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77)이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14일 검찰에 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앞서 제기했던 정치보복을 시사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으며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검찰 조사에서도 '혐의 전면 부인'이라는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14분쯤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출발해 9분여 만인 오전 9시23분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중앙지검 현관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선 이 전 대통령은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히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정치보복을 뜻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지만 100억원대 뇌물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례에 따라 수사를 총괄하는 한동훈 중앙지검 3차장검사와 간단한 티타임을 가진 뒤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간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이 조사받은 1001호 특별조사실에서 신문이 진행된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특수2부 송경호 부장검사(48·사법연수원 29기)와 첨단범죄수사1부 신봉수 부장검사(48·29기)가 교대로 진행한다. 송 부장검사는 뇌물관련 의혹, 신 부장검사는 다스 관련 의혹에 대해 파헤친다. 이복현 특수2부 부부장검사(46·32기)는 조서를 전담해 작성하면서 신문에도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을 강훈 변호사(64·14기)와 법무법인 바른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는 피영현 변호사(48·33기), 김병철 변호사(43·39기)와 MB정부 시절 대통령실 사회통합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 출신의 박명환 변호사(59·32기) 등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검찰과 치열한 법리공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신문 전 과정은 이 전 대통령측의 동의 하에 영상녹화로 기록되며 향후 재판에도 활용된다. 영상녹화는 피의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소환조사때 이를 거부해 서면진술서만 남겼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유용, 다스 실소유·경영개입, 인사·공천청탁 뇌물, 차명재산·비자금 조성·뇌물수수·직권남용·횡령·배임·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20여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동안 관련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 전 대통령측은 국정원 특활비 수수에 대해서는 "특활비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에 대해서는 "다스의 미국 소송에 관여한 바 없다"고 관련 혐의를 부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