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병원에 가는 게 상식이지만, 아파도 병원이 찾아 와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외딴 섬 주민들인데, 병원선이 그들을 찾아간다. 

의료기관이 없는 낙도의 선착장은 병원선의 접안을 허락하기에는 열악하다. 그래서 작은 보트를 띄워 섬과 병원선을 오갈 수밖에 없다.

배를 타고 큰 섬으로, 다시 육지로 오가야 하는 불편 때문에 병원 문턱 밟기가 어려운 주민들에게는 병원선이 주치의이다. 

의료기관이 없거나 취약한 전남의 167개 섬에서 병원선 진료를 받는 주민이 매년 연인원 2만 명 이상이다.

1년 365일 중 216일을 항해하는 병원선의 진료 일정은 언제나 빡빡하다. 닻을 내려도 파도 따라 밀리고 넘실대는 병원선에서 치아를 치료하고 침을 놓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의를 배치하는 건 매년 희망사항이고, 공중보건의가 아니면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병원선이다. 전남 2척을 비롯해 인천과 충남, 경남 등 국내에서는 모두 5척의 병원선이 서해와 남해 260여 개 외딴 섬을 진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