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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가도에서 만나는 문제들
강대일  |  hykk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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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11  14: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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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간 우리 대북정책은 크게 두 가지 가정위에 서있었다.

하나는 북한이 정상국가가 될 수 있다는 가정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가정위에서 남북대화와 교류, 협력을 해왔다.

그래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가정위에서 북핵포기를 위한 6자회담과 양자회담을 수도 없이 해왔다.

그 결과 1994년의 제네바 합의도 있었고 20059.19 공동성명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이 모든 그동안의 성과가 다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금강산관광도 이미 오래전 문을 닫았고 개성공단도 마찬가지 운명이 됐다. 경제적 이득, 즉 달러벌이가 된다면 계속하다가도 정치적 부담이 되면 언제든지 문을 닫는다. 제네바합의도 20059.19성명도 모두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왜 이지경이 됐을까?

앞서 언급한 대북정책의 기본 가정이 크게 잘못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과연 북한의 개혁개방이 가능한 일인가? 또 국제사회가 노력해 북에 커다란 이익을 보장한다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기로 하자.

북한은 과연 개혁과 개방을 할 수 있을까?

북한도 개혁과 개방을 생각한 때가 있었다고 한다. 1982년 김일성이 덩샤오핑과 함께 쓰촨성을 방문했을 때 농가마다 가득한 알곡을 보고 감동했다고 한다. 그 이유를 덩샤오핑에게 묻고 가정생산도급제(정부에 바치고 남은 농업생산물을 농민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제도)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개혁에 관심을 뒀다. 그러나 19896월의 천안문사건과 1990년 동유럽과 소련의 붕괴를 보고 경악하면서 개혁은 체제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개혁과 개방에 극히 부정적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 김일성의 손자인 현 집권세력, 김정은은 과연 개혁개방을 할 수 있을까? 아마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의 수령 절대주의에 대한 심각한 수정이 있어야 한다. 중국의 경우는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라는 개혁사상이 들어와 마오쩌둥의 이상주의 노선을 덩샤오핑의 실용주의(현실주의) 노선으로 대체했다.

북한에도 이 같은 개혁사상이 등장해야한다. 개혁개방은 사실 새로운 이념과 사상의 등장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상과 이념 변화 없는 개혁개방은 어렵다. 북한을 탈출해 대한민국 품에 안겼던 고 황장엽 씨는 북은 수령절대주의인데 이것이 유지되는 한 개혁개방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개혁개방은 곧 수령 절대주의의 몰락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전체주의적 개인독재와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가 없다. 개혁개방은 곧 수령절대주의 체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북한의 수령절대주의 체제를 그대로 두고 개혁개방을 한다는 것은 하나의 기만에 불과하다.”

옳은 지적이다. 사실은 개혁개방 과정에서 개혁보다 개방이 더 어려운 문제가 된다. 개혁은 내부문제이지만 개방은 외부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개혁은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으나 개방은 통제가 쉽지 않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개방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시장개혁이 성공하려면 대외개방까지 가서 외국으로부터 자본과 기술 그리고 중간재들이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어야한다. 그리고 북한에서 만들거나 조립한 최종생산물이 자유롭게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발전한다. 그런데 이런 경제적 개방은 정보적 쇄국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수령절대주의와 양립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더구나 김정일 이후 선군정치를 앞세워 핵을 개발하고 대외적으로 대단히 호전적이고도 공격적 자세를 취해왔기 때문에 개방은 더욱 어렵다.

핵개발과 선군정치는 반 평화적 군사 노선인데 어떻게 평화적 경제개방 노선과 양립할 수 있겠나. 세계의 어느 누가 핵을 들고 흔드는 예측불허의 비정상국가인 북한과 자유무역과 자유통상을 하려하겠는가? 아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그래서 수령절대주의와 핵개발의 선군정치가 존재하는 한 개방은 어려운 일이고 개방이 어렵다면 더구나 개혁의 성공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북한에서의 개혁개방에는 한계가 있고 경제발전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면 북한이 수령절대주의와 핵개발의 선군정치 노선 자체를 바꿀 수는 없을까? 할 수만 있다면 북한동포는 물론 한반도 전체에 축복이다.

황장엽 씨도 생전에 북한이 살 길은 개혁개방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명백하다고 주장하곤 했다. 그는 개혁개방이 안 되는 이유는 국가와 인민의 운명보다 수령 개인의 운명에 대해 더 걱정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 북한의 개혁개방을 확실하게 막고 있는 것은 북한의 세습독재체제다. 다른 공산국가에서는 당의 최고 기구 내에서 다양한 주장이나 노선의 수렴과정이 존재한다. 상호 비판도 있고 새로운 주장도 있을 수 있다.

중국공산당도, 소련공산당도 그랬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는 수령절대주의이면서도 세습형이기 때문에 과거 지도자의 노선에 대한 비판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새로운 개혁사상, 수령절대주의나 선군사상을 수정하는 사상이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 솔직히 비극이다.

그러나 이런 개혁개방 문제를 좀 더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면 북한에는 아마 다음과 같은 딜레마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우리식으로 산다는 이른바 우리식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주민들을 통제해왔다.

그래서 남한이 비록 경제적으로 잘산다 해도 그것은 미제의 앞잡이로 살기 때문이라고 비웃어왔다. 만약 북한이 이제부터라도 개혁개방으로 나간다면 지금까지의 우리식으로 산다는 북한의 정체성과 자부심의 원천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남한과 똑같이 세계시장 경제 속에서 실용주의를 선택한다면 지금까지 교조주의적으로 살던 북한의 존재이유를 뭐라 할 것인가? 지금까지 자부심을 가지고 온갖 고통, 심지어 고난의 행군 고통까지도 참고 살아온 북한 주민들에게 그 고통의 의미와 가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누가 그들의 과거 고통과 고난을 보상해야하나? 솔직히 북한은 시대착오적이고 시대역행적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모순적 존재다. 만일 앞서 살펴본 대로 북한내부의 구조적 이유 때문에 북한의 개혁개방이 어렵다면, 아니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지금까지 한국의 대북정책은 대체 어떤 의미를 갖나?

그동안 교류 협력을 주장하면서 막연히 언젠가는 개혁개방으로 가지 않겠는가?’라면서 기대해온 대북유화론은 얼마나 허망한 주장이 되는가? 마찬가지로 북한과의 대화를 단절하고 부당한 요구를 무시하면서 기다리자던 대북압박론도 북한의 개혁개방을 가져오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다면 대체 우리는 무얼 기다려왔다는 말인가?

 

류근찬

통일이답이다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17,18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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