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안팎뉴스에 연재 중인 팝 아티스트 이하 씨(44세)는 ‘단일화 촉구 포스터’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당했다. 이에 안팎뉴스에서는 이하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하 작가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1. 팝 아티스트 퍼포먼스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속어를 좀 써서 말하자면, 우리사회에 시원한 <엿>을 좀 먹이고 싶었다. 우리가 재수 없어 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정치에 대해 과감한 뒷담화를 까는 것이다. 시민이 겪는 사회적 피로를 풀어주고, 그 상처를 위로해주는 퍼포먼스를 계획하면서 정치인들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 거리에서 포스터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겪는 피곤함 또는 상처의 근본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거리에 붙이는 이유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에게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2. 단일화 촉구 포스터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

말 그대로 단일화를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 단일화를 기다리는 시민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었다. 그리고 단일화되신 분이 꼭 승리하셔서 대한민국을 제대로 만들어 달라는 의미에서 “Co + Innovation” 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3. 선관위(선거관리위원회)에 어떤 이유로 고소 당한건지 궁금하다.

공직선거법 93조 1항 특정후보지지 인쇄물부착으로 고발되었다.

4. 고소당한 후 현재 상황이 어떤가?

단일화 포스터를 붙인 사건으로 서울선관위와 광주선관위에서 조사받은 후 고발되었다. 현재 서울지검의 조사를 남겨놓고 있다.

5. 고소한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물론 나는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단일화를 촉구하는 의미로 퍼포먼스를 한 것이지만, 선관위 입장에서는 선거법 93조 1항 위반으로 볼 수도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애매하긴 하다. 만일 내가 후보의 이름을 쓰고 ‘그분을 지지합니다’ 라는 문구를 써넣었다면 당연히 선거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렇게 애매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확신하고 고발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어떤 후보는 나보다 더 한 위반을 했음에도 아무제재도 없었다. 공직선거법 93조 1항을 두고 그동안 많은 구설이 있었는데, 이 법조항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지독한 악법이라고 생각한다.

6. 풍자작품을 그려서 고소를 당함에도 불구하고 왜 노력과 돈이 많이 들어가는 직업을 계속 하나?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동안 총 8번의 기관 조사를 받았고, 4건의 사법조치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 일을 하면서 죄를 짓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예술가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이는 예술가의 권리이자 자유이다. 도대체 이것이 왜 범죄인지 이해가 안된다. 포스터를 붙이는 것이 무슨 죄인가? 유일하게 죄송스럽게 생각하는 분은 청소하시는 분들이다. 포스터를 붙인 뒤 하루가 지난 후에 수거한다. 물론 그래본 적은 없다. 경찰이 모두 수거해가기 때문이다.

내게 자꾸만 범죄자 이미지를 씌워서 정치인을 풍자하는 그림을 못하게 하려는 것 같다. 표현의 자유는 대단히 소중한 민주주의 가치이다. 우리는 이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법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하고 부당한 법과 싸워 이겨야 우리사회와 후대 작가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누릴 토대가 될 거라 믿는다.

7. 현재 작업은 포스터 인쇄 등 제작비가 많이 들어갈 텐데,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는 곳이 있나? 만약 없다면 앞으로 재정지원을 받을 의향은 있나?

때때로 누군가 도움을 주시고자 하는 분들이 계신다. 그 뜻은 정말 고맙지만 일체의 도움도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누군가와 이해관계가 생기면 이런 일을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굳이 도와주고 싶어 하시는 분들께는 내 작품을 판다. 작품가격은 미술시장에서 통용되는 작품가격의 10분의 1 가격이다. 시민을 위한 미술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싸게 팔고 있다.

예술가는 좀 외롭지만 철저히 독립적인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솔직히 돈이 꽤 들어간다. 돈이 필요하면 용접일을 하거나 초상화를 그려서 돈을 번다. 나는 이런 생활에 대단히 만족하고 행복하다.

8. 작품 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렵거나 힘든 점이 있나?

기관에서 조사받을 때 말고는 어려운 점이 없다. 이 일을 왜 하는지 열심히 설명하지만 이해 못하는 조사관도 있고, 사적으로 조용히 “팬입니다. 존경합니다” 라고 말하는 조사관도 있었다. 그런 말 들을 땐 작가입장에서 굉장히 감동적이다. 하지만 그들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위에서 어떤 결정을 해놓고 조사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나의 신념대로 이러한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인데, 잘못된 신념을 가진 것인지 아닌지는 현장에서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항의하는 사람도 있고, 포스터를 찢으려고 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아직까지는 나를 응원해주시는 분이 많은걸 보니 괜찮은 작업을 하는 것 같다.

9. 작품의 영감(동기)을 어디에서 얻게 되나?

상식이다. 상식에 어긋나는 뭔가에 대해서 내 식(式)대로 과감히 이야기를 한다. 타락한 사회의 근본엔 정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로 정치인을 풍자한다. 예술성과 메시지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데, 조절을 잘해야 한다.

나의 행위가 이렇게 큰 이슈가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우리사회에 상식적인 정치인, 제대로 된 정치인이 나타나길 바라는 열망과 갈증 덕분에 큰 이슈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10. 앞으로도 계속해서 풍자적인 예술 활동을  할 예정인가?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한국의 메이저 미술시장은 거대하게 타락한 비즈니스세계이다. 자본주의에서의 미술의 기능은 부자들의 부의 축적이나 과시용, 이런 기능이 되었다. 나는 자본가들을 위해 나의 재능을 쓰고 싶지 않다.

한국의 제도권 미술시장은 작품을 팔아야하기 때문에 나 같은 작품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보수화된 한국의 부자들이 사회성이 강한 작품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시민들과 만나는 게 나의 예술과 맞습니다. 나의 갤러리는 길거리이고, 당연히 이 일을 계속 할 것이다. 포스터만이 아닌 다른 형식, 예를 들면 각 동네의 골목길을 섭외해서 작품발표를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