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준비되지 않은 여성대통령

불비不備하지만 대통령 된 뒤 다 이루겠다는 생각만

한 포털 사이트의 지식백과에 보면 <제왕학帝王學>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제왕학(제왕교육)은 중국 고대 선진先奏 시대에 제왕, 또는 천하의 지배자가 될 유덕한 사람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말한다. 중국의 주대周代의 학제를 보면 그 교육 대상이 순전히 왕실 일가의 태자·세자에 국한하고, 장래 천하의 지배자가 될 준덕俊德을 밝혀 영구히 천명天命을 받드는 데에 그 주안점을 두었었다. 따라서 이 시대의 교육이 국가통일의 구현자인 제왕을 위한 것이 됨으로써 이 시기의 신민臣民을 위한 교육도 실은 제왕을 위한 교육의 한 조건에 지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청나라 말엽에 변법자강變法自强운동을 펼쳤던 양계초梁啓超는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제왕의 정치교과서'라고 딱 잘라 말한 일이 있다. 글자 그대로 본다면 『자치통감』은 '잘 다스려지는 세상을 이룩하기 위한 밑천이 되는 통시대적인 거울'이라고 해석할 수 있으므로 이같이 말한 것이다. 즉, 이 책은 다른 역사책과 마찬가지로 과거에 인간들이 살아온 흔적을 기록한 것이지만, 그것에 머물지 않고 '치세治世의 방법'까지 찾아 낼 수 있는 책이라는 말로 해석된다.

군주제에서만 준비된 대통령이 가능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것이 과연?

군주제에서만 제왕학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학, 제왕학이 준비될 수는 없는 것이다. 전근대적 군주제, 독재국가에서만 가능한 학문이다. 박근혜 후보는 슬로건으로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이 표현의 상당 부분을 유권자들이 수긍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밑에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하면서 국정을 보고 배웠을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 대통령 후보 토론을 바라본 국민들 표정은 밝지만은 못했다. 박근혜 후보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거친 표현’을 빼더라도 ‘준비된 여성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보여주지 못했다. 문재인 후보 공약사항 숙지는 물론이고 자신의 공약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고 토론장에 나왔다.

토론전 상대방 공약집 정도는 숙지해야

소요재정에 대한 파악도 부족했던 듯...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의)‘아동수당’ 공약 등 복지 재원 조달방안”을 물으며 역공에 나서며 "재정 형편이 가능하면 누가 반대하겠느냐. 지금 당장 편하자고 후대에 빚을 넘기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문재인 후보는 `아동수당' 공약의 경우 무상보육을 완성한 뒤 장기적으로 추진할 과제라고 설명하면서 "저의 모든 정책공약을 최종 정리해 내놓았다. 그 공약집에 근거해 말해주시길 부탁 드린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후보가 상대방 공약집도 읽지 않고 나왔다는 말이다.

또한 복지 재원 조달방안을 둘러싼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는 "박 후보는 4대 중증질환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재정소요를 연간 1조 5천 억 원으로 제시하는데,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3조 6천 억 원"이라며 맞받았다. 이에 박 후보는 "이미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고 비급여에 대해 더 지원하면 그렇게 많은 재정이 소요되는 게 아니다"며 "거기서 계산을 잘못 하신 것 같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거기서’는 문재인 후보 측을 말하는지, 건강보험공단을 말하는지 불분명하다. 재원에 대한 숙지가 미비해 얼버무리는 듯 한 인상을 줬다.

교육과정 토론에서 다소 궁색해진 박근혜 후보는 "제가 대통령이 됐으면 (반값 등록금을) 진작 했어요"라는 뜬금없는 발언을 해 시청자들을 당황시켰다.

제가 대통령이 됐으면 진작 했어요

그래서 대통령 되려는 거 아니예요?

또한 노무현정부가 등록금 인상 억제 차원에서 사학법 개정을 추진했다는 문 후보의 언급이 있자 박 후보는 "갑자기 왜 사학법 개정 얘기가 나오느냐"고 따졌고, 문재인 후보는 “등록금 인상을 사학이 함부로 할 수 없게 만들자는 게 사학법 아니었냐? 이를 사학재단 측 입장을 두둔해 개정시킨 것이 당시 한나라당이 아니었냐”고 몰아 붙였다.

여기에 문재인 후보가 "박 후보가 영남대 이사 중 4명을 추천하지 않았느냐"고 몰아붙이자 박 후보는 "개인적으로 추천한 게 아니다. 추천 안하겠다고 했는데도 학교발전을 위해서 해달라고 해서 대한변협이나 의사협회에 좋은 분 추천해달라고 해서 추천했고, 영남대에 일체 관여 안했다"고 부인했다. 영남대에 관여는 하지 않았지만 영남대로부터 이사 추천을 의뢰받아 대한변협, 의사협회 등 추천을 받아 영남대에 추천했다는 말을 했다. 영남대에 일체(일절이 맞는 표현) 관여하지 않았지만 이사 추천권은 있었다는 ‘이상한 논리’였다.

이후 과학기술 발전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는 다시 한 번 대통령 운운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 문재인 후보가 "박정희 대통령이 해외에서 과학기술 인력을 유치했고 그런 기조가 참여정부까지 이어졌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성과를 다 까먹었다. 그때 박 후보는 뭘 하셨느냐"고 묻자, 박 후보는 "그래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것 아니냐? 오죽하면"이라고 답했다. ‘오죽하면 대통령 하겠냐는 식“으로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드러냈다.

더욱이 박근혜 후보가 “어거지로 말씀하시면...”, “성폭행범들이나 쓰는 방법으로”와 같이 다소 불편한 발언이 이어질 땐 많이 난감해 하던 시청자들이, “대통령이 됐으면...”, “그래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거 아니예요, 지금... 오죽했으면”이란 말까지 나오자 실망의 빛이 역력했다.

“미비未備하지만 대통령이 되면 다 이뤄진다는 말인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 김성수(안팎뉴스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