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이후 북한은 남한에 대한 공산화통일을 목표로 하는 통일 정책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체제의 존립위기를 맞으면서 ‘선 남북공존·후 연방통일’의 방어적 전략을 강조하게 되었다.

현재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은 연방제 통일국가단계, 즉 높은 단계의 연방제로 나아가기 위한 잠정적·중간적 과정을 말한다.

분단 이후 북한은 남한에 대한 공산화통일을 목표로 하는 통일정책을 지속해 왔다. 그런데 그 방법에 있어서는 국내외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선택해왔다. 6.25전쟁 이전 북한은 ‘선(先) 북한 내부 및 남북한 간의 민족통일전선 강화·후(後) 무력통일’ 전략을 사용하였다. 1950년대 6.25전쟁 이후에는 대외적으로 평화통일을 선전하면서도 대남관계에 있어서는 ‘반제·반봉건 민주혁명’의 수행과 더불어 ‘선 북조선혁명역량 강화·후 남조선해방’ 전략을 추진했다.

‘남북총선 통일’에서 ‘연방제 통일’로 전환

1960~1970년대에는 우월한 힘을 바탕으로 하는 이른바 ‘패권적 허명통일’ 전략을 선택하였는데, 북한 자체의 혁명역량 강화 상황 및 남한 혁명역량의 변화에 따라 1960년대에는 ‘선 남조선혁명·후 조국통일’ 전략을, 1970년대에는 ‘선 남조선혁명·후 합작통일(과도적 연방제)’을 추진했다. 그리고 1980년대에 들어와 남북한 간의 국력 격차가 확대되면서 북한은 선전적 차원에서 ‘패권적 혁명통일’ 전략을 포기하고 ‘대등적 연방통일’ 전략을 제시하면서 ‘선 민족자주정부수립·후 연방국가 창설’ 전략을 추진했다.

큰 맥락에서 북한의 통일방안은 분단 초기 ‘남북총선 통일’에서 ‘연방제 통일’로의 변화되었다. 또한 연방제 내용도 과도적 조치에서 최종형태로, 그리고 다시 잠정적 성격으로의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철수’와 ‘민주정권의 출범’과 같은 선결 조건들은 변함없이 주장되었다. 예를 들어 북한은 1970년대 초반까지 주로 ‘남북총선을 통한 통일 정부수립’ 방안을 제시하였으며, 1960년대 초반부터는 ‘연방제’ 방안을 차선책으로 제시하기 시작했다.

또한 ‘연방제’도 1960~1970년대의 총선을 위한 과도적 조치로서의 ‘연방제’ 및 ‘고려연방제’ 방안에서 1980년대의 통일국가 최종형태로서의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으로의 변화가 있었다. 1990년대에는 잠정적 성격의 ‘1민족·1국가·2제도·2정부’의 연방제 안이, 2000년대에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제시됐다.

3대혁명 역량의 전반적 약화에 따라 체제유지에 있어 위기적 상황에 직면하게 된 시점인 1990년대에 들어 연방제는 공존적 통일방안으로서, 그 형식만 통일방안이지 실제에 있어서는 김일성·김정일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분단 관리방안으로 평가된다. 각 시대별로 등장한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은 1960~1970년대의 과도적·중간적 단계의 남북연방제 안, 1980년대의 완전한 통일단계(높은 단계)의 연방제 안, 1990-2000년대 현재의 잠정적·점차적 단계의 연방제 통일방안이라는 변천과정상 특징을 기준으로 하여 3가지 구분에 따라 각각 그 개념과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기중심적이고 여러 모순 내포한 북한 연방제

전체적으로 북한의 통일전략은 ‘선 남조선 혁명·후 공산화 통일’ 노선으로 체계화하여 전개되었고, 사회주의체제에 의한 조국통일이라는 북한의 전략이 쉽게 변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일성 사후 발표된 김정일의 통일 관련 논문 및 서한을 살펴보면, 북한은 여전히 대남전략 차원에서 남한의 통일역량 강화를 저해하는 등 남한정부를 배제하려는 기존 통일전선 전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또한 2002년 10월 제2차 북한 핵문제의 대두와 함께 소위 ‘민족공조’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북한은 2003년 신년공동사설에서 한반도 정세를 ‘조선민족 대 미국의 대결’로 규정함으로써 핵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에 맞서 남북이 공동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민족공조론은 우리 내부에 반미 분위기를 조성하고 내부 분열을 조장하여 남남갈등을 유발시키며,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측으로부터 지원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통일방안은 기본적으로 공산화 통일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전술적 방안으로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국가보안법 폐지, 공산주의 활동 합법화 및 주한미군 철수 등과 같은 연방제의 선결조건을 요구함으로써 상대방의 실체에 대해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논리적 차원에서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며 자신의 주장을 보편적으로 적용시키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둘째, 선결조건과 연방구성 원칙 사이에 논리적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 선결조건에서는 상대방의 이념과 체제를 부정하면서도 연방제의 구성 원칙에서는 남북의 사상·제도의 차이를 상호 인정하는 기초 위에서 하나의 연방국가를 형성하자고 주장하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셋째, 연방정부와 지역정부 간의 관계 설정이나 연방정부의 구성방법 등에 있어서 비현실성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연방제는 중앙정부와 이념과 체제가 다른 남과 북의 지역정부로 구성되어 있다. 인류 역사상 이념과 체제가 다르면서 연방의 방식으로 통일을 이룩한 사례가 없으므로 현실적으로는 지역정부 간 이념과 체제가 다른 경우에 연방의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겠다.

이와 같이 북한의 통일방안은 북한 체제의 규범적 당위성에만 기초한 것으로서 비현실적이며 따라서 남북공통의 가치나 행동양식에 기반을 둔 합리적 통일방안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질적인 이념과 체제의 대표로 연방정부를 구성할 경우, 상호 간의 대립이나 입장차이 때문에 전반적인 의사결정에 실패하게 되는 한계를 지닌다.

류 근 찬

‘통일이 답이다’ 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