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서 두 가지 노력을 해왔다.

하나는 핵협상이고 다른 하나는 유엔제재이다. 우선은 북핵 문제를 협상을 통하여 풀려고 하였다.

1989년부터 1994년까지 5년간의 협상을 통하여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2002년 제네바 합의가 깨지자 다시 2003년부터 6자 회담을 시작하여서 2005년 9·19공동성명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2009년 제2차 핵실험으로 모든 핵협상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된 후에 북한의 불변의 목표가 핵무장임이 확인되었다. 1989년부터 2009년까지 거의 20년간은 너무나 긴 착각과 미몽(迷夢)의 세월이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유엔을 통한 제제가 강화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중국이 소극적이어서 유엔제재의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 특히 제6차 핵실험 이후 중국도 조금은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여하튼 핵협상이든 유엔제재든 우리는 북이 핵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서 노력해왔다.

협상을 통하여 북한에 충분한 유인을 제공하고 합의를 이루어내면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제 그리고 유엔 대북제재의 수위와 강도가 높아지면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제 위에서 지난 20여 년을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모두가 노력해왔다. 그런데 과연 그 전제는 옳은 것이었던가?

이것이 또 하나의 근본적 문제이다.

생각건대, 북한의 핵 포기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거의 불가능 할 정도로 어렵다고 본다.

첫째, 핵개발은 김정은 체제의 존재 이유가 되고, 그 정당성의 근거가 되고 있다. 북한의 경제는 지극히 어렵다. 북한 지배층은 경제실패의 원인을 어떻게 설명하며 북한체제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가?

그들은 북한의 경제가 어려운 것은 미국의 적대정책 때문이라고 그 원인을 돌리면서 “미국과 대적하기 위하여 우리 경애하는 수령이 핵개발에 성공했다.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핵개발이 북한체제 정당성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그래서 김정은이 지난 해 살해한 김정남은 일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북조선의 국격(國格)은 핵에서 나온다”고 주장하고 “미국과 대립하는 한 핵 포기는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었다.

아무리 압력을 가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핵이 없는 북조선은ㅡ기아와 억압의 북조선은ㅡ어떤 가치와 의미를 가질까? 아무런 존재감도 느낄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이 아닌가? 그래서 핵이라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둘째, 핵개발은 비교적 값이 싼 자위(自衛)수단이 될 수 있다.

남과 북의 경제력 차이 때문에 갈수록 재래식 무기로는 도저히 남한과의 군사적 경쟁이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핵개발은 비대칭적 전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결정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핵개발은 군사력의 세력 균형을 일거에 북한에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

동시에 핵무장은 외부로부터의 도발에 대하여 강력하고 효과적인 억제력을 가진다. 대남 군사력 균형에서 우위를 점하고 외부로부터의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북한은 핵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셋째, 북한의 핵개발의 무력화 그리고 남한의 북핵인질화(人質化)를 전략적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춘근 박사가 이러한 주장에 앞장서고 있다(이춘근, 「북한의 군사력과 군사 전략」, 한국경제연구원, 2012). 이는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함께 생각해보자.

남한의 적화통일이 조선노동당의 존재 이유인데 왜 지금 북은 대대적 도발을 하지 못하는지부터 생각해보자. 이 문제에 답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다. 북이 본격적으로 도발하면 한국군과 미군이 하나가 되어 반격하고, 여기에 미국 본토에서도 대대적 추가 병력이 투입되어, 한미연합군이 북한 깊숙이 진입, 사실상 북한체제를 해체시키고 남한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완성하는 것으로 종결되기 때문이다.

즉 북한의 본격적 도발은 북한정권의 종말을 의미한다.

그런데 북한이 핵무장하고 핵을 실전에 배치하면 사정이 크게 달라진다. 즉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도 북한과의 핵전쟁을 각오하지 않는 한, 북한의 도발에 대하여 반격은 하지만 북한 깊숙이 진입하여 북한체제에 종지부를 찍기가 어려워진다.

또한 본토로부터 미군의 대대적인 추가 병력의 지원 자체도 어려워질 수 있다. 물론 북한이 미국 본토를 직접 핵 공격하여 성공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그러나 그것이 비록 0.1퍼센트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절대병기(絶代兵器)인 핵무기는 그 파괴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북한과의 핵전쟁을 각오하지 않는 한 미국은 본격적 개입을 주저할지 모른다. 결국 북한의 핵개발과 핵무장으로 미군 무력화의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물론 대한민국도 이제는 북한이 각종 도발(도서 공격, 후방침투 등)을 해도 적극적이고 대대적인 보복과 대응을 하기 어려워진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한민국은 점차 북핵의 인질이 되어갈 것이다. 요약하면, 북핵은 사실상의 한미동맹 무력화, 한국에 대한 북핵의 인질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북핵은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이상의 세 가지 이유로 북한이 핵개발을 하고 있고 따라서 핵 포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금까지 대화를 통한 북핵협상이든, 압박을 통한 유엔제재이든 모든 노력이 전부 실패했다고 보아야한다.

유화론자들은 경제적 유인을 주면 포기할 것이라고 기대하였으나 실패하였고, 압박론자들은 압박을 강하게 하면 포기할 것이라고 기대하였으나 실패하였다.

물론 유화론자는 유인이 충분히 크지 않았다고 주장할 것이고, 압박론자는 압박이 충분히 크지 않았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로 북한은 핵을 포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다시 한 번 더 강조하지만, 북한의 현 지배체제는 대내적으로는 ‘억압체제’이고 대외적으로는 ‘전쟁 체제’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 내부적 억압체제는 외부적 전쟁체제의 강화를 위하여 필요하고, 외부적 전쟁체제는 내부적 억압체제의 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

그런데 북한의 개혁개방은 대내적 억압체제를 풀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고, 핵 포기는 대외적 전쟁체제를 포기하는 결단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개혁개방과 핵 포기도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핵 포기 없는 개혁개방의 성공은 있을 수 없고, 개혁개방 없는 핵 포기도 있을 수 없다. 결국 두 문제는 함께 풀 수밖에 없다. 함께 풀리거나, 함께 못 풀거나 두 가지 중 하나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둘 다ㅡ즉 개혁개방도 핵 포기도ㅡ모두 거의 불가능하다. 못 푼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저히 불가능한가? 이 두가지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그 방법에 대한 답은 한마디로 북한의 정상국가화이다. 북한의 비정상성을 이대로 두고는 개혁개방 문제도 북핵 문제도 풀 수 없다.

오직 북한체제 자체의 변화 즉 북한의 정상국가화가 가능할 때 두 가지 문제는 동시에 풀릴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는 뒤에서 올바른 대북정책을 논할 때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하기로 한다.

류 근 찬

‘통일이 답이다’ 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