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1948년 사이 우리는 통일을 하려고ㅡ남북 단일 통일정부를 만들려고ㅡ부단한 노력을 하였지만 이루지 못했다.

그 이유를 보면 첫째, 당시는 우리의 국력이 너무 약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60~70달러 수준의 세계 최빈국이었다.

둘째, 당시는 세계적 규모의 냉전이 막 시작될 때였다. 세계가 미국과 소련의 양대 진영으로 나뉘어 대립과 대결의 장으로 막 들어가던 때있다. 그래서 해방 직후 가난한 우리 약소민족의 통일 염원은 달성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첫째, 우리나라는 그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루고 중진국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머지않아 선진 일류국가의 문턱을 넘어설 그러한 국력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 국력이 세계에서 10~15위권 안에 들고 있다.

둘째, 이제는 세계를 양분하던 냉전의 시대가 끝났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승리로 끝났다. 냉전이 끝난 지 이미 20년이 넘었다. 우리가 아직도 분단되어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 세계의 강대국들도 그리고 이웃 나라들도 우리의 통일을 반대할 명분이 없다. 이제 통일을 하여야 한다. 이제는 우리의 의지와 열정이 문제이다.

통일에 대한 낮은 관심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낮다. 특히 1990년대보다 2000년대 들어와 더욱 낮아지는 것 같다.

1994년 통일연구원의 조사결과를 보면 “조사대상자의 91.6%가 통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8.4%만 불필요하다”고 답하고 있다. 그리고 “통일이 부담되어도 빠를수록 좋다”가 62.3%였다. 그런데 가장 최근 2013년 KBS 조사결과를 보면 “통일이 반드시 되어야 한다"가 24% 그리고 “큰 부담이 없다면 통일이 좋다”가 45.1%, 그리고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가 30.9%로 나오고 있다. “큰 부담이 없으면 통일이 좋다”까지 포함하여도 통일을 지지하는 층이 70% 미만이 되었다.

“부담이 되어도 통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층을 비교해 보면 1994년에는 62.3%였으나 2013년에는 24%로 크게 줄었다. 무관심과 반대가 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에 오면 더욱 심하다고 한다. 2013년 <동아일보>의 조사에 의하면 20대의 33%는 “통일이 절대 안 될 것이다”로 보고 있고 34%는 “통일하면 국력이 약화될 것으로 본다”는 결과도 있다. 통일하면 앞으로 가장 이익을 볼 젊은 세대가 어떻게 하여 이러한 비관적·부정적 견해를 가지게 되었는지 매우 답답하고 걱정이다.

2000년대의 변화만 초점을 맞추어보아도 통일에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소의 조사결과를 보면 2007년에는 조사자의 63.8%가 “통일이 매우 혹은 약간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반반이다”가 21.1%였다. “별로 필요 없거나 전혀 필요 없다”가 15.1%였다. 같은 기관이 2011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통일이 “매우 혹은 약간 필요하다”가 53.7%로 “반반”이 25%로 그리고“별로 혹은 전혀 필요 없다”가 약 21.3%로 나타난다. 2000년대의 변화만 보아도 통일에의 관심과 열정은 여전히 낮고 오히려 줄고 있는 편으로 보인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누구보다 대한민국 정치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 지금까지 통일의 꿈과 비전을 주장하는 국가지도자가 없었다. 앞에서도 지적하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분단관리와 현상유지를 목표로 하는 대북정책만 있었다.

북한을 적극적으로 변화시켜 통일의 시대를 열겠다는 통일비전과 전략이 없었다. 또한 그러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국가지도자도 없었다.

독일 통일 이후에 한국의 지도자들은 앞장서서“독일의 경우를 보니 통일비용이 막대한데 우리가 부담하기 어렵다. 그래서 빠른 통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흡수통일도 해서는 안 된다” 등을 주장하면서 돌아다녔다.

통일비용의 문제를 제대로 조사연구도 하지 않았다. 통일비용의 대부분이 실은 통일투자라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더구나 통일의 이익ㅡ그 이전에 통일의 가치ㅡ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비용만을 과장 선전하면서, 한마디로 분단유지 정책(two korea policy)을 주장하면서 다녔다.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그러한 크게 잘못된 주장들을 하고 다녔는지 알 수 없다. 여하튼 이 나라의 여야 정치지도자, 이름 있는 대학교수들이 그러한 주장을 하고 다니다 보니 일반 국민 사이에서는 통일을 민족 도약의 축복과 기회로 보지 않고, 국가의 위기나 국정의 부담으로만 보는 시각이 많아졌다.

‘통일을 하면 막대한 통일비용으로 살기가 훨씬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잘못된 생각을 많이 확산시켜왔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반통일적인 지도자들을 우리는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우리 국민이 통일에 대하여 관심이 아주 낮다는 사실과 그러한 여론조사 결과를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끼리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요 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보고, 한반도정책 수립자들도 모두 다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그들은‘대한민국 사람들이 통일에 큰 관심이 없으니,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는데 우리가 한반도 통일을 위하여 앞장서 노력하고 도울 이유가 없지 않은가? 지금까지의 한반도분단유지정책(two korea policy)을 그대로 지속하는 것이 우리에게도 오히려 편한 선택이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웃 나라들이ㅡ특히 미국과 중국이ㅡ자신들의 한반도정책을 설명할 때 항상 똑같이 ‘한반도의 안정’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한반도의 안정’이란 무엇인가? 통일을 하게 되면 일시적이라도 불안정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통일하지 않고 현재의 분단을 이대로 유지하면, 한반도는 영원히 안정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결국 한반도 안정은 한반도 통일을 피하는 구실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한반도 안정은 한반도 통일이 아니다. 결국 이웃 나라들은 우리의 통일을 원하지 않을지 모른다. 현상유지가 편하고 좋을지 모른다. 물론 우리는 그들에게 섭섭해 할 필요는 없다.

통일은 본래 우리의 과제이지 그들의 과제가 아니다. 그래서 우리가 열심히 통일을 주장하고 통일의 단호한 의지와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이를 추진하여야, 비로소 이웃나라들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도울까 말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처럼 우리 스스로가 통일을 피하면ㅡ통일에 소극적이면ㅡ도대체 그들이 왜 한반도 통일에 앞장서 나서겠는가?

우리가 소극적인데 도대체 어떻게 통일이 되겠는가?

류 근 찬

‘통일이 답이다’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