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키 마사오, 또다른 일본 이름 '오카모토 미노루'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참여한 3일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에 의해 이 이름이 거명되고 불과 1시간 뒤 '다카키 마사오'는 실시간 검색어 톱에 랭크됐다.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 박정희)
이는 대다수 국민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흑역사를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더불어 대다수 국민이 이제야 '박정희-친일파-한나라당(새누리당)-박근혜'로 이어지는 유신의 고리를 알게되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날 토론에서 세 후보는 정해진 시간과 규칙에 따라 각기 정책과 정치 소신을 펼쳤다.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안정된 톤으로 준비한 공약을 강조했다.
세 후보 중 가장 효과적이고 인상적인 토론을 펼친 이는 이정희 후보였다. 주어진 시간 안에 정책과 소신을 밝힌 동시에 박근혜 후보를 공격했다.이땅의 추운 서민과 서러운 해고 노동자와 비정규직들의 사연을 쏟아냈다. 동네 상권 얘길 꺼내며 서민 위한다면서 재벌 정책 추진하는 박근혜 후보를 겨냥했다.
이정희 연속 돌직구, 박근혜 본전도 못 찾았다
익히 알고 있듯 이정희 후보는 달변이다. 토론의 기술을 안다. 알려진대로 박 후보는 눌변이다. 그 이정희에게 박근혜 후보가 걸린 것이다.
처음부터 토론이 기울어질 것은 예상했다. 과거, 현재, 오늘을 아우르는 한반도의 역사 안에서 박 후보는 약점이 너무 많다. 역사의 진실 앞에서 떳떳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이게 달변, 눌변을 떠나 박 후보가 토론에서 밀린 이유다.
영국 브리태니커 사전에서 '박근혜'를 찾아보면 '독재자의 딸'이라고 되어 있다. 며칠 전 뉴욕타임즈도 '어설픈 민주주의 독재자의 딸에게 환호'라는 제목으로 한국 대선 동향을 소개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장본인인 과거사에 대해 반성도, 사과도 없는 박 후보가 대한민국 역사의 정통성을 잇겠다고 자처하고 나섰으니 공격을 받는 것이다.
토론 전반에 걸쳐 박 후보는 이정희 후보를 공격했다가 되려 계속 역공당했다. 한 마디로 본전도 못 찾은 것이다.
박 후보는 토론 서두부터 말 실수를 했다. 통진당이 그야말로 종북좌빨의 본산임을 강조하려고 이석기, 김재연 의원 얘기를 꺼냈다가 두 의원을 성을 바꿔 말한 바람에 "토론의 예의를 갖추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박근혜 후보 떨어뜨리려고 출마했다
"통진당은 국기에 대한 맹세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대한민국 대선 후보로 나서느냐"고 질문했다가 이정희 후보에게 "제대로 알아보고 오셨어야죠. 그러면서 어떻게 대선 후보 토론에 나오셨습니까?"라고 면박당했다. 이정희 후보가 당 대표를 두 번 역임하는 동안 국민의례를 늘 해왔는데 그걸 모르고 이런 질문을 하느냐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나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 나온게 아니라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나왔다",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올 봄에 전 국민에게 그 미친 짓을 보여주고서 무슨 낯으로 출마했나 했더니 목표가 간결하다. 박 후보는 선거지원금때문에 후보 출마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라고 공격하려다가 오히려 혹을 붙였다.
이 후보는 박 후보를 향해 "유신독재 시대의 퍼스트레이디가 청와대에 가면 여왕이 된다. 여성대통령이 필요하지만 여왕을 뽑는 대회가 아니다"며 "불통ㆍ오만ㆍ독선의 여왕은 대한민국에 필요없다"고 일갈했다.
진보 토론 달인, 박근혜를 끌어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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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후보의 직설적인, 혹은 공격적인 토론 방식은 요즘 2040들에게 먹히는 방식이다. 진중권, 전원책, 서화숙 같은 논객들에게 2040은 열광한다. 이들의 토론을 보고 배운 청장년층은 논리와 팩트, 정확한 단어 구사를 토론의 기본으로, 상대의 허를 물고 늘어지는 것을 토론의 핵심으로 안다.
개인적 입장에서 이정희 후보는 정말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쨌건 이날 토론의 승자는 그녀다.
박 후보는 정말로 밝히고 싶지 않은 진실들을 국민에게 보여주고야 말았다.
