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한미 FTA 협정 당시 누리꾼들에게 화제가 된 사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정부를 ISD에 제소했다.

ISD(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는 기업이 상대방 국가 정책으로 이익을 침해당했다고 판단 될 때 해당 국가를 세계은행 산하 ICSID(International Centre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에 제소할 수 있는 제도다.

론스타는 과거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승인을 지연하고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과세 조치로 손해를 봤다는 내용을 소장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2조원을 한국정부가 내놓아야한다는 제스처다. 이에 한국정부는 지난 5월 론스타가 중재 제기 의향을 밝힌 이후 관련부처를 테스크포스(TF)로 구성해 중재재판에 대비해 왔다고 밝혔다. 또한 중재재판에서 론스타 주장의 부당성을 적극 제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국정부가 ISD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지 40년 만에 처음 받는 제소다. 그만큼 한국사회가 법제도와 행정제도에 있어서 공정, 공평하게 운영되었음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다. 투자자· 국가 간의 ISD 제소가 최근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초국적 자본의 적극적인 공세를 나타내는 지표와도 같다.

일 년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한미 FTA 협정을 국회에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한미 FTA 협정에 독소 조항인 ISD가 들어가 있어 그 당시 사회적 논란이 일어났었다. 당시 정부는 수많은 투자 협정을 맺었어도 단 한 번도 소송을 당한 적이 없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게다가 이번 론스타 제소는 한미FTA의 ISD 조항이 아니라 한·벨기에 양자투자협정 상의 ISD를 근거로 한 것이라 애써 말하고는 있다.

사실, 론스타는 이미 한미 FTA 협정 체결 이전부터 한국정부를 ISD에 제소할 의사가 있음을 알렸었다. 하지만 당시 정부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한미 FTA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그들의 제스처를 무시했었다. 게다가 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인 박근혜씨도 한미 FTA 협정 국회통과에 찬성표를 던졌었다. 박 후보는 FTA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상법의 표준약관 정도로 보고 있으니 답답한 실정이다. 그래서인가. 박근혜씨를 대통령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주요 언론들은 이 상황을 단순히 보도만 하거나 국가가 승소 할 것이라는 뉘앙스만을 주고 있다.

게다가 국제 중재는 최종결론이 날 때까지 통상 3-4년의 지루한 법정싸움을 이어가야만 한다고 한다. 그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만약의 경우 패소를 하면 국민의 혈세 수조원이 나가야 할 판이다.

론스타 ISD 제소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구성될 차기 정권은 한미 FTA를 재협상하지 않으면 숱한 문제에 부딪칠지도 모른다.

지금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