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

새누리당의 주요 인사들이 박근혜 후보의 대선가도를 우려하는 발언을 나란히 내놓았다. 3일은 새누리당 내 쇄신파인 남경필 의원이 "(박근혜 후보가) 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말했다. 하루 앞서 2일은 중립파로서 친박계의 지지를 받아 지난해 한나라당 대표를 했던 홍준표 전 대표가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야당 지지율 40% 이상이면 끝난 것"이라고 인터뷰를 했다.

두 인사는 모두 정치판에서 산전수전공중전을 겪을 만큼 겪은 정치전문가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런 분석을 내놓고 심히 우려를 표명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해당 행위에 가까운 발언으로 자신들 손으로 뽑은 대선후보를 흔들기 위해 이런 발언을 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모든 정치가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와 이익 등을 먼저 고려해 행동한다. 그럼에도 두 중진 정치인이 자신들의 이익을 꾀하려고 이런 발언을 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러기에는 대선이 너무 코 앞에 왔다.

정말로 급박한 위기의식...

이게 새누리당의 중진과 원로가 이런 말을 한 배경이다. 알고있다시피 새누리당은 본격 대선 레이스에 접어든 이후 총력전을 펼치고 있음에도 '과거사', '민혁당 사과' 등 혼전 양상을 거듭했다. 

캠프 중진 영입과 인사 마저 이랬다 저랬다 판 뒤집기가 일쑤였고 안철수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정책 역시 민심을 이반시키는 역반응을 보였다. 한 마디로 박 후보를 '새 시대의 새 권력이라는 이미지'로 보기보다 '유신'으로 응집된 구 시대의 이미지로 점점 더 보게 된다는 말이다.

정치판은 정글과 같다.

두 사람은 정치판의 흐름을 동물적 감각으로 간파한 것이다. 박근혜 후보와 '박心', '박의 입', '박의 혀'를 자처하는 '가신'들의 발언만 새누리당 안팎을 채우는 현실이기에 내린 판단이다.

새누리당에 켜진 빨간 불을 제대로 본 이가 홍준표 전 대표와 남경필 의원 뿐이라면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두 중진과 원로는 작금의 새누리당과 박 후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남경필 의원은 BBS '아침저널' 고성국 진행자와 대담에서 "단일화 과정은 모든 이슈를 빨아먹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질 가능성이 높다". "이길 수 있는 선거라면 조금씩 바꾸면 되지만 전체적으로 선거가 쉽지 않고 질 가능성이 높다면 다 바꿔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진행자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하고 묻자 "사람·메시지·행동양식 등 그런 것을 다 점검해보고 힘들다면 지금까지 해온 방식이 아닌 쪽으로 가야한다"고 답했다. 또 중앙선대위원장 영입에 대해 묻자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했던 태도·전략·메시지 등을 박 후보가 잘 봐야한다"며 "당시 DJ는 대통령 자리 이외에는 다 바꿨지만 지난 2002년 이회창 후보의 경우는 지키다가 졌다"고 답변했다.

남경필 의원은 박 후보에게 두 개의 선택만 남았다고 단언했다.

바로 "DJ의 길"과 "이회창의 길"이다. 새누리당이 기로에 선 지금, 이제까지 박 후보가 선택해온 길로 직행한다면 "과거 이회창 후보의 꼴이 난다"고 박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남 의원은 구체적이고 극단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지금 박 후보의 주변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모두 물러나야 한다는 경고다. 그는 과거 DJ가 동교동계를 모두 2선으로 후퇴시키고 새 사람들을 전면 배치해 대선에서 승리한 것을 예로 들었다. 현 상태로는 "새로운 권력과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진공 상태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도 의미심장하다. 홍 전대표는 대선과 같은 날 있을 경남지사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 그는 방송에서 경남에서 40%의 지지율을 뺏기면 대선은 패했다고 보는 구체적인 근거를 밝혔다.

"부산, 울산, 경남을 합치면 인구가 한 800만 된다. 사실상 대구경북을 합치면 인구가 한 500만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800만의 선택이 과거에는 저희당의 압도적인 선택을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경남이 40%가 넘어가는 지지율을 야당한테 보내버리면 사실상 끝"이라고 말했다.

홍준표와 남경필, 두 사람은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니다.

과거 민감한 정국마다 두 사람의 이견 차이를 보이고 대립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에도 두 사람이 나란히 빨간 불을 켰다. 짬짜미해서 내놓은 경고가 아니라 다급한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진심을 말한 것이다.

홍 전 대표와 남경필 의원의 이번 공개 발언을 박근혜 후보는 반드시 새겨야 할 것이다. 이 발언을 놓고 지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 인사들이 왈가왈부한다면 그때는 그야말로 '끝'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두 중진의 바램이 실현되기에는 새누리당이 너무 멀리, 많이 와버렸다는 점이다. '박心', '박의 입', '박의 혀'를 자처하는 '가신'들만 수두룩하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