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후 동서 냉전 체제하에서 분단‧대립해오던 베트남과 독일, 예멘 등 세 나라가 통일을 성취했다.

통일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베트남은 1975년에 통일을 이뤘고, 독일과 예멘은 1990년에 각각 통일을 이루었다.

이런 통일 사례들은 아직 분단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우리 입장에서 볼 때 그 경험을 교훈삼아 통일과정을 한결 수월하게 할 수도 있다는 원용점도 있다.

사실 이 국가들은 서로 다른 국내외적 상황에서 통일을 이루어 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통일사례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은 무력통일, 예멘은 합의통일(무력재통합), 독일은 흡수통일의 예에 속한다. 이런 맥락에서 베트남과 예멘 그리고 독일의 통일 과정과 통일이후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야한다.

그리고 중국‧대만관계도 교류확대차원에서 우리와 유사성이 많기 때문에 함께 알아볼 필요가 있다,

남북한 통일이 다른 나라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기존 통일국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통일을 이루었으며 그 문제점 또한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통일은 경험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구체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통일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야 하며, 무력에 의한 통일을 경계해야한다. 베트남의 사례로부터 알 수 있듯이 전쟁에 의한 통일은 통일이 된다 해도 국토가 황폐화되고 생산 시설이 파괴될 뿐 아니라 막대한 인명피해를 가져온다.

많은 통일 전문가와 국민들은 통일을 향한 우리의 노력을 동서독 통일과정과 예멘 통일과정의 중간정도에 와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그래서 전쟁에 의한 통일이 유일하다는 견해와 북한의 급변으로부터 갑작스럽게 올 수도 있다는 견해가 병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16일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을 때 북한의 이 무도한 도발은 김대중 정권 이래 수십 년 간 지속돼온 북한과의 화해 제스처에 종말을 고한 일대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한 외국 언론이 있었다.

독일 우익성향 신문인 Die Welt지였다.

디 벨트의 주필인 Torsten Krauel은 ‘김정은과의 평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논평했다. 이 독일 언론의 논평은 북한과의 화해와 협력이 원천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필자의 평소 생각을 확인해주었다.

우리 정부가 북한과 화해 협력에 매달리고 있지만 외국 언론의 눈에는 ‘불가능한 일’에 한국정부가 왜 그렇게 매달리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 한 뉘앙스다.

디 벨트지가 김정은의 북한을 어떻게 보고 있는 지를 좀 더 부연해보자.

“지난 75년간 북한은 군사 국가다. 핵 보유는 북한의 의미와 존재 그 자체다. 그런 나라의 그 지도자로부터 긴장완화를 기대한다는 건 소용없는 일이다. 2년 전 남북 정상간 판문점에서의 상징적인 산책은 실제로 푸른 도보다리의 ‘끝’으로 이어졌을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 ‘막다른 골목길’에서 끝났다. 북한은 태생부터 무장국가이며 모든 유전자를 보더라도 군사국가에 다름 아니다. 북한은 적이 없으면 붕괴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평화는 축복이 아니라 위험이다.”

이 신문은 직설적인 예단은 피했지만 논평 문맥의 뉘앙스로 보면 독일과 같은 평화적인 흡수통일을 한반도에서 기대하기란 난망한 일이라는 점을 단언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전 독일대사였던 이경수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같은 이는 우리가 특히 독일 통일에서 교훈을 얻고자한다면 세 가지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첫째, 서독이 평화공존과 긴장완화 정책인 동방정책으로 점진적 통일을 추구했으나 독일통일은 급작스럽게 왔다.

둘째, 서독도 통일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통일 과정에서 많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었다.

셋째, 독일통일은 형식적으로는 동‧서독 간 합의통일이지만 본질에서는 공산주의 체제 모순에 직면한 동독을 서독이 흡수한 통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한반도 통일도 북한의 급변으로부터 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북한 급변으로 통일 기회가 온다면 이를 더는 놀칠 수 없다는 각오도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 셈이다.

북한급변?

그렇다. 유례없는 3대 세습독재, 개혁과 개방을 거부하면서 구조적인 경제난, 핵개발과 자원배분 왜곡, 잔혹한 인권상황과 계속되는 주민이탈 등이 초래하는 체제내부의 심각한 모순은 북한체제를 회복불능의 실패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김정은의 건강 이상이 언제라도 현실이 되는 순간 북한급변의 핵심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북한 급변을 현실과제로 받아들여야한다. 북한의 급변으로 통일의 기회가 온다면 이를 더는 놓칠 수 없다는 각오도 해야 한다.

독일 통일의 주역 헬무트 콜 총리는 “통일 기회가 왔는데도 이를 놓친다면 력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했다. 좋은 충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북한급변은 독일과는 다르게 우리에게 훨씬 큰 충격과 도전으로 다가올 것이다.

분단 장기화에 따른 남북 이질화, 동족상잔의 전쟁 경험, 소련 퇴장과 대비되는 중국의 부상과 미‧중의 지정학적 경쟁, 실재화한 북핵문제가 촉발한 한반도 문제의 다자화,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 대량 난민 유입과 인도주의 위기, 국민의 공감대 형성 문제 등은 우리의 정밀한 전략적사고와 사활을 건 대응을 요구한다.

그러면 우리 정부는 경제, 사회, 군사, 외교, 국민통합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종합적이고도 치밀한 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남북한 통일이 다른 나라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기존의 통일국가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었으나 문제점들이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통일은 경험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구체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작금의 남북관계를 점검해보자.

모두에서 언급했다시피 북한은 올해 6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파괴하고 대남관계의 대적관계전환과 대화거부를 선언했다.

밥 우드워드의 격노(Rage)라는 책에 따르면 김정은은 “한국군은 자신의 군대와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은 겉으로의 평화를 언제든 무너뜨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노동당 규약에 명시한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도 포기한 적이 없다. 수사로 채워진 평화지상주의가 남긴 자리를 무엇이 비집고 들어올지는 명확하다.

김정은은 언어전술에도 능한 幹能쟁이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말장난 전술에 속아서는 안 된다. 이뤄질 수만 있다면 ‘평화’와 ‘북한의 선의’에 대한 기대도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국가 정책과 전략은 냉정하게 현실에 근거해야 하며 다양한 선택지를 준비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 붕괴론 또는 정치 음모론으로 사라져버린 북한급변 논의도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국가존립과 민족장래를 위해 제기되는 다양한 통일 논의가 실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류근찬

통일이 답이다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