아버지의 친일 전력을 만방에 고해야 했고,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에게 당시 돈 6억원을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새누리당의 부패상을 다시금 국민에게 환기시켜야 했으며 그들이 국회에서 외면한 민생 현안을 인정해야 했다.
서민을 위한다면서 재벌을 위한 정책을 펼친 사실과, 날치기로 통과시킨 한미FTA가 이땅의 농민에게서 생존을 박탈할 것이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려 주었다.
그야말로 박 후보의 입장에서야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애' 수준이랄 수 있는 이정희 후보에게 곤욕을 치른 것이다.
그래서일까.
박근혜 후보는 토론 내내 심기가 매우 불편해 보였다. 표정이 굳어 입이 계속 비뚤어지고 눈도 짝짝이가 되었다.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예상했던 것보타 수위가 초고강도의 공격을 받아 순간적으로 안면부에 마비가 온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세 가지 약속 반드시 하라
박 후보의 표정은 토론이 끝날 때까지 풀리지 않았다. 이정희 후보가 끝까지 물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박 후보에게 국민 앞에서 세 가지 약속을 할 것을 요구했다.
1)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대선 전에 통과
2)전두환으로부터 받은 돈 6억원을 대선 전에 사회 환원
3)측근 비리 근절위해 비리 발생하면 대통령직 사퇴 약속
2번 안건은 토론 중반 불거진 것이다. 불시에 이 질문을 받은 박 후보는 얼떨결에 사회환원하겠다는 약속을 하고야 말았다. 12.12 당시 6억원이면 지금 가치로는 약 400억원에 해당한다. 박 후보는 이번에도 레퍼토리를 반복했다. "아버지가 흉탄에 돌아가시고 살 길 막막하고 경황이 없어 그 돈을 생활비로 쓰라고 줘서 받았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박 후보는 이 말 역시 두고두고 후회하게 됐다. 지금 돈으로 수백억원을 생활비로 받았다는 대목은 인터넷 공간에 영원히 남을 테니 말이다. 당장 현재 SNS와 웹 공간에서 이 대목 때문에 난리가 났으니 박 후보가 환원하지 않으면 정말 일 나게 생겼다.
토론을 마치며 이정희 후보는 마무리 인사에서 박 후보에게 끝끝내 나머지 약속을 받아내려했으나 박 후보는 대답하지 않았다.
문 후보, 점잖아서 오히려 병
3일 대선 후보 토론은 이정희 후보의 완승이다.
'이정희 어록'이 실시간으로 뜨고 있다.
이정희 후보의 공격에 묻혀 박 후보의 정책은 사라지고 약점만 부각됐다.
두 여성 후보의 공박으로 상대적으로 문 후보는 피해를 보았다.
정중동 자세를 시종일관 유지했던 문 후보의 인상은 미미했다.
왜냐하면 공격하지 않아서이다.
반드시 대통령의 대업을 완수할 열망을 가졌다면 이런 식의 토론과 공격은 실패다.
칼은 있는데 빵 자르는 칼도 못 된다.
마치 '박 후보 대통령'이 기정사실이 된 듯한 뉘앙스로 질문하는 어이 없는 광경도 나왔다.
아무리 네거티브를 안 하겠다고 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자리는 공격을 해야 하는 것이다.
양반도 좋고 신사도 좋지만 네거티브와 잘못된 정책 지적은 혼동하지 말았으면 한다.
문 후보는 너무 점잖아서 탈이다.
사진 출처@오마이뉴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대선후보 토론은 후련했다.
이정희 후보는 그간 국민들이 법이라는 굴레에 갇혀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진실을 웅변해주었다.
비록 유신정권과 야만의 시대가 끝났지만 국민들은 지금까지도 이런 말들을 할 수가 없었다.
허위사실유포, 명예훼손으로 처벌받는 국민을 무수히 본 까닭이다.
그래서 이정희 후보에 대한 인상을 약간 수정하기로 했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통진당의 생얼을 본 후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생각했다.
그 생각을 오렌지에서 옐로로 낮췄다.
맨 위 동영상은 이정희 후보가 마무리 발언에서 박 후보에게 3가지 약속을 다짐하는 장면이다.
그 다음은 '드라마 제5공화국'이다. 전두환이 청와대에 입성, 대통령 집무실의 금고를 탈취해 박근혜에게 6억을 주는 장면이 24분부터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