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25만여명에 이르는 농협 조합원들을 대표하는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오는 31일 치러진다.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농민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여원구 경기 양평 양서농협 조합장은 지난 1973년 양서농협에 입사 후 평생을 농협과 농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 왔다.

여 조합장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끌어올리고, 농협조직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 하에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여 조합장에게 그의 공약사항과 앞으로의 농협이 나아갈 바에 대해 들어본다.

Q. 농협회장 선거에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A. 현재 농촌은 농산물 수입 개방의 물결 속에서 사회공동체 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초고령화 심화, 청년농 부족, 농가소득 열위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농촌사회를 열악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농업농촌의 존재가치는 분명한데, 농업인은 산업고도화 시대에 소외되고 무관심에 상처를 입고, 수입개방이라는 거대한 물결속에 주저앉곤 했습니다.

2003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이후 총 16회, 52개국과 FTA를 체결하였고, 이로 인해 2018년말 국내 수입농산물이 350억달러에 달한다 합니다.

이제는 WTO 개발도상국 지위까지 포기하게 되었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까지 시행되면 농촌사회는 향후에 더 어려워질거라 전망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농촌의 최후의 보루임을 자임해 온 농협의 임직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면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중앙회장이 되어 해야 할 일들은 무척이나 많습니다.

먼저, 중앙회와 농협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 내면서 농업농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춧돌을 역할을 해야 하며, 정부를 비롯한 사회 제반 주체들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기조로 하여 농업농촌사회를 보호·유지하기 위한 활동이 절실합니다.

또한 임직원들의 협동조합정신을 일깨워야 합니다. 구호에만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사업을 통해 협동조합원칙이 관철되면서 조합원 실익으로 이어져 명실상부한 세계적 협동조합으로 우뚝 서는 날을 기대합니다.

소득이 되는 농업, 사람이 사는 농촌, 미래로 나가는 농협을 꼭 실현하고 싶은 소망입니다.

부족하지만, 저의 모든 역량을 다해 농업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개선코자 회장후보로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Q. 본인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A. 농협중앙회장이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는 ‘소통과 공감’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농정활동’을 꼽을 수 있습니다.

2005년 양서농협 조합장으로 처음 당선되었을 때 가장 먼저 시작한 일 중의 하나가 ‘내일’이라는 제목의 조합원 소식지를 발간하여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소식지를 매개체로 하여 조합원과 고객들로 하여금 양서농협의 사업에 높은 신뢰도를 갖게 해주었고 농협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으로 논두렁부터 국회까지 가리지 않고 운동화 차림으로 누비며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왔습니다. 특히,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사업을 주도하면서 만난 재야 농민단체, 학부모와 시민단체, 교육청, 지방 및 중앙정부, 국회의원 등 폭넓은 교류와 경험들은 중앙회장으로서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Q. 농협회장이 된다면 어떻게 활동할 것입니까.

A. 과거 민선회장들께서 보여 주였던 다양한 리더십, 즉 결기와 투쟁, 탁월한 이론과 대외활동, 경영능력, 소통능력 등을 경험했습니다.

저는 현재 가장 중요한 역량은 ‘소통’과 ‘농정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을 아우르는 발품을 통한 소통으로 농업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중앙회 차원에서 해결할 것은 해결하고, 정부 각 부처와의 접촉을 통해 문제 해결을 요청할 것입니다.

과거 쌀수입개방 반대운동 이후 농정부문에서 농협의 위상은 의도적으로 하락되었고, 이제는 정책파트너로서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농업농촌에 대한 예산, 복지, 의료, 교육, 문화관련 다양한 자원이 투입되어야 하며, 이는 해당 부처뿐만 아니라 국회의 전폭적인 관심과 배려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저는 ‘비상근회장’으로의 고유직무인 소통과 농정활동에 열정을 다할 것입니다.

Q. 주요 공약이 있다면.

A. 무엇보다 우선 농협의 존재이유인 농가소득 증대에 중점을 두겠습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생산비 10% 절감과 판매금액 10% 증대를 목표로 하는 범농협 「Ten-Ten운동」을 전개하겠습니다.

둘째, 농·축협의 경쟁력을 강화하겠습니다. 농협의 뿌리조직인 농·축협이 튼튼해야 중앙회도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협동조합의 기본 이치입니다. 농·축협은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려 사업을 추진하고, 중앙회는 농·축협의 자립성장을 지원하며 각종 의사결정이 농·축협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개편하겠습니다.

셋째, 중앙회와 계열사는 농업인과 국민의 신뢰를 받는 강소조직으로 개편하겠습니다. 신경분리 이후 중복업무가 늘고 비대해진 중앙회조직을 농·축협 지원업무에 효율성을 발휘하도록 체질개선을 추진하겠습니다.

넷째, 농업·농촌의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에 힘을 쏟겠습니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지속가능하고 희망이 넘치는 농업·농촌을 만들기 위해 원로조합원에 대한 복지지원은 물론 차세대 농업인 양성과 미래 농업 먹거리를 발굴·지원하겠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각종 농업정책 및 제도개선에 노력하겠다. 모든 정책은 예산의 뒷받침이 필요한 만큼 농민단체는 물론 시민사회의 동의를 바탕으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공유하고 농민수당의 중앙정부 지원, 고향사랑기부제 등 각종 정책 및 예산 반영에 혼신을 다 하겠습니다.

Q. 협동조합에 대한 남다른 신념과 원칙론자라는 세평이 있는데요.

A. 모든 조직이 생명력을 지니고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존재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운영원칙에 충실히 수행하며, 나아가 성과가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이 되어야 합니다.

농협조직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농협법에 명시되어 있듯 농협은 농업인의 경제·사회·문화적 지위향상이 지상과제이며, 사업방식은 협동조합원칙에 충실히 따라 수행하고, 지속적 수익창출을 통해 농가에 실익을 제공해야만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조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협동조합을 지탱하는 7대 원칙이 있습니다. 가입자유, 민주적관리, 경제적참여, 자율과 독립, 교육과 정보의 제공, 협동조합간 협동, 사회적기여들이 그것입니다. 이 원칙들이 구호에 그친다면 진정한 협동조합이라 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사업을 통해 협동조합원칙이 관철되는 방식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그 결과가 조합원 실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체질을 바꾸어 나가고자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평범한 목표는 따분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농협의 최고가치인 ‘농업인 삶의 질향상’이라는 높은 목표를 향해 같이 고민하고 뛰고 싶습니다. 과거 그리고 오늘도 소외받고 있는 농업농촌의 최소한 목소리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농업농촌을 배려하는 것은 포퓰리즘이 아니라 농촌의 소멸을 예방하는 리얼리즘임을 주장하고 싶습니다. 저는 낮은 자세로 조합원들에게 가깝게 다가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습니다.

다행히 암울한 세계경제환경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불빛이 한반도를 비추고 있습니다. k-pop, k-드라마를 넘어 이제 k-식문화까지 한류의 물결이 지구촌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류확산에 편승하여 우리 농축산물의 수출농업 확대에 힘써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도록 하겠습니다.

2021년은 농협 창립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농협은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수많은 업적도 남겼고, 세계적으로도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겨가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풍랑을 견뎌내고 세계 협동조합 역사에 길이 남을 농협을 만들고자 합니다.

철저히 준비하고 반 발짝 앞서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는 희망의 횃불이 될 수 있도록 뜻을 모아주시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