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 대해 우호적인 기사를 써온 ‘중앙일보’ 박 후보의 아킬레스건 가운데 하나인 정수장학회 문제를 거론하고 나서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앙일보>는 11일자 ‘정수장학회 문제, 박근혜가 적극 나서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수장학회 문제가 이번 대선을 계기로 국민 눈높이에서 해결돼야 한다”며 사실상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사퇴와 정수장학회 사회 환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 11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대선은 법으로도 어쩔 수 없어 미해결의 장으로 남아 있는 문제가 풀리는 공간”이라며 “박 후보는 ‘법적으로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형식논리에서 벗어나 팔을 걷어붙이고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 9일 국회 문방위 국정감사에서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의 발언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이며, 이날 민주통합당 유승희 의원은 신문을 경영하는 법인이 지상파 방송사 주식의 10% 이상을 소유할 수 없다는 방송법 규정을 근거로 부산일보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가 방송법 위반 사례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계철 위원장은 “정수장학회가 MBC의 지분 30%를 소유하는 건 현행 방송법상 위법이지만 방송법 개정이 12년 전에 이뤄졌으므로 50년 전에 설립된 정수장학회에 소급하긴 어렵다”며 정수장학회의 MBC 주식 소유가 불법임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를 두고 <중앙>은 이날 사설에서 “소급적용이 어렵다는 전제는 달았지만 정수장학회가 위법상태인 건 엄연하다”라며 “박근혜 후보와 최필립 이사장은 이런 문제제기를 계기로 정수장학회의 실체적인 문제를 털고 가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방송인 ‘부산문화방송’(왼쪽)과 고 김지태 씨

 

사설은 “정수장학회는 5·16쿠데타로 정권을 창탈한 박정희 대통령이 지금은 고인이 된 김지태씨를 부정축재자로 몰아 그의 소유였던 부일장학회를 강제 헌납받아 세운 재단”이라고 전제한 뒤 “2007년 이후 행정부와 사법부가 차례로 불법성을 확인함으로써 형성된 국민적 공감대는 정수장학회를 유족의 품에 돌려주기 어렵다면 최소한 박정희 대통령의 유족과 친지의 영향력이라도 제거하라”고 압박했다.

 

이어 <중앙>은 “최 이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 장학회에서 ‘박정희 그림자’ 혹은 ‘박근혜 정치색’을 완전히 빼는 토대를 닦아야 하고 장학회는 박정희의 정(正)자와 육영수의 수(修)자를 조합해 만든 ‘정수’라는 이름을 바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국민장학재단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일단 명칭부터라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앙>은 “박근혜 후보는 1995~2005년까지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았고, 후임으로 최필립 이사장을 사실상 지명했기에 장학회 문제를 풀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박근혜 후보가 문제의 핵심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편, <중앙>이 이날 사설에서 전례 없이 정수장학회 문제를 거론하고 나선 것은 최근 지지율 급하락과 추석민심 이반, 당내 갈등 등으로 인해 대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박근혜 후보를 위한 충정어린 조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앙>이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 하락의 근본 원인을정수장학회에 두고 그 하락의 핵심을 박근혜 후보에게 전달하는 형식을 빌린 것이라 이야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