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은 이념과 정치철학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사는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만들어 진 정치조직이다.

따라서 정치세계는 이념과 사상 그리고 철학이 다른 정치세력들이 서로 다른 정강정책으로 각각의 정당을 이루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여야의 모든 갈등과 진보와 보수 그리고 좌파와 우파로 나뉘게 되는 중요한 잣대가 바로 이념과 정체성 그리고 정치철학의 다름이라 할 수가 있겠다.

인간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자기 정체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물이나 사안을 두고 보는 관점이나 생각이 다를 수가 있는 것이다. 이를 인정해 주고 이해하면서 서로 포용을 해주어야만 상생의 인간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치도 사람이 하기 때문에 이념과 사상이 서로 다르고 정치를 하는 목적의식과 철학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당이 있고 야당이 있으며 진보와 보수로 나뉘게 되고 그에 따라서 국민들도 서로 나뉘어 원하는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다.

정당이나 정치인의 정치행위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은 각 정당의 이념과 사상으로 만들어진 정강정책과 소속 정치인들의 정치철학을 판단의 기준으로 하여,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원하는 정당과 정치인을 대리인으로 선택함으로써 정당한 평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이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주권 행사인 것이다.

그런데 같은 정당 안에서도 정치철학이 다른 정치인들이 함께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유는 자신의 정치적 꿈과 욕망을 이루기 위한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의 관계일 것이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군사독재정권의 보수정당과 3당 합당을 감행하였다. 비록 철학은 다르지만 대통령이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정치적 변절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결과였다.

그리고 민주화 세력으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오직 자신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 치뤄야 하는 치열한 권력싸움에서 승리함으로써, 마침내 자신의 꿈인 대통령의 꿈을 이룬 것이다. 이념과 정치철학의 서로 다름이 자신의 정치적 꿈을 이루는데 있어서, 결코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걸 확인시켜 준 대표적인 예이다.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정치적 꿈을 이루기 위한 정치철학이 다른 또 다른 만남의 예를 찾아본다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는 같았지만, 정신과 정치 철학 만큼은 크게 차이를 보이면서, 사랑과 미움이 뒤섞여 있는 애증의 관계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는 두 대통령의 정치의 시작과 끝이 확연히 달랐으며, 평가에 있어서도 너무나 판이하게 달랐다는 것은 두 대통령의 정치인생 자체가 명확하게 다름을 증명을 해주고 있다고 봐야 한다.

두 대통령의 정신과 정치철학이 서로 다름을 확인시켜 주었던 장면 중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달리했던 특별한 두 장면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과 동시에 김대중 대통령이 구상했던 대북정책의 결과물인 남북정상회담의 밑거름이 된,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을 수용한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 30년 동안 주창했던 햇볕정책으로 만들어 낸 역사의 한 페이지를 불법이라는 얼룩진 페이지로 탈바꿈시켜 버린 것이다. 국가를 위한 대통령의 정치적 통치행위를 법조인의 시선으로 해석하며, 단죄를 시켜 버린 의외의 결과였다.

군사독재정권으로부터 빨갱이란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꾸준히 펼쳤던 김대중 대통령의 통일을 향한 희망은, 정통 민주당의 이름으로 정권연장을 이룬 자신의 후임자에게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당시 변호사 출신이었던 문재인 민정수석 역시도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그러면서도 햇볕정책으로 이룬 효과는 노무현, 문재인 정권 내내 특수로 누렸다는 사실은 노무현, 문재인 두 대통령의 또 다른 이질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비주류 정치인이었던 노무현을 주류정치를 할 수 있는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정통민주당인 새천년민주당을 해체시켜 버린 사실이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과 정치철학이 모태가 된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하여 노무현 만의 새로운 정치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으로 시작된 노무현의 정치는 새천년민주당을 빈집으로 만들어 버리고, 그 빈집을 지키려고 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측근들을 정치권력을 앞세워 정치권에서 배제시켜 버렸다. 

그리고 친노라 이름 지어진 노무현 사단과 권력을 향해 집단으로 따라 나선 새천년민주당의 본류에 속해 있었던 정치세력과 혼합이 되어, 노무현 대통령을  큰 축으로 하는 주류의 새로운 권력 체계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소속 정당을 부정하고 인적구성을 달리한다면, 두 말이 필요 없는 정치철학이 다름을 스스로가 인정한 것이다.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고, 어제의 아군이 오늘의 적이 될 수 있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아군이 될 수 있다"라는 정치풍설을 그대로 증명해 준 장면들이다.

독재군사정권이 아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러한 정치철학의 서로 다름에 있어서 그 누구도 탓 할 수는 없다.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건설하는데 있다"라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는 이상, 정치인으로서는 자신만의 확고한 정치철학을 펼치는 건 필수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인의 정체성과 정신 그리고 정치철학은 뿌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른 것과 섞이지 않는 자신만의 특별함과 유일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만이 서로 비교가 되고, 정당한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적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지금의 무능하고 불안한 현실정치가 안정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철학의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의 기본기에 충실하면서 상대를 존중해 주고 양보와 합의를 통해 국가 발전을 위해 수준 높은 정치를 선보인다면, 그 대가는 곧바로 국민의 삶에 그대로 적용이 되면서 국민의 삶의 만족도는 더욱 더 높아질 것이다.

정치의 수준이 현저히 떨어져 있는 현실정치를 지켜보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의 고통 속에서도 힘겹게 버티고 있는 국민들은 지쳐만 가고 있을 뿐이다. 정치다운 정치를 맛보기 위해 한 없이 기다리고 있는 국민들의 그 기다림은 아마도 그리 길지가 않을 것이다. 불과 1년 남짓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의 모든 정치인들은 각성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