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문제는 민족내부의 문제임과 동시에 국제문제이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북대화를 중단 없이 지속하면서 주변의 안보·외교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결국 평화적인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뿐만 아니라 주변 4강의 합의와 협조가 필요하므로 이들이 한반도통일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고 통일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알아야하며, 또한 그들의 한반도통일에 대한 인식을 우리의 정책방향과 조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일본으로부터 통일에 대한 확고한 이해와 지지를 사전에 확보

한반도통일에 대한 주변 강대국의 인식은 지정학적인 입장에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즉 주변 강대국들은 한반도를 동북아의 지정학적 중심축으로 간주하고 자국의 절대적 지배가 아니면 어느 특정 국가의 일방적인 지배하에 놓이는 것을 반대한다. 또한 남북한 주도의 이른바 자주적인 한반도 문제 해결이 자국의 기존 영향력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을 우려한다. 따라서 주변 4강은 한반도에서의 통일이라는 큰 변화에 대해 개입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주변 4강의 한반도통일에 대한 입장은 통일보다는 현상유지를 바라는 측면도 있다.

먼저 미국의 입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6.25전쟁 이후 미국은 한반도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1953년 이래 미국은 남한과 중요한 동맹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통일 이후에도 자신의 국가이익이 보장된다면 기본적으로 통일에 우호적 입장을 견지할 것이다. 그러나 통일한국이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거나 동북아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될 조짐이 보인다면 한반도통일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일본 역시 한반도통일에 대해 미국과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은 안보적으로 상당한 이익을 보고 있으며 중국·러시아와의 안보적 갈등을 완화하고 있다. 만약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주일미군이 중국·러시아와 최전선에서 정면으로 대치하는 상황은 일본에 유리하지 않다. 또한 한국 주도로 통일이 된다면 일본은 인접국에 또 다른 경제대국이 등장하는 것이라고 판단해서 우려를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의 입장은 안보적인 측면에서 일단 미국에 의존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만약 미국이 한반도통일을 찬성한다면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펼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일본과 같은 우방국들의 통일에 대한 확고한 이해와 지지를 사전에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탈냉전 이후 미국과 일본의 군사력·경제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동북아와 한반도에서 세력균형자 및 안정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반도통일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풀어 나가기 어렵다. 즉 미국과의 관계가 긴밀하지 못하다면 통일 이후 한반도 및 동북아에 대한 영향력 감소를 우려하는 미국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만약 이런 상황이 된다면 통일은커녕 남북한 관계의 진전도 도모하기 어렵고 나아가 한국의 안보상황도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러시아를 우리의 통일정책 지원세력으로 전환시킬 정책 필요

비약적인 경제성장으로 미국과 함께 G2의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도 매우 중요하다. 중국은 북한과 군사동맹을 맺은 유일한 국가이다. 그러나 북한에게 있어 중국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정치적 동지임에 반해, 중국에게 있어 북한은 1992년 한중수교 이래 북한과의 발전방식의 차이, 경제지원에 관한 문제 등에 있어 다소 ‘귀찮은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협상과정이나 남북한 군사적 마찰 등에 있어서 중국이 항상 북한의 입장에서 후견인 역할을 하는 것은 북한이라는 존재가 유지되는 것이 자국의 국가이익에 이롭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서는 남한 주도의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주한미군과 국경선을 맞대는 결과가 일어날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따라서 이념적으로도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또한 미국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북한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잃지 않고자 한다.

한국은 중국과는 경제적 상호관계를 심화시켜 그 효과가 안보적 협력관계로 발전되도록 중·장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중국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도록 유도하고 또한 한국의 통일에 지원세력이 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편 러시아는 소련의 붕괴과정에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다소 약화되고 또한 북한과의 군사 협조관계도 낮아졌다. 그러나 러시아는 여전히 미국 다음의 군사강국이며 북한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남한과의 경제적 협조를 통한 이익이 커진 상황에서 한반도통일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중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군사안보적인 측면에서 러시아 역시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감소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우리의 통일정책을 지원하는 세력으로 전환시키는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통일 이전이라도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각각 또는 동시에 참여하는 3각 또는 4각의 협력관계를 개발·추진하여 한반도통일이 자국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철도와 도로망의 연결을 통해 물동량을 늘리고 접경지대에서 공동 산업단지를 활성화하고, 시베리아 등에서 에너지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동북아의 안정적 안보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다자간 안보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통일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주변 4강은 한반도통일이 자국의 안보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경험들을 분단시기인 지금부터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즉 한반도통일이 주는 이익이 우려보다 크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류 근 찬

‘통일이 답이다’ 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