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통일을 위해선 우선 대한민국 안의 다양한 이념과 견해를 묶을 사상과 남과 북의 동포를 하나로 묶을 사상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통일사상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안의 좌와 우, 청년과 장년세대, 가진 자와 안 가진 자들을 묶을 수 있는 사상이란 무엇일까? 동시에 북한의 동포와 남한의 동포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사상이란 무엇일까?

이러한 통일사상-남과 남을 그리고 남과 북을 묶을 통일사상-은 3가지 문제에 답해야 한다. 그래서 통일사상은 아래의 3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어떠한 세상을 만들려 하는 가에 대하여 답이 있어야 한다. 남과 북 주민 대부분이 동의할 수 있는-아니 인류가 보편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바람직한 세상의 모습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둘째, 그러한 이상적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 통일 한반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어떠한 원리에 기초하여 제도화하고 조직화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즉 이상사회의 제도화·조직화 원리가 나와야 한다.

셋째, 그러한 제도와 조직위에 이상적 세상을 건설하며 나갈 때, 구체적 제도와 조직의 운영원리는 무엇인지 답해야 한다.

통일사상은 이 3가지 물음에 답해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남과 남-남남갈등-그리고 남과 북-남북대립-을 하나로 묶을 통일사상이라면 이 3가지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우리 민족을 하나로 묶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위의 첫 질문, 즉 “통일한반도는 어떠한 세상을 꿈꾸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세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질문, 즉 홍익인간의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어떠한 사상과 원리에 기초하여 통일 한반도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제도화하고 조직화하여 나가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공동체 자유주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 번째 질문, 즉 “통일 한반도의 제도와 조직의 운영원리는 어떠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균형과 조화를 줄인 “균화주의(均和主義)"라고 생각한다. 이 3가지를 합친 것이 우리의 통일사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익인간주의(弘益人間主義)

남과 남이,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 만들려는 세상은 홍익인간의 세상이어야 한다. 홍익인간은 한민족 전래의 사상이다. 우리 민족이 만들려는 세상은 ‘넓게 인간을 이롭게 하는 세상’이었다.

따라서 우리 민족이 소중히 하는 근본 가치는 ‘넓게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 점에 대하여는 남과 남 사이에도, 남과 북 사이에서도, 모두가 동의할 수 있지 않을까? 이의가 없을 것이다. 소수 인간만을 위한 것도 아니고 넓게 모든 인간을 이롭게 하는 세상에 대하여 누가 반론을 할 수 있을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홍익인간과 인간중심사상은 다르다는 점이다. 인간중심사상의 문제는 인간을 절대화할 위험이 있다. 서구의 근대 인본사상에도 그러한 경향이 있다. 그리고 북한의 주체사상에도 그러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홍익인간사상은 인간을 대단히 귀한 존재로 생각하지만 결코 절대화하지 않는다. 인간 이외의 존재들-다른 동물이나 자연 등-의 가치를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존재에 대하여 열린 자세를 가진다.

다만 이 세상이 귀한 존재인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중시한다. 즉,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그러한 가치를 품은 제도와 정책을 만들고자 한다. 그러한 가치를 소중히 하는 인격과 도덕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공동체 자유주의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즉 홍익인간의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면 이 세상을 어떻게 제도화하고 조직화하여야 할까? 어떻게 세상을 만들어야 홍익인간의 세상이 열릴까? 홍익인간사상이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정치경제, 사회문화의 조직화·제도화 원리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에 대한 우리의 주장은 ‘공동체 자유주의’이다. 우선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소중히 하는 자유주의를 기초로 하여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홍익인간의 세상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가 정치경제와 사회문화의 조직화 및 제도화 원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자유주의가 이기적 자유주의로 폭주해선 안 된다. 민주주의가 과잉민주주의나 이익집단민주주의(interest-group democracy)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시장경제가 시장만능주의나 시장절대주의여서는 안 된다. 자유주의가 공동체적 가치-공동체에 대한 공헌, 배려, 책임, 사랑-를 소중히 하는 자유주의, 즉 ‘공동체 자유주의’가 돼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주장하는 민주주의는 동양적 민주주의 즉 민본적(民本的) 민주주의여야 하고 우리가 주장하는 시장경제는 ‘인본적(人本的) 시장경제여야 한다.

