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경찰 발표와 때를 맞춰 국정원은 “국가정보기간을 더 이상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발표했다. 같은 시간에 새누리당은 “국정원 원세훈 원장이 NLL관련 남북 정상간의 대화록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모든 방송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보도는 11시 뉴스로 보도됐다. 

 

이보다 1시간 전 끝난 제18대 대선 후보 3차 TV토론에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성폭행범 수법으로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먼저 공격해, 문 후보로부터 '국정원 대선 개입'이라는 의혹 제기가 나오기 전에 '여성 인권 침해'로 몰아갔다.

 

경찰은 두 후보가 TV 토론회에서 이 문제로 격돌한 1시간 뒤 예정에 없던 중간 수사결과를 전격 발표했다. 마치 새누리당-경찰-국정원이 짜맞추기나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형국이다. 

 

 

이에 앞서 경찰은 "김씨의 컴퓨터를 분석하는 데 1주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컴퓨터를 임의제출한 지 3일 만에 이뤄진 경찰 발표에 대해 시민들은 SNS 등에 여러 의혹을 나타내고 있다.

 

먼저 경찰은 김씨의 아이디와 닉네임 등의 자료를 확보하고도 네이버·다음 등 인터넷 포털업체의 로그 기록을 수사하지 않았음이 취재 결과 밝혀졌다. 

 

김씨의 포털 아이디는 40여개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경찰은 그 어느 포털에도 김씨와 관련한 자료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김씨의 아이피(IP) 등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윗선(서울지방경찰청)이 '오후 11시에 보도자료를 내라'는 지침을 받아 보도자료를 냈다"고 말했다.

 

접속자가 포털에 언제 접근해 어떤 할동을 벌였는 지를 분석하는 로그 기록은 컴퓨터 범죄 수사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수사대상이다. 

 

경찰은 김씨가 민주당 문 후보를 비방하는 악성 댓글을 다는 등 인터넷 여론조작 활동을 벌였는지,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할 포털사이트 로그 기록을 전혀 분석하지 않은 채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게다가 경찰은 그러나 김씨 소유의 휴대전화와 이동식 저장장치(USB)도 넘겨받지 못했다. 

이런 미비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종결 발표를 한 경찰과는 반대로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는 요약·정리된 수준에 불과하고 상세한 자료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IP 역추적 등은 앞으로 수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경찰이 실시한 수사는 매우 미비했다. 경찰은 고작 김씨의 컴퓨터 조사와 인터넷에 김씨가 게시물이나 댓글을 남겼는지 검색 작업만 했음을 알 수 있다.

TV 양자토론 직후 일사불란하게 이뤄진 경찰 수사발표와 국정원 브리핑에 대해 문재인 후보 선대위 박광온 대변인은 "TV 토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판단을 호도하려는 명백한 경찰의 선거개입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