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상식에 의해 국가공무원을 선발해야할 인사혁신처가 행정편의주의적인 공무원선발을 하고 있다.

“기본서를 충실히 보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 “항상 기본서를 중심으로 문제를 냅니다. 학원에서 나온 책은 보지도 않고, 참고자료로 삼지도 않아요.”

국가직·지방직 공무원 시험 출제를 총괄하는 인사혁신처 A 전 과장이 한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한국일보 2021.02.11 04:30 28 「일년 중 160일 감금 생활하는 공무원」 변태섭 기자).

인사혁신처에서 말하는 기본서라는 것은 현재 교육과정을 반영하고 있는 교과서의 내용일 것이다. 이처럼 입으로는 ‘공무원 시험의 출제문제는 교과서 중심’이라 외치면서도 실제 성적평가에 있어서는 교과서를 외면하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4월 8일 실시된 2023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에서 한국사 과목의 13번 문항이 복수정답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답 가안 ‘④번’만을 최종 정답으로 결정하여 수많은 수험생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13번 문항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권하여’ 추진한 사실을 고르라”는 문제로서 예시된 문항 중 정답은 “①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추진하였다.”와 “④베트남 파병에 필요한 조건을 명시한 브라운 각서를 체결하였다.”이다

‘①번’의 ‘직선제 개헌’은 5·16 군사정변(1961년)후 ‘1962년 5차개헌’에 의해 시행되었는데 이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추진한 사항이고 ‘④번’의 ‘브라운 각서 체결’은 대통령에 당선되어 추진한 사실이다. 따라서 집권시기의 범위를 “어느 시기로 정할 것이냐”가 문제인 것이다.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하는 표준국어대사전 상 ‘집권’의 의미는 “권세나 정권을 잡음, 권력을 한 군데로 모음”의 뜻을 가지고 있다. 많은 교과서에는 “박정희는 군사정변으로 집권하였고,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추진하였다”라는 내용들이 명백히 기술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 판례는 물론이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나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 각종 논문, 역사전문가들의 자료에도 박정희의 집권을 5·16 군사정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인사혁신처의 의도대로 ‘④번’ 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려면 ‘대통령에 당선되어 추진함’이라고 표현했어야 옳다.

인사혁신처는 이의제기 기간에 이 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를 받고 “외부전문가들까지 위촉해 심도 있는 검토를 했다”면서 ④번이 정답이라고만 할 뿐, ①번이 왜 정답이 아니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가조직의 근간인 공무원을 발탁하는 행정부처의 행태로서 절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최근 각종 시험문제에서 킬러문항이 이슈화되어 대통령이하 정부에서는 이런 형태의 시험문제를 지양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과서 중심의 시험문제 출제를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재등용의 가장 핵심인 인사혁신처의 위와 같은 행태는 공교육정상화의 의지와는 다른 ‘사교육 고수’라는 길목에서 헤매고 있는 처사라고밖에 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

이제 수능이 100일이 채 남지 않은 시점이다. 정부의 발표만을 믿고 교과서 중심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심히 걱정이 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