민본적 민주주의란 동양 전래의 민본주의, 즉 지도자는 사심을 버리고 항상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을 위하여 진력해야 한다는 사상이다. 선공후사(先公後和)와 애민(愛民)의 지도자 사상이다.

이 민본주의가 민주주의와 결합되어야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지 않는다. 지도자들이 대중인기보다 국익과 민의를 더 소중히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야 민주주의가 살아나고 국민의 정치 신뢰가 회복된다.

인본적 시장경제란 홍익인간적 경제제도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①우선 자유·공정질서를 전제로 한 시장경제여야 한다. 독점과 비리와 특혜가 난무하는 시장경제는 안 된다. 자유·공정질서가 아니면 시장적 결과가 많은 사람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 소수의 특권자들에게만 이익이 집중된다. 홍익인간이 되지 않는다.

②성장의 극대화보다 고용의 극대화'를 보다 중시하는 시장경제여야 한다. 성장의 열매는 국민에게는 고용창출과 고(高)임금으로 나타난다. 특히 고용창출이 중요하다. 비록 성장률이나 소득 증가율은 낮아도 모든 사람이 취업하여 자신의 창의성을 실현할 수 있는 고용의 극대화가 중요하다. 그러한 경제가 많은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진정한 홍익인간적 경제가 된다.

③‘생산적복지제도’가 함께 가야 한다. 시장경제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시장경제에의 참여능력을 높여주는 교육·훈련의 제공 그리고 교육·훈련 기간 동안 최소한의 사회적 삶의 보장이 있어야 한다. 이렇듯 소위 생산적 복지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경제제도의 기본 축의 하나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를 집단주의(collectivism)나 전체주의totalitarianism)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공동체주의는 공동체적 가지, 연대, 도덕, 책임, 배려, 사랑 등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기본적으로 교육과 설득과 솔선수범과 자발적 이해를 통하여 하는 것이다.

집단주의나 전체주의처럼 외적 강제나 폭압으로 집단의 가치를 개인의 가치에 우선하여 개개인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따라서 ‘공동체 자유주의’하에서는 개개인의 자발적인 결단을 통하여 공동체적 가치, 배려, 사랑이 높아지고, 이를 통하여 개개인의 인격이 향상되고 도덕적 덕성이 함양되는 것이다.

균화주의(t匀和主義)

균화주의란 균형과 조화를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홍익인간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하여 공동체 자유주의적 질서와 제도와 조직을 만들어놓은 다음에는 이를 운영할 그 운영의 원리로서 우리는 균형과 조화, 즉 균화주의를 주장한다.

홍익인간 세상을 위한 모든 정치경제와 사회문화의 질서, 제도, 조직의 운영원리는 기본적으로 균형과 조화여야 한다. 개인의 개체성과 공동체의 목표 간에도, 물질중시와 정신중시의 사이에도, 성장과 분배 간의 갈등에서도, 과거와 현재와 미래 간의 선택에서도, 민족과 세계, 그리고 동양문명과 서양문명의 대립 속에서도, 우리는 균형과 조화를 중시하고 그에 기초하여 공동체를 운영하여 나가야 한다.

다만 이 균화주의가 성공하려면 이 원리의 운영 주체가 반드시 홍익인간적 정신을 가져야 한다. 소아(小我)적이라기보다는 대아(大我)적인 인간이어야 한다.

선공후사하고 애민애족하는 인간이어야, 그러한 지도자여야, 균화주의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서경(書經)』 에 ‘정일집중(情-執中)’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아적 정신을 정밀히 하여 양극단으로 흐르지 말고 중심을 잡고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즉, 대아적 중심을 세우고 세상일을 처리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중용의 사상이고 여기서 주장하는 균화주의의 기본 정신이다.

대한민국 안에서 남과 남을 묶고 한반도에서 남과 북을 묶을 사상, 즉 통일사상은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그 사상이 ‘국가 발전의 사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를 후퇴시킬 사상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발전시킬 사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그 사상이 국민을 하나로 그리고 민족을 하나로 통합시킬 사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열시키고 대립시킬 사상이어서는 안 된다. ‘국민통합의 사상’이어야 한다.

이상의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사상이 바로 ①홍익인간 ②공동체 자유주의 ③균화주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3가지 사상이 모여 한반도 통일사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류 근 찬

‘통일이 답이다’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