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야말로 인류 보편의 가치이다.

인권은 한 나라 안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제정치 영역이기도 하다.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한민국은 북한 인권에 대해 믿지 못할 정도로 냉담하다. 우리 헌법상 북한 주민은 명백히 우리 국민에 속한다.

헌법이 추구하는 최고 가치는 인권이다. 국가는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존재한다. 지금도 북한 정치범수용소에는 수십 만 명이 갇혀 참혹한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국경을 탈출하는 북한 주민들이 사살되는 등 생명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는 소식이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린다. 우리가 북한 인권을 소홀히 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주민들의 고난에 찬 탈출행렬이 시작됐다. 대부분 중국을 통해 탈출하고 있는 이들의 목적지는 한국이다. 그러나 중국은 대다수 탈북 주민들을 체포하는 대로 북한에 송환하고 있다. 송환되는 사람들에게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이런 현실을 눈으로 보면서도 역대 장권은 침묵했다. 탈북자를 한국에 보내라고 중국에 딱 부러지게 요구하고 설득하는 당연한 조치가 미흡했다.

탈북주민들의 인권은 곧 대한민국의 문제이며, 국제사회는 이들에 대한 반인륜 범죄를 저지할 권능을 가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우리의 요구는 정당하고, 중국 또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視線)과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북한 인권을 개선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와 우리의 노력은 참으로 대조적이다. 유엔 총회는 2013년 12월 18일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난 2005년 유엔 총회가 최초로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한 번도 거르지 않았으니, 10년이 넘는 세월이다.

전 세계가 앞장서서 북한을 최악의 인권 유린국으로 규탄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 총회의 북한 인권 결의안은 정치범 수용소의 폐지와 북한으로 강제 이송된 탈북자들의 참혹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북한 인권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해오고 있다.

미국은 북한 인권 관련 법안을 2004년에, 일본은 2006년에 제정해서 시행해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13년 1월 탈북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북한 어린이 복지법’도 만들었다.

캐나다 정부는 2013년부터 ‘북한 인권의 날’을 지정, 북한 주민들이 더 이상 인권 유린을 당하지 않도록 각종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제사회가 기울이는 북한 인권 개선 노력은 가상하고 적극적이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뒷짐을 지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국회는 2005년에 북한 인권법 제정안을 처음 발의한 이래 폐기와 재발의를 거듭하면서 법안을 제정하지 않고 있다가 2016년에서야 인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10년 넘게 있다가 가까스로 통과는 됐지만 인권재단은 출범도 못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북한 인권법안이 북한 정권을 자극할 수 있다면서 반대해왔다. 허무맹랑한 주장이다.

물론, 이런 반대 이유가 북한 주민의 인권 유린을 못 본 체하자는 주장이 아니길 바란다. 헌법상, 우리 국민인 북한 주민이 인권을 누리게 하자는 법안을 방치해온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북한 인권재단은 출범도 하지 못했으니 어찌된 일인가?

튀니지에서 촉발된 재스민혁명이 아랍세계 전역으로 확산됐다. 이 혁명으로 국민을 억압하던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의 낡고 병든 독재정권들이 차례로 무너졌다. 재스민혁명의 성공을 뒷받침한 국제사회의 개입 명분은 다름 아닌 인권이었다. 그 어떤 정권도 국민의 인권을 유린할 수 없다.

폭압적 권력에 저항하는 국민을 살해하거나 압제와 기아(饑餓)에 시달리다 못해 국경을 탈출하는 국민에게 총을 쏘는 행동은 반인륜 범죄로서, 이는 곧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하게 된다.

통일 전 서독은 동독 탈출주민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해, 통일 직전 그 수효가 100만 명에 이르렀다. 1989년 9월 30일 당시 서독 외상 겐셔(Hans-Dietrich Genscher)는 프라하에 있던 탈 동독주민 6,000명을 특별열차를 이용해 한꺼번에 입국시키기도 했다.

줄잡아 탈북자가 30만 명이 넘는 오늘, 한국에 들어온 사람은 고작 2만 6천 명 남짓이다. 그나마 그들을 포용하는 정책이 소극적이어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정부는 목숨을 걸고 탈출한 주민들을 강렬한 의지로 포용하는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국제사회와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신성불가침한 탈북주민들의 인권을 뜨겁게 포용하는 일로부터 통일의 문이 활짝 열릴 것으로 믿는다.

류근찬

‘통일이 답이다’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