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6일은 김대중 대통령의 99번째 생일이었다. 이날 아침 동작동 현충원의 김대중 대통령 묘소에는 두 아들과 비서진들을 포함하여, 정통민주당의 당직자들 그리고 수많은 지지자들이 헌화와 묵념을 통해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99번째 생신 선물보따리를 안겨드렸다.

그런데 그 선물들 속에는 치욕의 쓰레기더미 한 묶음이 섞여 있었다. 그 쓰레기를 던져 준 사람은 바로 김대중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라고 자처했던 박지원이었다.

박지원은 전 날인 5일 <오마이TV> ‘성경환이 묻고 박지원이 답하다’에 출연해 “김대중 대통령보다 이재명 대표가 훨씬 대단하다”고 평가를 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어떻게 해석을 했기에, 개인 비리로 검찰출두를 앞두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최초의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 보다 훨씬 대단하다고 평가를 할 수가 있을까? 그렇게도 비교할 사람이 없었을까? 그것도 하필이면 탄생 99주년 기념행사 바로 전 날을 택했을까? 이것은 박지원 만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계산된 행위였다.

만약 김대중 대통령이 살아계셨어도 이재명 대표가 훨씬 더 대단하다고 자신 있게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언감생심이다. 박지원은 김대중 대통령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마음대로 난도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박지원은 항상 자신의 가장 든든한 자산인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이란 명패를 최대한 활용하는 신의 한 수를 준비하는 철저함이 있었다. 이는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필요한 최고의 자산이자 그 누구도 뺏어갈 수 없는 강력한 무기로 생각하고 있었다.

박지원은 제21대 총선에서 참패를 하고 낭인이 되면서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국회의원은 선거에 떨어지면 사람도 아니다.”라는 자신의 평소 지론처럼 선거에서 떨어진 후 자신은 사람이 아니라 생각을 하고, 다시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원장 임명은 사람이 되기 위한 희망의 불씨였다. 국정원장이란 직책으로 사람의 뼈대는 구축을 했고, 나머지는 살만 붙이면 정치인 박지원으로 다시 환생을 할 수가 있기에, 준비한 신의 한 수인 김대중 때리기를 감행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의 마지막 정치적 욕망을 채울 수 있는 튼튼한 자리를 확보했다. 다시 말해서 이재명 대표가 총선 때까지 잘 버티기만 해 준다면, 다음 총선 공천은 이미 따 놓은 당상이기 때문이다.

박지원이 누구인가? 스스로가 말하기를 삼군에게 충성을 맹세한 유일한 사람이 아니이다. 비서실장을 시켜준 김대중 대통령과 국정원장을 시켜준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이 되자마자 언론을 통해 특유의 아부 메시지를 던진다. “불사이군(不事二君·두 임금을 섬기지 않음)이란 말이 있는데, 난 삼군을 하게 됐으니, 어쨌든 충성을 할 것이다.”라고 재빠르게 충성심을 보였다.

또한 미국에서 가발 장사를 할 때는 전두환 대통령에게 충성을 했으며, 민주당에 다시 복당을 시켜주고, 다음 총선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이재명 대표까지 포함시킨다면, 5군을 모시게 되는 세계 역사상으로도 찾을 수가 없는 유일한 존재가 아닐까 싶다.

이는 충성이란 뜻을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발 장사꾼의 천성을 그대로 보여 준 것이다. 사람의 천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타고난 천성이 변하려면 피가 바뀌어야 하고, 피가 바뀌려면 죽어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한 번 장사꾼은 영원한 장사꾼이지, 영원한 비서실장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박지원은 필요할 때만 꺼내든 김대중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의 명패를 더 이상 달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며, 지금 당장 동작동 김대중 대통령 묘비 앞에 반납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김대중 대통령을 팔아먹었던 여의도 매장도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이건 하늘나라에서 치욕의 쓰레기를 덮어 쓰며, 배신감에 홀로 괴로워하고 계실 김대중 대통령의 준엄한 명령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박지원은 비록 배신자라 욕을 먹더라도 만족한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하면서 태연하게 웃고 있었다. 6일 오후의 해명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가 잘 버티고 있으니 대단했다고 했을 뿐이다”라는 그 변명이 더 비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 어느 누구도 한 마디를 못하고 있다. 언론이나 방송을 통해 누군가는 비판의 한 마디를 던지리라 기대하며 지켜봤다. 그런데 조용했다. 이러니 박지원이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무섭겠는가? 모두가 내 손 안에 있다며, 장난질을 계속하는 것이다.

필자를 비롯해서 김대중 대통령의 가르침을 받은 비서들과 김대중 대통령의 덕으로 영광을 누렸던 모든 이들은 반성들을 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님의 가르침대로 정치권력 앞에서 침묵하는 것 보다는, 아닌 것을 아니라고 떳떳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먼 훗날 하늘나라에서 대통령님을 뵈었을 때 “자네들은 내가 세상을 떠난 후 나의 가르침에 따라 무엇을 하다 왔는가?”라고 물었을 때, 그나마 한 마디라도 대답을 할 수가 있을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