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명불허전 김연아 였다.
1년 8개월만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였으며 또 다시 피겨 역사를 새롭게 작성했다.

김연아는 8일(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의 아이스스포르트젠트룸에서 열린
NRW 트로피 시니어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2.27점을 기록하며 다시 한번 세계를 홀렸다.

기술점수(TES) 37.42점, 예술점수(PCS) 34.85점을 받은 김연아는 모두의 예상대로 1위에 올랐다.
이번에 김연아가 받은 점수는 2006년 시니어 무대 데뷔 후 국제대회에서 기록한
쇼트프로그램 점수 가운데 개인통산 5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그녀만의 특기인 풍부한
표정연기로 예술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따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이날 김연아가 받은 예술점수는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의
쇼트 프로그램 예술점수 33.80보다 높았다.

푸른색 드레스를 입고 다소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등장한 김연아는
영화 '뱀파이어의 키스' 음악이 흐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음악에 맞춰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진 여인이되어 그 감정을 애절하면서도 복잡한 감정을 표현했다.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성공하며,
1.23점의 가산점을 챙기며 기분좋게 출발했다.
'점프의 교과서'로 불렸던 김연아의 점프는 여전했고,
어려움을 토로하던 스핀도 수준급이었다. 이어 트리플 플립을 가볍게 성공하는 등 훌륭한
연속 점프를 선보였으며 그녀만의 깔끔한 회전 연기로 오랜 공백으로 인한 체력적인 부문과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킨 그야말로, 여전히 세계 최정상 여왕의 건재함을 보여준 경기였다.

2분 50여초의 연기가 끝나자 그녀의 연기에 빠져들어 숨죽여 지켜보던 관객들은
김연아에게 꽃다발과 인형을 선사하며 여왕의 귀환을 축하하며 환영했다.
250석의 작은 무대에서 김연아는 그 존재감만으로 아이스 스포르트젠트룸을 가득
메운 관객들과 세계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한편, 김연아의 완벽환 부활에 해외 언론도 뜨거운 찬사를 보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올림픽챔피언 김연아가 무대에 복귀했다.
흠이 없는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며 “김연아는 우아하고 품위있는 퍼포먼스로
72.27점을 받았다”고 덧붙었다.

이그재미너는 “김연아는 가장 어려운 점프 조합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점프를 성공시켰다.
이 기술은 김연아의 트레이드마크인데, 여전히 견고했다”라고 극찬했다.
이어 "김연아의 점수와 비슷한 이는 누가 있을까?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아사다 마오는 NHK트로피 쇼트프로그램에서
67.95점을 받았다. 옛 라이벌인 아사다와 잠재적인 라이벌인 애쉴리 와그너(22, 미국) 외에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 아사다 마오를 앞세워 소치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일본은
김연아의 화려한 복귀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도 그럴것이 전세계 언론의 시선이 그들이 피겨 신동으로 떠받드는
아사다 마오가 아닌 B급 대회에 출전한 김연아에게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일본 <스포츠호치>는 9일 보도를 통해 김연아가 실수 없는 연기를 보여주며
지난 11월 NHK배에서 기록한 아사다의 시즌 세계 최고점수 67.95를 크게 웃도는
72.27점을 얻어 선두에 올랐다 전하며 이어, 특히 아사다의 강력한 라이벌이 돌아왔다면서
70점 이상을 받으며 건재한 모습을 과시했다고 긴장감을 드러냈다.

한편, 김연아는 9일 오후 프리스케이팅에서
마지막 조 4번째 주자로 나서 ‘레 미제라블’을 통해
또다시 새롭게 펼쳐질 4분10초의 드라마가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