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통일은 동북아에서의 통일한국이라는 새로운 5강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이고 과거와 다른 역할을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퉁일 직후의 정치·경제적 도전들을 짧은 기간 안에 극복해 나간다면 통일한국은 동북아의 한국이 아닌 세계 속의 한국이 될 것이다.

통일한국의 세계적 위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무엇보다도 통일은 해양과 대양을 잇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을 완전히 회복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변동은 동북아에서 통일한국의 경제교류와 협력 그리고 정보와 물류기지로서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9세기 말 한반도의 이러한 지정학적 특성은 주변 열강들의 다툼 속에서 한민족의 운명을 불행스러운 피식민지의 길로 이끌었으나, 현재 한국의 신장된 국력을 고려할 때 과거와 같은 불행이 재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와의 교류확대로 기존의 미국·일본과의 관계에서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를 잘 이용한다면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주창되었던 동북아의 중추적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적으로 체제통합 위한 다양한 도전 극복이 관건

남북한 통일로 야기될 각 분야의 변화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먼저 정치 분야에서는 통일에 따른 정치체제의 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북한의 과거 노동당 간부들의 비인도적·반민족적 행위에 대한 처벌 및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우상화 상징물들을 철거하는 등 과거사를 청산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이와 함께 법제도적 통합을 위한 노력들이 펼쳐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남북한 간 또는 보수와 진보 간의 정치적 갈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갈등의 지속보다는 통합의 흐름이 강할 것이므로 통일한국에 합당한 새로운 정치체제를 구성함으로써 내부적인 갈등이 수습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일시적으로 통일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외채가 증가되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으나 국제컨소시엄 구성 등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유인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단 북한 지역의 경제 침체를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이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경제적 부작용이 확대되면서 정치 분야로까지 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남과 북의 경제를 일정기간 분리하여 운영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북한주민들로 하여금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적응과 경제 향상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도록 투자와 지원을 하면 남북한의 격차는 빨리 좁혀질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들의 실업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적절한 직업교육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는 이산가족의 재결합 등에 따른 호적의 대대적인 정리가 필요하며, 교육을 통한 남북한의 국민적 정체성을 일치화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민족동질성의 확보를 위해 전통문화에 대한 회복노력이 필요하다.

통일한국은 동북아의 한국이 아닌 진정한 세계 속의 한국을 의미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주한미군의 주둔이 가장 큰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북한의 군사위협이 사라진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주한미군의 철수 또는 대대 적인 감축을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역할이 단순히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는 것이 아닌 동북아 안보환경의 균형자적 역할을 한다는 측면을 생각하면 전면적인 철수보다는 상징적인 주둔과 동북아에서의 다자간 안전보장체제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외교적으로는 그동안 경쟁적으로 설치 운영되어온 남북한의 재외공관을 통합하고 남북한이 동시 또는 단독으로 맺은 외교관계를 통합하여 운영하게 됨으로써 외교의 효율성을 높이고, 또한 외교적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신장된 국력을 바탕으로 저발전국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국제적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통일 직후 일정 기간 동안은 북한지역에 대한 경제지원에 집중해야 하므로 대외원조의 수준은 크지 않을 것이다.

통일 한국의 등장은 동북아질서의 중대한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과거 남한과 북한을 중간지대로 삼아 펼쳐온 주변4강의 외교방식이 전면적으로 수정 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주변4강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통일한국의 중립화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통일한국의 국력이 기존의 중립국인 스위스·오스트리아 등과 달리 동북아의 세력균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 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남북한 통일은 동북아에서의 통일한국이라는 새로운 5강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이고 과거와 다른 역할을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통일한국의 등장은 국내외적으로 많은 도전에 직면하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여러 희망의 가능성을 여는 것이기도 하다.

통일 직후의 도전들을 짧은 기간 안에 극복해 나간다면 통일한국은 동북아의 한국이 아닌 세계 속의 한국이 될 것이다. 한류와 같은 문화상품이 세계적으로 인정되고 우리의 문화가 세계와 같이 호흡하는 상황에서 통일한국의 등장은 진정한 세계 속의 한국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것이다.

단 긍정적 희망을 가지기 위해서는 통일 이후의 경제적·정치적 혼란을 얼마나 빨리 극복하고 진정으로 통합된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류 근 찬

‘통일이 답이다’ 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