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법원행정처'가 전국 각 법원에 '공보비'로 쓰라고 내려 보낸 나랏돈 3억 5000만 원을 빼돌려 비자금처럼 쓴 정황이 새롭게 드러났다.

각 법원 직원들이 이 돈을 여러차례 나눠서 인출한 뒤 서울 서초동의 행정처를 직접 방문해 건넸다.

사법 농단을 수사하는 검찰이 대법원의 조직적인 '예산 횡령'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지난 2015년 상반기 법원행정처가 전국 법원을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최근 행정처 내부 문건을 통해 확인했다.

당시 전국 법원에는 공보관실 운영 예산이 배정됐다. 대법원 요구로 2015년 신설된 예산이었다.

각 법원은 이 돈을 실제 사용한 것처럼 허위로 증빙 서류까지 꾸미고 빼돌렸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 돈은 법원행정처로 상납됐고, 총 3억 5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돈은 행정처 예산담당관실의 금고에 보관됐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당시 사법부 고위 인사들이 상고 법원 도입을 위한 홍보 활동과 고위 법관 격려금 등에 돈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양 전 대법원장이 전국의 법원장을 불러 모은 회의에서도 이 비자금으로 마련한 격려금을 지급한 정황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