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130만 명 이상의 국민 목숨을 담보할 것인가?

확실한 거짓말이 뚜렷한 안보관을 대신할 수 없다.

▲ 북한의 위성 발사를 내보낸 북조선 방송을 SBS가 뉴스에서 내보냈다.

대한민국 현대사뿐만 아니라 한민족 5천년 역사에서 가장 큰 비극이 6.25 한국전쟁이다. 이데올로기의 대척점에서 시작된 전쟁은 냉전의 첨병 역할을 하며 군인보다도 민간인이 더 많이 희생당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남북한만의 전쟁이 아니라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를 각각 대표한 3개국(북한, 소련, 중공)과 16개국, 최소한 19개국 이상 참전한 국제 대전, 준準세계대전의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6.25사변, 6.25동란 등 전쟁의 명칭도 재정리해야 한다는 소리가 있었다. 그 결과 박명성 교수(연세대) 등이 주축이 된 학자군學者群이 한국전쟁이라 명명한 것이 이제는 학계의 대세다. 남북한만의 내란 수준의 전투가 아닌 지구촌 냉전 체계를 대표하는 전쟁이었다는 점에서도 한국전쟁이란 명칭은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130만 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민간인 희생자가 군인 전사자 숫자를 훨씬 웃도는 유례없는 통계를 안겨준 것도 한국전쟁이다. 이 한국전쟁에서 남한의 국민들은 또 다른 희생이 있었다. 남한의 이승만 정부의 기만정책으로 인한 ‘의도된 희생’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정부의 가장 큰 기만정책은 서울시민을 속인 도주행각이었다. “정부는 서울을 끝까지 사수할 것”이니 “서울시민, 국민들은 생업에 종사”하라며 필사의 결의를 다지는 양, 국민을 속였다. 이로 인해 서울시민은 이중의 고통을 겪게 된다. 그 중 하나는 정부 발표만 믿고 ‘생업’에 ‘충실히’ 종사한 시민들은 북한에 의해 ‘대적행위’ 혐의로 피랍과 처벌이라는 1차적인 피해를 입었다. 이어서 2차 피해는 9.28 서울 수복 이후 벌어졌다. 난을 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 실은 정부 기만에 속았음에도 - 서울 잔재 시민은 적 치하에서 ‘적을 돕거나 도왔을 개연성’이 있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경찰서 문을 닳게 하면서 고초를 당한 시민 수가 엄청 났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가 12월 11일 오전 9시 50분경 있었다. 미국 정보통에 의하면 북한 인공위성은 궤도에 안착하면서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이를 놓고 한.미.일 3국은 허를 찔렸다. 특히 한국 정부는 바로 전날까지 “로켓이 해체됐다며 연내 발사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정보력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국내외 시선이 집중되자 한국 정부는 허둥지둥 사고 수습에 나섰다. 국방부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국방부(당국)는 이미 발사 전날부터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징후를 포착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인공위성 연내 발사 불가”라는 기사를 내게 한 정부 소식통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아니면 국방부 대변인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최소한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다. 이에 대해 초등학생들도 학교에서 “누가 거짓말을 하냐”며 내기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초등학생들에게도 농弄의 대상이 된 정부다.

대한민국 정부가 어린이들의 희롱의 대상이 된 것은 그래도 다행이다. 아이들의 치기어린 내기를 그냥 쓴 웃음으로 넘겨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인공위성이 실제 살상용 무기, 그것도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이었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또다시 130만 명 이상의 민간인 희생을 자초할 것인가? “정부만 믿고 생업에 종사”할 국민들을 사지死地로 몰아낼 것인가? 금번 사건은 단순한 노크 귀순 차원이 아니다. 노크 귀순도 단순한 것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인공위성 발사에 비하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질 수는 있다. GOP 출입문 노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명운이 터지는 것이다. 단순한 일이라고 단순한 거짓말로 손으로 해를 가려서는 안 될 것이다. 보다 경계에 철저히 해야 하고 정보력도 강화해야 한다. 박근혜 후보는 “뚜렷한 안보관을 가진 사람이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안보관, 안보에 대한 생각만으로 안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여기에 더 중요한 것은 정보력과 경계체제, 아울러 엄정한 군기확립이 필요하다.

차제에 현 정부는 정보력 부재에 대한 뼈를 깎는 반성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민을 바보로 생각하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에 종지부를 찍을 것을 엄숙히 경고하는 바이다.

김성수(안팎뉴스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