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평화통일이 어려운 만큼,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흔히들 독일 통일의 경험을 이야기 하지만, 남북한은 독일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우리가 평화통일의 길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동서독과 남북한의 공통점에서 배우는 것 못지않게 먼저 둘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한은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렀다. 세계사적으로도 드문 잔혹한 사례였다. 그래서 무엇보다 민족내부의 화해가 통일로 가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동서독은 동독의 후견국인 소련이 몰락하는 바람에 강대국의 별다른 간섭 없이 통일을 이룰 수 있었다. 남북한의 경우는 북한의 후견국인 중국을 무시하고는 통일 외교를 추진하기 어렵다. 동독은 공산당의 일당지배 하에 있었지만, 최소한의 당내 민주주의와 자유가 보장되고 있었다.

북한은 유일 지배체제로서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로 가는 길은 요원한 실정이다.

이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동서독의 통일과정에서 배워야 할 소중한 경험이 있다. 바로 상대방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이다.

동독 주민들은 서독과의 조속한 통일을 원했고, 서독 주민들도 고통분담을 각오하면서 동독 주민들의 선택을 받아들였다.

동독 주민들은 1990년 2월에 실시된 총선에서 즉각적인 통일을 선택했다. 동독 주민들이 통일에 반대했거나 단계적 통일을 선택했다면, 오늘날의 통일독일은 존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동서독 통일은 동독 주민들의 선택에만 따른 것이 아니다. 서독 주민들이 동독 주민들의 자발적 선택을 받아들임으로써 평화적인 통일이 가능했다. 만약 서독 주민들이 과도한 세금과 일자리 부족, 치안불안과 같은 통일 후유증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면 역시 통일독일은 존재할 수 없었다.

한반도 정세를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안보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개성공단,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관광과 같은 문제들은 통일 영역의 핵심에서 벗어나 있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다. 개성공단처럼 제한된 지역에 국한되거나 금강산을 관광하는 것이 통일과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하는 이야기다. 물론, 이산가족의 상봉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만날 기회는 적어지거나 아예 없을 수 있으니 예외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 민족의 미래, 그리고 통일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개성공단,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관광 등은 민족 구성원들이 체제를 넘어 마음과 마음이 만나 공감대를 키워가는 마당이다. 남북한 주민들이 마음을 모으고 하나가 되는 것이 바로 통일 아닌가.

남북한은 다방면에 걸친 접촉과 교류·협력으로 북한 주민들이 더 큰 자유를 만끽하고 더 풍요로운 경제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가능성에 눈을 뜨면서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다 많은 접촉과 교류·협력은 느린 것 같으면서도 가장 빠르고 확실한 통일의 길이다. 비록 북한 지도층이 주민들의 민생과 인권을 외면하고 있지만, 그들 위에 북한 땅의 진정한 주인인 북한 주민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우리는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평화통일의 길을 닦고자 하는 확고한 원칙을 견지해야만 한다. 북한 내부에서 어떠한 사태가 발생하든, 한반도 상황은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핵 문제를 해결하도록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남북관계가 부드럽고 따뜻해질수록 평화통일의 길은 넓고 빠르게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개발이나 군사 도발 등 안보문제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이나 군사 도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공조를 강화하여 단호하고도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의 도발은 원칙 있는 대응도 중요하지만, 예방 역시 긴요하다는 사실을 꼭 지적하고 싶다.

문제와 별도로 경제, 문화, 의료, 인도주의 문제 등에 더욱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제반 문제들은 신뢰에 기반을 둔 남북대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풀어나간다. 북한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남북관계를 동결하자는 견해는 옳지 않다. 한편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남북간 그리고 다자간 노력을 기울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 주민에게 희망을 주는 인도적 지원이나 교류·협력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옳다.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은 한반도문제를 푸는 근원적인 해결과정이다. 이를 통해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지지와 지원을 받고 있다.

일본과는 아직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일본 역시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두 가지의 정책구상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은 톱니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대담한 구상은 바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 지금처럼 우리에게 강력한 통일 리더십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한반도의 기반조성을 결합하여 추진할 때, 비로소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구가하면서 경제번영을 이룰 수 있다. 동북아의 지역통합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한국의 통일 리더십은 우리가 강대국 정치의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이와 함께 지역 내 국가들이 경제적 상호협력관계는 깊어가지만, 정치·군사 면에서는 긴장과 갈등이 지속되는 ‘아시아 패러독스’도 극복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모처럼 통일 논의가 한창이다. 국제 사회도 북한 정세가 유동적임을 지적하면서, 한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대안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바람직한 일이다. 통일은 우리가 경제 혁신, 민족 대도약을 향해 가는 가장 확실하고 가까운 지름길이다.

세계 제일의 스마트폰을 만든 우리가 스마트 통일한국을 세우지 못할 리 없다. 통일한국이야말로 한반도의 르네상스 시대를 활짝 열어가게 해줄 것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류 근 찬

‘통일이 답이다’ 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