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남북분단사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통일노력사이기도 하다. 통일은 민족의 한결같은 숙원인 동시에 지상과제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통일 그 자체의 실현에 집착하기보다는 분단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그 바탕 위에서 평화통일을 성취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 또한 우리 민족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인가?

하나의 민족인 남북한은 8·15 해방과 동시에 분단을 맞으면서 서로 다른 체제를 구축하고 적대적인 관계로 발전해왔다. 장구한 한민족의 역사성을 지녀온 민족주의는 존재했으나 그것이 분단민족으로 나눠진 채 하나의 민족국가로 건설되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는 분단민족에서 통일된 단일민족으로 전환하는 것이 궁극적인 과제로 남게 되며 여기에 통일의 당위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우리가 남북 평화통일을 이룩해야 되는 당위성은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로 우리는 유구한 역사를 지녀온 단일 민족국가이다. 이 전통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지구상에 우리 민족만큼 오랫동안 단일 민족국가로서의 정치·문화 전통을 유지해온 국가는 일찍이 없었다. 반세기가 넘는 분단사는 우리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외부의 강요에 의해 중단된 부끄러운 역사이다. 면면이 끈기 있게 이어져 온 단일민족 공동체가 외세에 의한 분단 때문에 일시적으로 훼손된 것이다. 우리 민족이 분단의 장벽을 허무는 일은 단일 민족국가로서의 전통을 계승하고, 나아가 민족정기를 회복해야 된다는 점에서 너무도 당연하며 기필코 이뤄내야 할 민족적 염원이다.

둘째, 남북 분단의 고통과 불안을 더 이상 지속시켜서는 안 된다. 우리 민족은 6·25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도 경험했다. 우리 민족 최대의 비극인 이산가족의 생이별 고통 역시 생생하게 남아 있다.

셋째, 무한 경쟁시대를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과도한 분단 비용을 생산과 복지 증대를 위한 재원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세계는 국제 경쟁력을 확보한 국가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한이 소모전을 지속한다면, 경쟁력이 약화되어 하류 국가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적 분단 비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주변국들 남북한을 분리해서 지배하고자 하는 기도가 그것이다. 주변국들의 편의에 따라 남북한이 좌지우지되지 않고, 또 굳이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을 주변국들이 강요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분단비용은 분단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유형, 무형의 모든 비용을 의미하며, 소모적·대립적·갈등적 비용이나 다름없다. 분단비용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경제적 자원의 낭비를 들 수 있다.

현재 남한은 국민총생산의 3% 이상, 정부예산의 약 20% 정도를 국방비 할당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교육, 복지, 사회간접시설 투자 등에 대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국민총생산의 약 27%를 국방비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것이 북한의 경제난을 가중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분단비용에는 이밖에도 역사발전의 왜곡, 전쟁위협,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인한 사회심리적 억압, 이산가족의 아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남북한의 경쟁으로 인한 자원의 낭비, 민족적 역량의 소모, 국제적 이미지 저하 등의 부정적 측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통일비용은 통일과정 및 통일 후 통합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형·무형의 모든 비용을 의미한다. 통일비용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경제적 비용이며, 여기에는 여러 가지 부문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과도적 상황관리를 위한 위기관리 비용, 남북한의 법적·제도적 통합에 수반되는 비용, 북한지역의 사회간접시설 투자비용, 북한지역 주민의 생활보장을 위한 사회보장성 비용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통일비용은 낭비적·소모적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생산적 투자라고 할 수 있으며, 북한지역 건설을 위한 투자와 같이 경제적 파급효과가 남북한에 모두 미치는 측면도 있다고 하겠다. 또한 통일비용은 통일 후 예상되는 여러 가지 이익을 위한 최소한의 경비라는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군사비 감축, 시장 확대, 남북지역간 산업 및 생산요소의 보완성 증대, 국토이용의 효율성 증대, 한민족의 생활공간 확대, 국제적 위상 제고 등 여러 가지의 이익을 상정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넷째, 통일이 이루어지면 우리는 21세기 국제사회의 주역으로 부상할 수 있다. 한국은 현재 세계 10위권 안팎의 교역대국이다. 여기에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이 결합된다면 민족의 경제력은 더욱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지정학적 위치를 적극 활용하여 한반도 주변국들 사이의 ‘안정자’ 내지 ‘균형자’로서의 외교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될 수 있다. 탈냉전시대의 보편 경쟁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아 민족 번영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같이 통일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지금 통일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평화적인 방도이자 민족의 발전과 번영을 약속하는 방법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감상적인 통일지상주의보다는 각 분야에서 남북이 화해하고 교류협력을 늘려감으로써 평화통일의 징검다리를 하나씩 놓아가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통일로 가는 길은 우리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측의 호응과 협조가 필수적으로 뒤따를 때 가능한 것이다. 북한은 현재 내부자원의 고갈 등으로 심각한 경제위기상황에 빠져있다. 그들의 경제파트너였던 사회주의 국가들이 사라진 상황에서 서방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교류협력이 불가피하다. 북한이 살아남기 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기초한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은 시장경제에 기초하고, 자유민주주의적인 정치양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하게 된다.

지금은 우리의 아량과 노력이 종국에는 꼭 좋은 결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한 때이다. 역사의 긴 호흡으로 보면, 통일문제는 결국 어느 체제가 세계사적 전개에 부합되고 민족성원의 삶의 질을 보장해 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바로 여기서 북한체제의 변화와 함께 통일에 이르는 길은 길고 험난할 수밖에 없으며, 결코 서둘러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통일은 우리나라가 다가오는 21세기 아시아·태평양권 시대의 주역으로 발돋움해 나가기 위한 필수적 조건이 된다.

바야흐로 세계문명의 중심이 유럽에서 아시아·태평양권으로 넘어오고 있다. 오늘의 세계는 모든 나라가 이념과 국경을 넘어 하나의 지구촌을 이루고 있다. 21세기 세계화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한 목표는 통일된 세계중심국가가 되는 것이다.

류 근 찬

‘통일이 답이다’ 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