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한국의 정치체제는 자유민주주의의 구현을 기본적 출발점으로 한다.

통일한국의 권력구조와 관련해서는 대통령 중심제, 의원내각제 등 다양한 논의들이 존재한다.

통일한국의 정치체제를 수립함에 있어서 기본적 출발점은 ‘자유민주주의’이다.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도 절차와 제도가 잘 지켜지면서 안정과 복지를 누리는 나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는 이제까지 인류가 실험해 본 여러 형태의 정치체제 중에서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그런데 추상적으로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하더라도, 그 구체적 실현 형태는 나라마다 다양하다.

한국과 미국처럼 대통령중심제를 택하는 나라도 있고 영국, 일본과 독일처럼 의원내각제에 입각하는 나라도 있다. 한편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절충한 이원집정부제를 택하는 나라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프랑스로 대통령이 통일·외교·국방 등 외치분야를 맡고, 총리는 내정에 관한 행정권을 책임진다.

한편 독일과 미국은 연방제를 택하여, 연방을 구성하는 각 주에 대해 많은 자치권을 부여하고 있다. 같은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였다고 해도 한국은 국회만 존재하지만, 미국은 상하 양원제를 택하고 있다.

정치체제의 선택은 그 나라의 역사적 전통, 국민의 정치적 정서, 사회 내에 존재하는 갈등의 성격 등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정치체제의 선택에서 완벽한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 정치 체제마다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한 정치체제를 선택하면, 그것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선택하는 것이 된다.

그러면 이와 같이 다양한 정치체제 중에서 통일한국이 어떠한 정치체제를 선택해야 하는가? 통일한국의 정치체제에 관한 많은 연구에서 공통적 출발점 중의 하나는 통일이 되더라도 여러 격차가 상당기간 존재하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통일한국의 정치체제에 관한 연구의 핵심 주제는 이와 같이 상이한 발전수준의 두 지역을 정치적으로 통합하고, 상호 갈등을 완화하면서 상호 균등화를 촉진하는 데 효율적인 정치치제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이다.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다. 일부 학자들은 통일한국의 정치체제가 양원제를 기초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원은 남북한 1:1로 구성하고, 하원은 인구비례로 선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통일한국에서 남북한 인구비가 대략 2:1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인구 격차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현재의 북한 지역에 동등한 대표성을 주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역시 유사한 취지에서 통일한국의 정치체제에서 지방분권 원칙을 강하게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남북한은 지난 60여 년 동안 역사적 경험이 다르고, 당면하여 처리해야 하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문제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현재의 북한과 그 각 지역에 상당한 자치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과 관련해서도 한국 내에서도 지방자치의 심화와 지방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강소국(强小國)연방제’ 수립을 옹호하는 의견이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이와 같이 양원제와 지방분권 원칙을 수용하더라도, 여전히 전체 정치체제의 기본을 대통령제로 할 것인지, 의원내각제로 할 것인지에 관한 선택이 남는다. 남북한은 모두 역사적으로 강력한 중앙정부와 강력한 지도자에 의해 통치되어 왔다. 그렇다면 아마도 정치전통상으로 보면, 통일한국은 대통령제를 선호할 것이다.

만약 대통령제를 선택하는 경우, 부통령 직책을 설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대통령과 부통령이 남북한 각 지역 중의 한 곳을 대표하도록 함으로써, 남북한 간에 균형을 취하는 것이다.

남북한 통합과 협력에 증진할 수 있는 제도

그런데 한국에서의 대통령제의 경험을 비판하면서 의원내각제의 장점을 부각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의원내각제는 사회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치세력이 정치권에 대표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며, 정치세력 간에 집권 다수당을 구성하기 위한 정치 타협을 촉성하는 경향이 있다.

대통령제는 강력한 리더십에 의해 정책 수행에서 효율성이 장점일 수 있지만, 여소야대가 등장하거나 대통령의 인기가 추락할 때는 식물 대통령에 의한 국정마비가 장기화될 수 있다.

의원내각제는 안정다수가 확보되는 경우, 총리가 대통령보다 훨씬 강력할 수 있다. 또한 통일한국에서 남북한 지역격차가 상당기간 현저할 것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이해상충을 관리하는데 의원내각제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의회 내에서 안정다수가 확보되지 못한 경우, 총리와 내각이 단명으로 바뀌면서 국정이 안정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것은 한국은 오랜 역사적 시행착오, 격렬한 내부 갈등과 타협을 통해 현재의 정치체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아직 북한에서는 그와 같은 변화과정이 발생하지 않았다.

다른 체제전환국의 경험에서 보았을 때, 특히 자유민주주의의 역사적 전통과 경험이 부족한 나라의 경우, 형식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립했더라도, 그 실질 기능상에서 매우 어려운 상황이 등장하곤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지역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정착하며, 효율적 정치체제로 기능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한국의 적극적이면서도 신중한 협조가 필요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통일한국의 정치체제는 통일한국이 당면한 정치적 과제에 부합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선택이 있으며, 선택마다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통일한국의 정치체제는 남북한 간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여러 격차를 감안하면서, 북한지역의 발전을 촉성하고, 남북한 사이의 통합과 협력을 증진하는데 효율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류 근 찬

‘통일이 답이다’ 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