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냉전구도와 통일여건은 동서독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열악하다. 1945년 이래 남북의 분단 상황은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긍정적인 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금처럼 우리가 분단관리정책으로만 나갈 경우, 남북 분단은 장기화되고 통일의 시기도 멀어지게 될 것이 뻔하다.

남북 분단을 빨리 종식시키고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극적인 통일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여기에 북한체제의 변화를 이끌어 낼 대북정책, 주변국으로부터 통일한국에 대한 지지를 끌어낼 통일외교정책, 그리고 국내적으로 남남갈등을 해소하면서 통일의지를 한층 다질 수 있는 통일기반의 조성정책이 포함되어야 한다.

1) 「북한의 1989 동독화」

현재의 북한 지도부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추구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북한에 고르바초프나 등소평 같은 지도자가 등장하여 핵개발을 포기하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도모하며, 개방과 개혁을 통해 경제개발의 동력을 일구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북한사회가 민주화되어 한국사회를 동경하는 주민들로 넘쳐나고 온건노선의 군(軍)이 존재할 때, 비로소 통일의 물꼬가 트일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대북정책의 핵심 목표는 북한을 1989년 동독 수준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이른바 「북한의 1989 동독화」가 되어야 한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①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지도자의 등장, ②북한사회의 민주화, ③북한주민들의 친(親)한국화, ④군부의 온건 노선화가 필요하다.

이 중 우리가 주력할 수 있는 분야는 북한사회의 민주화와 북한주민들의 친한국화이다. 무엇보다 북한사회에 외부사조의 물결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회에 통용되는 규범이 자리 잡도록 북한식 개혁·개방을 유도해야 한다.

북한주민들은 세습을 거부하고 인권유린을 타파할 역량을 키울 수 있게끔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북한 내에 실용주의 지도부가 등장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공조하는 한편, 북한이 핵개발을 강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및 압박에도 동참해야 한다.

2) 확실한 통일 준비

한반도 냉전구도의 해체를 위하여 우선은 대내적인 통일 준비부터 착수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가 통일의 기본원칙이다.

북한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북한지역의 인프라를 새로 구축하고, 북한 주민들에 대한 사회보장을 책임져야 한다. 우리 사회 내의 이념, 지역,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해외동포까지 포함한 8천만 한민족이 행복해지는 진정한 통일을 이룰 수 있다.

학교나 공공기관, 민간단체를 통한 대대적인 통일교육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는 것도 긴요하다. 건강한 대북관, 안보의식과 균형 잡힌 통일 논의는 필수요소이다. 이 흐름 속에서 한국의 체제를 부정하는 종북세력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시대착오적인 이념 세력은 통일을 방해할 뿐이다.

통일 이후의 통합과정을 순조롭게 이끌기 위해서는 일정한 재정지출이 불가피하다. 우리는 부단히 국력을 키우면서 이를 준비해야 한다.

통일독일이 동독재건을 위해 투입한 돈은 줄잡아 1조6천억 유로(1990-2009년)로 추계된다. 이는 독일 GDP의 약 4%, 동독지역 GDP의 30%에 해당되며, 매년 평균 약 1,000억 유로가 동독으로 유입되었음을 뜻한다. 이처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었던 배경은 ①독일 통일이 갑자기 이루어진 상황에서, ②동독이 서독에게 일방적으로 흡수당하는 형태로 진행되었고, ③동서독 경제통합 과정이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의해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서독정부가 동독 내의 대량 실업과 산업 공동화 현상 등과 같은 시행착오를 범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남북한 간의 경제력 격차는 통일 이전 동서독의 경우보다 훨씬 크다. 남북 통합을 주도해야 하는 한국의 경제력은 서독에 비해 크게 열세인 점을 고려할 때, 통일비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독일보다 더 많은 변수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1989년 동독의 GDP는 서독의 15%였던 반면, 2012년 북한의 국민총소득(GNI)은 약 300억 달러로서 1조1,400억 달러인 한국의 1/38수준에 불과하다. 서독은 주민 6천만 명이 동독주민 1천600만명을 책임져야 한다. 4:1의 비율이다. 한국은 5천 만 명이 북한 주민 2천500만 명을 감당해야만 한다. 2:1의 비율이다.

따라서 한국은 국력을 크게 신장시켜야 하며, 동시에 분단기간 중 긴밀한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의 경제력을 최대한 끌어 올릴 수 있어야 한다. 독일의 실수를 반면교사로 삼아 통일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간 정책을 조율하여 추진해야 하겠다.

독일의 경우는 통일 초기 단계에서 매년 10% 이상 연금이 상승했다. 동독 주민들의 40%가 정부의 사회보장지원으로 생계를 유지하였다. 독일은 정부 총예산의 약 60%가 사회복지 예산이다. 부자나라 독일도 재정부채가 증가하고 투자 여력이 상실되어 국내 경제침체로 이어졌다.

한국은 사회보장제도를 북한에 확대·시행하되,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 남북은 통일 후 당분간 경제침체가 예상되는데, 기존의 사회복지 수준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경제 활력을 저하시키는 과도한 사회복지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통일 한국의 기상도를 흐리게 만들 수 있다. 통일을 위해서도 복지 포퓰리즘은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지역에 소비성 지출은 줄이고 투자비용을 확대해야 한다. 북한주민에 대한 기초생계는 보장하되, 인프라 및 생산시설의 정비 등 북한 재건과 분야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통일비용을 우려하여 통일을 주저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통일은 기회가 포착되면 언제든지 통일비용과 상관없이 달성해야할 민족적 과업이기 때문이다. 통일은 비용을 필요로 하지만, 분단비용의 지출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통일은 평화배당금(peace dividend)이라는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준다. 통일 이익과 혜택이 비용보다 헤아리기 힘들만큼 큰 것이다.

북한은 풍부한 천연자원과 저임금의 우수한 노동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 개발경험과 결합시켜 남북한 산업구조가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할 경우, 통일한국은 2050년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골드만삭스 세계경제보고서, 2009, 9).

류 근 찬

‘통일이 답이다’ 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