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에 시중의 부동자금이 몰리고 있다.

한마디로 돈은 많은데 돈이 돌 곳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시중에 떠도는 단기 부동자금의 규모는 1100조 원이 넘는다. 그러나 가계가 물건을 사고, 기업이 투자를 하는 것은 역대 최저수준이다.

부동자금이 은행예금이나 그나마 안전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이라 믿는 부동산, 특히 서울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 경기를 살리려고 금리를 내리고, 재정도 풀지만 이게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가지 못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지난 8, 9월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 설명대로 유가나 농산물 가격이 빠진 것도 원인이지만 줄어든 소비와 투자가 중요한 배경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경제전문가들은 아직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졌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경제 전반의 가격이 내리는 경기 침체를 말한다. 지금의 저물가 원인으로 수요가 죽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아직 디플레까지는 아니지만 경제활력이 크게 떨어진 게 이례적 현상을 만든 원인은 맞다는 것이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부동산 문제 역시 간단하게 풀기는 좀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정부의 자신감과는 달리 대책이 잘 안 먹히는 그런 이유이다. 이달 초에 나온 분양가 상한제 규제 발표 이후에 서울 아파트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이른바 핀셋대책의 한계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고민도 깔려 있다. 강남 집값 잡으려고 규제 강도를 마냥 높였다가는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경기가 확 꺾일 수 있다는 우려이다. 정부가 추가대책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당장은 자금 출처 조사 같은 미시적인 대책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