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문제는 민족내부의 문제인 동시에 국제문제라는 이중적 성격을 지니므로, 남북한의 합의뿐만 아니라 주변4강의 협조기 필수적이다.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가교(架橋)국가로서의 지리적 이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한·미·일, 한·중·일 등 다양한 3자 관계를 중첩적으로 발전시킴으로써 통일한국의 국제적 이익을 증대시켜야 할 것이다.

통일외교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 한반도 주변4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로부터 우리의 통일정책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외교적 노력을 의미한다.

통일문제는 민족내부의 문제인 동시에 국제문제라는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통일과정에서 주변국의 협조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통일과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획득하기 위한 통일외교는 통일정책의 핵심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서독 역시 동독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함과 동시에 독일통일이 유럽의 평화와 안보의 틀 속에서 추진된다는 국제적인 신뢰를 심어주기 위한 많은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동북아의 역동적 변화에 따른 외교노력 절실

탈냉전 이후 형성되고 있는 21세기 신국제질서는 냉전시대에 비해 복합적이고 유동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세계질서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이 부상하고 있어 그 복잡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동북아 정세 역시 중국의 부상과 미·일 동맹의 조정 움직임에 따라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은 기존의 양자동맹 체제를 유지·강화하면서 이를 다자협력 체제로 보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일본은 미·일 동맹의 조정과 함께 ‘동아시아공동체론’을 구현하고자 하고 있으며, 중국은 동아시아의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는 한편 '평화발전론’을 내세워 중국의 부상에 대한 주변국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동아시아의 주요 현안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신국제질서의 등장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안보환경 변화는 우리에게 통일을 향한 외교적 노력을 더욱 요구하고 있다.

동맹외교뿐 아니라 주변국과의 중첩적 협력관계 필요

통일외교는 6자회담을 중심으로 북한을 상대로 하는 외교적 노력이 경주되어 왔으나,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국제무대에서 한반도 통일 상황을 준비하고 주변 환경을 정비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분단이 국제관계의 역학구조에서 크게 영향을 받은 것처럼 통일 역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강의 역학관계가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한반도의 상황은 북핵문제가 압도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만,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한반도 비핵화와 동시에 동북아 안보환경의 변화를 수반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다자간 협력의 과정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대한 주변 4강의 지지와 협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의 지리적 조건은 통일의 추진과정에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세계의 주요 강대국이 모두 관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따라서 통일외교는 한반도 주변 4국과의 관계를 튼튼히 하고 이들로부터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과 통일 정책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통일외교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협력 틀’이라는 차원에서 주변 4국과 양자·다자적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주변 4국과의 협력관계 증진은 상호 이해와 신뢰를 구축하는 토대 위에서 새로운 협력질서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가교(架橋)국가로서의 지리적 이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중국, 일본, 러시아와의 양자관계를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한·미·일, 한·중·일 등 다양한 3자 관계를 중첩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은 북한체제의 변화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이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북한, 주변 4국, 그리고 국제사회에 대한 통일외교 전략을 단계적으로 구분하여 실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통일외교는 단기적인 현안 해결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정부간 차원에서는 물론 의회, 연구기관, 언론, 민간 등 다차원에서 협력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주변국 사회와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통일정책에 대한 지지와 협력의 뿌리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류근찬

‘통일이 답이다’ 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