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선 투표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어있다. 투표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총 12시간 동안 투표가 진행된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투표시간을 오후 9시까지 3시간 연장,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오후 8시까지 2시간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국내의 재·보선과 국외 사례 등으로 볼 때,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투표율이 높아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새누리당에서는 “효과가 미미하다”며 투표시간 연장을 반대하고 있다.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투표율이 오를까?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는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표율 제고 효과를 근거로 내세운다. 대선 투표일은 임시공휴일이지만, 사실상 공공기관만 임시공휴일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출근 때문에 투표에 제약을 받고 있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표가 연장되는 2시간 동안 투표소를 찾으면 투표율이 3.4~10%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투표율도 이를 뒷받침 해준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시간대별 투표율을 보면, 오후 6시 39.9%, 오후 7시 42.9%, 오후 8시 최종 투표율 48.6%를 기록해 2시간 동안 9%가량 상승했다.

또한, 일본에서도 1998년 중의원과 참의원 투표시간 2시간 연장제를 도입한 후 2000년대 들어 투표율이 10%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투표율 제고 효과를 제한적으로 본다. 투표시간을 2시간 연장하면 1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추계에 의하면 2시간 연장에는 연장근로 추가비용 36억 원 정도만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장주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은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100억 원 이상이 든다고 하는데, 지난 대선 때 선관위의 홍보비가 109억 원이었다”며 “차라리 이 돈을 투표시간 연장에 쓰면 다른 홍보방법보다 투표율을 올리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율이 낮은 근본적인 문제는 국민의 투표의식이 낮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 대선 투표율은 62.9%였다. 투표율이 낮아졌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은 유권자의 30.5%의 낮은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약 3명 중 1명의 지지를 받고 당선된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로 투표시간 연장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다. 현실적으로 투표에 참여할 시간이 없는 유권자들에게 투표할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민주주의 국가도 참정권을 비용으로 환산하지는 않는다. 국민 대다수가 아닌 소수일지라도 권리를 찾을 수 있다면 제도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