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덕수 STX그룹 회장

최근 자금난을 겪고 있는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11일 KDB산업은행에 STX 팬오션 매각 의사를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다. 글로벌 불황으로 해운과 조선이 물고 물리며 그룹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덕수 회장의 승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STX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STX그룹은 건설과 플랜트, 에너지 사업도 하고 있지만 주력은 역시 조선과 해운이다. 강 회장은 2001년 5월 쌍용중공업을 인수하고, 그해 10월 대동조선까지 사들이면서 본격적으로 그룹을 출범시켰다.

2004년 11월 STX팬오션의 전신인 범양상선을 인수, 해운업에도 시동을 걸어 재계 10위권 그룹으로 키웠다. STX그룹의 고민은 중국 STX다롄 조선소의 회생과 STX팬오션의 대규모 적자라고 볼 수 있다. 둘 다 경기민감 업종이어서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차입금이 10조원이 넘는 STX그룹은 올해 만기가 돌아온 1조3000억원을 모두 갚았으나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를 상환해야 한다. 8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해줄 STX유럽의 특수선 전문 STX OSV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강덕수 그룹 회장이 고민 끝에 그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조선을 선택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STX 관계자는 “해운은 떼내서 팔 수 있지만 조선은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함께 있어 선택의 여지도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외 경기침체로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분석이다. 그룹이 가진 STX팬오션 지분은 36% 정도다. 12일 종가 기준으로 2800억원 가량 된다.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감안하면 매각 가격은 4000억원 정도로 해운업체 인수에 쓸 만한 기업이 많지 않다.

STX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이 실패할 경우 금융권과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 크다. 산은으로부터 받은 대출과 선수금환급보증 등은 4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STX팬오션의 시장 매각이 실패하면 산은PE가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