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자 존 로크(John Locke)는 “인간은 자기 자신의 고유한 인격의 절대적 주인이자 소유주이다”라는 말로 인간이 존엄한 존재임을 강조했다.

이처럼 인권은 개별국가의 특수성과 관계없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다. 북한 인권문제는 이미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돼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국제 평화와 보편적 인권의 관점이어야 할 것이다.

1975년 헬싱키 선언과 함께 일어난 서독의 인권운동은 동독에까지 인권의 바람을 불게 했고, 이것이 1989년 교회를 중심으로 한 동독인들의 동독 정권에 대한 저항운동을 이끌어냈다.

동독인들은 이 저항운동을 평화혁명으로 승화시켜 나가 결국 독일 통일을 이뤘다.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는 자유민주주의적 통일을 위한 원칙의 구현과 같은 맥락에 위치한다.

따라서 북한 인권은 민족으로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당연히 제기해야 할 문제다.

북한 인권문제는 이미 UN총회와 인권이사회에서 연례행사처럼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있으며, 국제 엠네스티를 비롯한 국제적인 인권단체들이 매년 실태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에도 지난 18일(현지시간) 유엔이 18년 연속으로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한국정부는 또다시 공동제안국에 불참했다. 한국정부의 이런 태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서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가 북한에 피격된 사건까지 일어나 유엔이 이를 짚고 나선 상황이다.

한국정부가 북한을 지나치게 의식해 국민보호라는 국가의무를 등한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과 일본 등은 각각 2004년과 2006년에 북한 ‘인권법’을 제정 공표했다. 이제 북한 인권문제는 국제 평화와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의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인권문제제기는 대북정책과 별개

그동안 한국정부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애써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이 문제를 제기하면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평화체제구축에 저해된다는 논리였다.

일부 지식인들과 인권운동가들은 “북한 경제난만 해소되면 인권문제는 저절로 개선될 것”이라며 “북한의 개혁‧개방에 우선해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는 자유민주주의적 통일을 위한 원칙의 구현과 민족 동질성회복을 위해서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이며, 같은 민족으로서 당연히 제기해야 할 문제의식이라고 하겠다.

인권문제만큼은 남북관계와는 별개의 문제로 다루어야한다.

북한은 인권문제가 국제적으로 거론될 때마다 ‘우리식 인권’을 내세우며 ‘내정간섭’ 또는 ‘주권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국제 인권 규약에 규정된 보편적 권리인 시민, 정치적 권리에 대해 ‘자주권‧민족자결권’이라는 논리와 함께 “이 권리는 ‘인덕정치’로 보호되고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북한의 인권상황이 극도로 열악하다는 것은 이미 국내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국내의 한 종편 방송인 채널A의 프로그램인 ‘이제 만나러갑니다’에 출연한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는 인권이란 없는 거대한 감옥에 다름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북한의 인권유린 양태는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눠볼 수 있다.

첫째, 북한 주민에 대한 정치적 탄압

둘째, 식량에 관한 권리침해

셋째, 탈북난민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

넷째, 미송환 국군 포로들에 대한 인권침해

다섯째, 납북자 문제 등이다.

무엇보다 경제침체와 식량난으로 인해 최소한의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음으로써 전반적으로 주민들의 경제적‧사회적 인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으며, 북한 당국에 의해 저질러진 반인륜적 범죄와 인권유린의 참상은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 소중한 삶을 송두리째 파괴당하는 것으로 북한에서 탈출한 주민들로부터 생생하게 전해 듣고 있는 바다.

문제제기 자체만으로도 북한 민주화에 도움

북한 인권문제는 통일이후 사회통합과정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북한에는 국제 인권기관들과 연대할만한 시민사회나 민간단체가 없기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 진전되기는 어렵다.

다만, 북한도 UN의 회원국이자 여러 국제 인권규약에 가입하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인권개념을 가지고 인권개선을 촉구할 수 있다.

또한 인권문제의 제기 그 자체만으로도 장기적 차원에서는 북한 주민 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헬무트 콜(Helmut Kohl) 총리는 독일통일 2주년을 맞아 행한 기자회견에서 “동독주민의 자유와 인권 신장 문제에 일관되게 역점을 둬온 것이 동독의 정치적 민주화를 부추겼고 이것이 결국통일 문제로 이어졌다”고 역설했다.

남북통일을 숙원하고 있는 우리정부가 곱씹어야 할 독일의 통일과정에서 배워야 할 교훈인 것이다.

1948년 유엔의 인권선언은 1941년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신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기초로 만들어 졌다.

북한은 지금도 이 4대 자유를 짓밟고 있다.

인권은 싸워서 찾는 것이다. 북한 인권을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자.

북한주민들에 대한 인권개선이야말로 한반도 통일의 굳건한 기반이기 때문이다.

류근찬

통일이 답이다 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17,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