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 동구권 붕괴에 이어 북한 또한 ‘고난의 행군’을 겪고 있을 때 ‘북한 붕괴’를 예측한 국내외 전문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2020년 김정은 체제는 공고하다.

30년 후 북한 정권의 생존 전망에 앞서 과거 30년을 되돌아보면, 김정은은 집권 초 군부 장악을 시작으로 권력을 공고히 하고, 김정은 또한 집권 초 ‘집단 지도체제’ 등장을 예상했던 국내외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권력기반을 더 다지고 있다.

김정은은 앞으로도 군부를 통제하며 독재를 더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1990년과 달리 2020년의 북한은 핵을 갖고 있다.

때문에 지금 국제사회는 30년 전 존재감 없던 그 북한을 위협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체제유지를 위해 선택한 핵무기이지만, 국제사회가 정상 국가가 아닌 북한의 핵을 용인하기는 어렵다. 핵은 북한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경제난속 내부 버팀목은 군

북한은 2017년 잇따른 미사일, 핵실험 도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부터 4차례에 걸쳐 강력한 제재를 받았다.

이후 유류 공급제한과 노동자 파견 금지, 수출금지 품목확대 등의 여파로 내부 산업시설 가동률은 줄어들고 외화 수입 또한 상당수 막힌 상황이다.

올해에는 코로나 19의 여파로 국내 일각에선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10% 하락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정상적인 국가였다면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겠지만, 북한 내부에 동요가 있었다는 소문이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김정은 체제를 받치고 있는 군의 존재 탓으로 여겨진다. 북한은 군이 노동당의 통제를 받고 있고 야전부대의 주요직위까지 정치장교들을 배치해 군을 통제하고 있다.

특히 최정예부대인 평양 방위사령부 등은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구성돼있다.

전문가들은 경제난이 단기적으로는 정권기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거 고난의 행군까지 겪었던 북한이 당장 경제난을 겪더라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오히려 중국 등 공산주의 국가 주민들이 자유주의 영향을 받아가는 국제사회기류가 북한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내부적으로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정은이 호우피해 지역에 대한 시찰을 늘리는 것 또한 내부 동요를 의식했다는 방증이다.

또 권력세습체제인 북한에서 김정은에게 생긴 건강이상 등의 문제는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다.

그간 우리나라와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 대상으로 전제해온 것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순간 ‘북의 핵 폐기’는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북 핵 폐기과정이 찔끔찔끔 이어지면서 장기화할 경우도 북한의 핵 보유가 사실상 점차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이 오면 한반도의 안보 정세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무력균형이 무너질 경우 약자가 쉽게 겁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정하게 시비를 가려주거나 공권력행사가 제도화돼 있지 않은 국제사회에서 국가 간 힘의 균형은 그래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똑바로 알아야한다.

상대의 선의에 매달려 무력충돌이나 전쟁이 없는 상태를 평화라고 할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믿었던 선의가 무너지는 순간 그 평화는 깨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뢰가 축적돼있지 않거나 그 상대의 체제가 민주적 여론이 형성되기 어려운 독재체제라면 그 웃음의 이면을 충분히 검증하고 대비해야한다.

북한의 핵무장은 우리에게는 분명한 위협인데도 우리 정부와 군의 대응이나 안보태세는 매우 허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700만 국민의 안위를 ‘설마’와 ‘요행’에 맡겨 놓는다면 자유 민주체제를 유지 하고, 우리 주도의 통일과정을 만들어 갈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과는 같은 민족으로서 언젠가 분단 상황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교류협력도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갖고 있으면서 폐기하지 않는 이상 통일은 고사하고 우리 입에서 평화라는 말도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북핵문제는 미국에 맡겨놓고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치중해온 우리 정부가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된 양측 실무회동에 참여자, 촉매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었다. 국내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북한 문제에서 성과 도출에 급급하지 않았던 부분은 다행이다.

공산 세력의 남침으로 동족상잔을 겪었던 우리는 유비무환의 정신 속에 자강의 길이 답이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그리고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과의 결속, 그 가운데서도 미국과의 동맹유지 강화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자유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의 기본 질서이고 우리는 그걸 국민적 신념으로 지켜 왔다.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생명의 터전인 ‘통일 한국’도 자유민주주의국가라야 한다.

그래야만 통일의 의미가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멈춤 없이 자유민주주의국가로 유지되고 발전돼야 한다.

때문에 이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무기는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 핵이 있는 한 통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내적으로는 군부를, 대외적으로는 핵을 통해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경우 미국을 포함해 자유주의 진영의 공격에 노출된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반면 핵을 그대로 갖고 있을 경우, 제재의 장기화로 내부부담으로 연결될 것이

자명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협상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할 경우 체제전복이라는 ‘독’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4차 핵실험 이후 남북한의 군사력은 한국은 100, 북한은 130이라고 한다.

‘북한의 핵독점’이 대한민국의 안보환경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었다. 이런 현실에서 남북관계 발전은 오히려 ‘북한의 핵독점’을 더욱 강화시켜 한국안보에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물론, 북 핵 폐기가 이뤄진다면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구상을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이 있는 상태에서의 평화나 경협 그리고 통일은 신기루일 뿐이다.

‘핵독점’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우리가 항상 북 핵 공포의 위협에 노출돼 있음을 말해준다. 북 핵 공포 때문에 우리의 자유가 심대하게 훼손되는가 하면 염원인 통일의 달성도 멀어지고 평화로운 생존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가 북 핵 폐기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이유이다.

류근찬

통일이답이다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17대, 18대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