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은 동북아는 물론이고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는 탈냉전, 화해협력의 시대로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는 아직도 냉전의 고도(孤島)로 남아있다.

한반도가 통일이 될 때, 전후 70년 동안 지속되어온 냉전 체제는 비로소 완전히 청산되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나아가서 세계평화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통일은 반드시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전쟁에 의한 통일은 피해야 한다. 과거 이승만 대통령 시대에 우리는 북진정책을 통일을 위한 수단으로 하였지만, 70년이 지난 지금 무력분쟁은 통일의 당사국 모두를 파멸로 이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욱이 6.25전쟁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군사력을 갖추고 있는 남북한 간에 무력분쟁이 발생한다면, 이는 한민족의 생활터전 자체를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음을 정확하게 인지하여야 한다.

평화적 통일과정에서도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통일 정부는 분단의 장기화로 하나의 국가, 하나의 제도, 하나의 정부체제를 이루는데 상당한 갈등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 분야의 통합에도 일정기간 진통이 예상된다. 동시에 남북한 청소년들은 새로운 교육제도와 교과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둘째, 북한주민들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적응하는데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탈북자 문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반세기 이상 공동생산과 공동분배라는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길들여져 온 북한주민들은 개인의 경제를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북한주민의 경제적 부적응은 지역 간의 소득격차를 발생시키고, 남북한 주민들 간의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 문제는 독일통일 이후 동독주민들의 실업증가와 동서독 간 빈부격차의 심화, 이에 따른 동서독 주민들 간의 사회적 반목과 갈등에서도 확인된다.)

셋째, 남북한 주민들 간에 사회통합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통일과정과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 간에 나타날 정치·경제적 분야에서의 갈등과 마찰은 필연적으로 남북한 주민들 사이의 마음과 마음의 통합을 이루는데 어려움으로 나타날 것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국가통합 과정에서 국력이나 경제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체제가 열세에 있는 체제를 흡수하거나 주도권을 행사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통일을 주도하는 체제의 경쟁력은 더욱 중요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통일을 주도하는 국가는 공고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분열된 국가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또한 통일을 주도하는 국가는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 정치·경제적 불안정은 통합과정에서 내전 발생의 가능성을 높여주며, 내전 발생은 통일 전보다 더욱 악화된 관계로의 진행도 가능하게 한다.

넷째, 통일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일비용 문제이다. 통일비용은 서로 다른 이질적인 남북의 두 체제가 통합되어 통일국가로 안정된 상태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체제통합 비용으로서 통일준비 및 통일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상황관리비용과 통일 이후 남북한 제 분야의 통합비용, 즉 정치·군사·경제·사회·문화 등 제도통합 비용 등이 포함되며, 북한의 경제력을 일정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소요되는 투자비용 등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우리는 통일비용을 단순히 비용지출에 대한 우려를 표면화하지 말고 앞으로 다가올 통일에 대한 투자, 즉 통일이후 남북한이 경제적으로 취할 수 있는 경제력의 바탕과 기회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화적 합의에 의한 통일준비를 해나가는데 주도면밀한 검토와 대비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언제 통일이 되더라도 북한의 체제를 한국의 기존 질서에 마찰 없이 융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남북한 간의 통치기구 및 기관을 통합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준비도 필요하다. 이는 통일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치·경제·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제도적 토대가 될 것이다.

현재 남북한은 판이하게 다른 제도와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통일이 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통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통일을 논의하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어떻게 통일 정부를 구성할 것인가, 통일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등에 대한 남북한 간의 대화와 제도적 준비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류 근 찬

‘통일이 답이다’ 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