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일은 통일에 관한 의사 형성과 수행에 있어서 ‘자유민주주의 원칙’과 ‘관용’ 그리고 ‘타협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은 한국 내에서의 합의 그리고 남북한 사이의 일에 대한 국제적 합의도 필수 조건이 된다. 여기서 국제적 합의는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남북한 내부 그리고 남과 북의 세 가지 합의를 형성해내는 것은 정치적 지혜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어느 한 곳에서라도 무리가 있으면 반드시 나중에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하기 때문이다. 통일을 준비하고 고려함에 있어서는 역사적 통찰과 전망 그리고 정치적 지혜와 타협, 관용의 정신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통일의 과정이라는 민주주의 훈련, 관용과 정치적 지혜를 발휘하는 훈련의 과정이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사회 내에 통일에 대한 다양한 관념이 존재한다는 것을 유념하면서도 통일 준비와 관련해 세 가지를 지적해본다.

확고한 안보토대 위에 역사적 통찰과 정치적 지혜 필요.

첫째, 통일은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서 필요하다.

다시 말해 통일비용의 득실을 따지면서 생각해야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의 역사에서 그리고 사람의 인생에서 ‘살아남고 번영하자면 비용에 상관없이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지금과 같은 북한의 존재는 한국에 끊임없이 고통을 제공할 것이며 때로는 번영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북한이 한국에 대해 제기하는 우려는 반드시 군사적인 도발뿐만 아니라 북한 지역에 존재하는 억압과 빈곤이라는 사회적, 정치적 문제가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에 위협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북한이 제기하는 군사적, 사회, 정치적 우려를 제거하거나 완화할 때, 앞으로 지속적으로 안정과 번영을 구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남북한의 분단과 대치는 반드시 해결돼야할 문제다.

그 해결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경우라도 이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때로는 일시적 부작용도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통일이란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둘째, 통일은 북한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윤리적 문제이기도 하다. 해방직후 한국과 북한의 출발점은 기본적으로 동일했다.

그러나 지난 70여 년 동안 한국에서는 권위주의와 빈곤을 극복하면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성취했다. 이와 같은 업적을 성취한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중에서 매우 이례적인 성공사례이다.

그러나 북한은 세습독재와 심각한 수준의 빈곤에 아직도 시달리고 있다. 북한 지역에 독재와 빈곤을 극복하는 과정이 시작되는데 있어서 한국의 역할과 통일과정은 매우 중요하다할 수 있다.

북한에서 빈곤과 독재가 극복돼 가는 과정과 통일과정이 바로 남북한 통일과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은 북한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갈 수 있도록 힘을 다해 돕는 것이다.

제도나 문화는 외부로부터 이식되거나 강요되는 경우 성공하기가 힘든 법이다. 북한 내부의 지도력과 동력을 가지고 스스로 성취하고자 하는 노력을 발생시키지 않으면 영원히 실패할 수도 있다.

통일은 선언적 구호만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2천만 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북한 내부에는 지난 70년의 역사적 유산이 존재하고 외부개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내부문제와 잠재적 갈등이 존재한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 스스로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정치사회화 과정을 통해 소화해야만 한다. 한국의 경험도 그러했다.

나아가 이 지구상에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말고도 다양한 독재체제가 존재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현재와 같은 북한체제에서 정치적 변화가 발생했을 경우 또 다른 유형의 독재가 발생하는 것이 경험상 빈번했다.

특히 극단적인 인치(人治)체제의 경우 민주주의로의 길은 더 멀어진다. 또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성숙하자면 경험적으로 1인당 국민총생산이 4,500~5,500달러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헌법에 민주주의를 규정하거나 외형적인 제도 변화를 통해 민주주의가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역사적 경험에 비춰 전혀 가능하지 않다.

이런 문제를 가볍게 생각하면 그 여파를 통일한국이 끌어안으면서 끊임없는 분란에 빠질 수 있다.

셋째, 통일이란 아무 준비 없이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북한의 변화 과정에 상당한 시간과 시행착오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한 사이에는 상당한 사회정치적 격차가 상당 기간 동안 지속될 것이다.

통일이란 이같이 남북한 사이에 존재하게 되는 여러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오랜 과정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에게 통일이란 대한민국의 안정과 번영을 수호하기 위한 전략적 과제와 목표로서 제기되는 과업이다.

어느 나라든 당면한 역사적 과제를 수행하는 데서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통일은 숙명적으로 성취될 수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또 그 종착점이 반드시 이상향이 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반대로 통일을 이뤄내지 못하고 남북분단의 갈등과 대립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의 안정과 번영도 계속 위협받을 것이다.

통일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비용도 상당히 요구될 것이고 또한 부작용도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통일이라는 과제는 우리 마음대로 선택해서 피하거나 응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현실의 도전을 신중하고 현명하게 처리해 나갈 때 통일은 가까워 올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통일노력을 더욱 치열하게 추진해 나가야할 것이다.

류근찬

통일이답이다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