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비용이 아무리 많더라도 분단비용과 통일편익을 생각한다면 그 규모는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고 오히려 빨리 통일이 될수록 상대적 부담이 적어진다.

통일비용이 아무리 많이 들더라도 통일편익과 분단비용이 그보다 많다면 수치적으로 우리가 감내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탈냉전 이후 북한체제의 위기가 공론화되던 시기에 통일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통일비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또한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세’를 언급하면서 통일을 대비한 비용조달문제에 대해 각계에서 많은 논의가 제기되었다. 통일비용에 대한 논의는 시급하고 필요한 논의임에도 불구하고 그 의도와 시점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동시에 도출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통일비용에 대한 많은 논의가 제기되었는데, 독일에서의 경험을 통해 천문학적인 통일 비용에 대한 우려가 크기도 하지만 분단비용 및 통일편익과 대비하면 통일비용이 감당할 수준이라는 주장이 우세한 상황이다.

계산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통일비용 규모

통일비용과 분단비용에 대한 논의는 지난 1990년대 초·중반 세계적 차원의 사회주의 붕괴와 김일성의 사망으로 인한 북한체제의 위기가 공론화되면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통일비용의 규모를 추산하는 것은 통일비용 자체의 개념적 정의와 계산법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고 그 격차 또한 상당하여 어느 것을 기준으로 삼을 지에 대해 논란이 제기된다.

통일비용의 경우 최근의 연구로는 2010년 6월 미래기획위원회가 KDI에 의뢰해 연구한 것으로 여기에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되었는데, 하나는 평화적인 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의 급변사태를 상정한 것이다.

전자의 경우,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고 남북한 간 경제공동체가 이루어지고 북한이 높은 경제성장률과 투자율을 유지하면, 2011년부터 2040년까지 30년간 연평균 통일비용은 100억 달러(총 3,22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었다.

후자는 북한이 급변사태로 붕괴하는 경우로서 소득보전 비용 등이 추가되고 대규모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30년 간 연평균 통일비용은 720억 달러(총 2조1,4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한화로 약 2,500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비용이다.

한편 미국 랜드연구소의 찰스 울프는 경제력 상으로 현격한 차이가 나고 있는 2010년 현 상황에서 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독일의 경우에서와 같이 북한 경제를 남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려고 하면 약 1조7천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반면에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 GDP를 2배로 키우고, 일정 기간 분리된 경제권으로 운용할 경우. 즉 북한경제를 남한 수준과 맞출 필요가 없을 때에는 620억 달러 수준이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한편 평화운동가인 피터 벡(Peter Beck)의 연구에 따르면 독일과 같은 방식으로 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30년에 걸쳐 2조 달러 이상이 필요하다. 이는 통일비용을 북한주민들의 소득을 남한주민들의 8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비용으로 정의한 것인데, 만약 베트남이나 예멘처럼 무력통일이 될 경우 기반시설 복구비용이 추가되어 3~5조 달러까지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신창민은 2010년 통일이 될 경우, 이후 10년 동안북한의 1인당 GDP를 남한의 절반 수준에 이르는 데 필요한 투자비용을 통일비용으로 산정할 때, 총비용은 6,161억 달러(약 647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만약 2020년에 통일이 되면 그 통일비용이 GDP의 6.6%로 2010년 통일에 비해 0.1%p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신창민의 분석에 따르면 통일의 시기가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통일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빨리 통일이 될수록 적어지는 상대적 통일비용 부담

이상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통일비용이 아무리 많더라도 대부분의 연구들이 분단비용과 통일편익을 생각한다면 그 규모는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고 오히려 빨리 통일이 될수록 상대적 부담이 적어진다고 말한다.

즉 이미 한국의 경제력은 북한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며 또한 독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 실정에 맞는 계획에 따라 통일을 수행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독일에서와 달리 통일 이후 일정기간 동안 남북한을 경제적으로 분리·운영한다면 통일비용은 크게 감소할 것이며, 또한 통일후유증도 최소화시킬 수 있다.

한편 통일비용이 막대하므로 현재의 분단상태를 잘 관리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은 통일과 그 이후를 생각하지 않는 단편적인 것이다. 아무리 잘 계획하더라도 통일의 절대비용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통일비용에 대한 판단은 현재 우리가 ‘자연스럽게’ 부담하고 있는 분단비용과 통일 이후 얻을 수 있는 통일편익을 함께 생각할 때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즉 통일비용이 아무리 많이 들더라도 통일편익과 분단비용이 그보다 많다면 수치적으로 우리가 감내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한다고 할 때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그 비용을 계획적으로 조달하고 산업단지 조성 이후 이익을 산출한다면 결과적으로 자산의 확대와 이익의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통일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통일을 뒤로 미루거나 꺼려할 필요가 없다.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 될 수 없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북한주민들을 잘 설득하여 통일 이후 일정 기간 동안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또한 아무리 계획이 그럴듯해도 정교하고 면밀한 준비 없이 성급하게 진행된다면 그것의 성공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

총체적으로 통일을 통해 통일비용을 극복할 수 있는 이익을 창출할 수 있더라도, 그 실행과정에서 크고 작은 오류를 범하게 되면 전체적인 계획이 변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재원 마련은 통일편익의 비전 제시와 함께 국민적 합의 필요

또한 우리의 통일문제는 국내 정치적 사안으로 한정하여 생각할 사안이 아니다. 통일의 파트너인 북한 또는 북한주민들이 존재하고, 또한 국외적으로도 한반도와 이해를 갖는 주변국들의 손익계산이 분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논의를 계기로 통일문제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통일비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들 대부분이 인식하고 있지만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먹고사는 문제에 바빠서 통일이라는 비전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선제적으로 통일비용을 논의하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이점을 준다. 또한 통일은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질 사항이 통일비용에 대한 논의는 언제라도 우리의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지속적이고 안정 적인 통일준비를 할수록 통일비용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고 통일에 대한 국민적 자신감이 발현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통일비용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따라서 통일비용의 조달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와 같은 조세저항을 극복하는 기술적 방안이 필요하다.

통일은 어쩔 수 없이 우리에게 단기적으로 큰 경제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제적 부담을 전면적으로 회피한다면 그것은 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동일한 언어가 된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부담할 것인가를 통일편익의 비전과 함께 국민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국민적 합의절차가 없이는 변화하는 경제여건 속에서 통일기금 화보라는 명분은 경제위기 돌파라는 현실적 환경 속에서 그 기준이 흔들릴 것이 뻔하다.

또한 통일기금의 활용은 그 목적에 어긋남이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 남북협력기금에 대한 부적절한 용도전환과 같은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한번 세운 국가의 기준은 바뀌면 그 다음에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

통일이라는 민족 과제에 있어서 이러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류 근 찬

‘통일이 답이다’ 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