 주요 내용과 그 이유를 살펴보자.

1. 북한의 중국화와 신냉전 시대

우리가 통일을 안 하면 아니, 못하면 북한의 중국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북한이 중국의 변방속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방식은 다양하나 그 내용은 북에 대한 중국의 직간접 통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한반도 분단은 고착화되고 38선은 이제 휴전선이 아니라 국경선이 된다. 나진, 선봉에서 혹은 청진에서 중국 상선이 출발하여 동해안을 지나 상해나 서해의 발해만으로 들어가면 남한은 중국의 내해(內海)에 떠 있는 섬과 같은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 중국 상선의 뒤를 중국 군함이 보호하며 같은 길을 항해한다면, 일본은 당연히 큰 안보 위기를 느끼고 빠르게 재무장할 것이다.

그러면 동북아는 다시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격돌하는 신냉전의 시대로 돌입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 지역에 대한 직간접의 통치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남한까지 중국화하여 한반도 전체를 태평양 진출의 교두보로 삼으려 할 것인가? 북한을 완충지대에 있는 변방속국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후에, 중국은 서서히 남한에 대한 직간접의 영향력 확대를 도모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의 역사는 잘못하면 1894년 청일전쟁 이전으로 즉, 중국의 변방속국의 시대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의 중국화를 예상하는 주장들이 많으나 3가지만 소개한다. 하나는 2006년 로버트 카플란(Robert D. Kaplan)의 주장이다. 그는 북한은 결국 중국의 ‘제2의 티베트’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중국의 직접통치하에 들어간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북한의 체제위기가 와도 대한민국은 통일을 못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왜 통일을 못 할 것으로 보는가? 그 주된 이유는 대한민국 사회가 너무 민주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국민은 자기중심의 단기적 이해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통일과 같은 국가적 과제, 역사적 과제에 관해서는 관심도 이해도 일반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래서 통일에 따르는 위험과 비용을 국민은 피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민주화된 사회의 정치지도자는 국민의 이러한 정서에 쉽게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지도자도 국민도 모두 통일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안 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때문에 통일이 어렵다는 주장이다.(Robert D. Kaplan,)

다른 하나는 2011년 마사코 이케가미(Masako Ikegami)의 주장이다. 그녀는 과거 일제(日帝)가 만주에 만주국이라는 괴뢰정부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와 유사한 형태의 ‘제2의 만주국’을 중국이 앞으로 북한에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중국이 북한에 괴뢰정부를 만들어 간접 통치한다는 주장이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로서 앞의 카플란은 중국의 직접통치를 주장하고, 이케가미는 중국의 간접통치를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끝으로 2012년 12월에 나온 미국 상원의 스태프 보고서는 북한이 망한다고 하여도 한반도에 독일식 흡수통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서 북한에 중국의 예속 지방정부(Tributary Province)가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 중국이 얼마나 북한에 경제적 침투를 조직적으로 하고 있는지 또한 만일에 대비한 역사왜곡을 즉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해왔는지 등을 분석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주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진행된다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는 이야기이다. 지금처럼 우리 대한민국이 통일에 대하여 적극적 능동적 관심을 안 가지고 소극적·수동적 태도를 보인다면, 그리고 북한이 현재의 잘못된 비정상 국가의 길을 그대로 간다면, 결국 북한은 중국의 세력권에 편입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2. 북한의 중국화를 주장하는 3가지 이유

외국의 여러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북한의 중국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양한 주장들이 있을 수 있으나 가장 큰 이유를 요약정리하면 다음의 3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첫째는 세력 균형론(勢力均衡論: balance of power)이다. 세력 균형론에 따르면 북한이 비정상 국가의 길을 가면 결국은 체제 운영에 실패하게 되고, 그로 인해 생긴 힘의 공백(power vacuum)은 중국이 메우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한반도의 지정학(地政學)이다. 중국은 북한을 변방 완충지대로 사용하려는-역사적으로 대단히 오래된-전략적 이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북한의 중국화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반도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중국의 군사대국화이다. 중국의 연착륙(soft landing)이 어려울 때, 즉 불평등, 부패, 관료주의, 민주주의 등의 국내 문제를 국내 정치경제 시스템의 구조개혁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원만하지 않을 때, 중국-이미 군사대국화를 지향하는 중국-은 밑으로부터의 개혁 요구를 피하기 위하여 대외팽창주의를 추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중국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류 근 찬

‘통일이 답이다’ 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