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시행 이후 석 달 동안 2년치 전셋값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분 중 절반이 올해 7월 주택임대차법 시행 후 3개월간 오른 것이다.

세입자의 임차 기간을 최장 4년간 보장하고 전·월세 인상률도 2년에 5%로 묶자 집주인들이 미래 인상분까지 한꺼번에 올리면서 전셋값이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강남·서초구 등 집값이 비싼 지역보다 금천·강북구 등 서민 주거 지역의 전셋값 상승률이 더 가팔랐다. 최근 매매 가격도 꾸준히 올라 전국 아파트의 20%가 고가 주택 기준인 9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전셋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규제 때문에 전세 시장이 대혼란에 빠지며 서민 주거 안정이 위협받고, 매매 시장으로까지 불똥이 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3677만원으로 개정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7월 4억9922만원보다 3755만원 올랐다. 최근 3개월 전셋값 상승분은 2018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21개월간 오른 금액 3762만원과 비슷하다. 지난 2년간 오른 전셋값 7517만원 가운데 절반이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상승한 것이라는 얘기다.

서울 아파트 ㎡당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618만2873원으로 7월보다 7.69% 올랐다. 금천구가 10.99%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성동구, 은평구, 강동구, 광진구, 강북구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임대차법 개정 여파로 전셋값이 급등하는 가운데, 매매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특히 중저가 주택보다 고가 주택이 많이 오르면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국 상위 20% 아파트 매매 가격은 지난달 9억2025만원을 기록하며, 2008년 12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9억원을 돌파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으로 인해 매매, 전세 구별 없이 부동산 시장 전체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