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가 심각하다.

청년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으며 더욱 큰 문제는 비혼과 늦은 결혼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갈등이슈와 문제가 없는 나라는 없다지만 OECD 회원국 꼴찌 출산율과 1위 자살률이라는 통계만큼 나라의 생존과 흥망을 암울하게 하는 것이 있을까.

인구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시대가 됐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983년 인구대체수준인 2.1명을 밑돌기 시작해 2002년초 저출산기준인 1.3명의 벽을 돌파하고 올해 3분기에는 역대 최저치인 0.78명을 기록했다.

280조와 0.78, 극명히 대비되는 이 두 수치는 대한민국 저출산정책의 실패를 상징하는 숫자가 됐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2005년 저출산, 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한 이래 해마다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었으나, 정작 출산율은 잠시 반등하다 다시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출산율 하락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없이 빠른 속도로 초 저출산국가가 됐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 1위’(옥스포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 ‘집단 자살사회’(크리스틴 라 카르 드 ECB총재)라는 외부의 경고음이 울린 지도 오래다.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은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출산율이 서서히 감소했던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의 합계출산율 감소 속도는 빨라도 너무 빠르다.

조앤 윌리암스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가 한국의 낮은 합계출산율을 보고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반응한 것이 절대 과장이 아닐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즈의 로스 다우 댓 칼럼리스트는 최근 ‘한국은 소멸하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그는 “한국이 현재의 출산율을 유지한다면 흑사병이 강타했던 중세 유럽시기보다 더 큰 폭의 인구감소를 겪게 될 것”이라며 “한국은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인구감소문제에서 대표적인 연구대상”이라고 했다.

한국의 저출생문제를 역사상 최악의 감염병으로 꼽히는 ‘중세 흑사병’에 빗댄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교육, 국방, 노동, 의료 등 각종 시스템이 무너져 결국 나라가 붕괴한다는 것이다.

OECD는 “한국은 짧은 시간에 고도성장을 달성했으나 대도시 중소도시 간, 중소도시와 비도시 간 지역적 격차는 여전하다”며 이런 대도시 과밀화 현상이 고령화와 맞물려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적정 인구에 관한 사회적 논쟁에 명쾌한 해답은 없다.

그러나 높은 출산율이 오늘날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을 이루는 과정에 기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숱한 경제위기 속에서도 한국은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성장했으며 정부의 인적자원 투자에 힘입어 눈부신 산업발전을 일궜다.

우리보다 수백년 앞서 산업화를 이뤘던 선진국들과 오늘날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인구였다.

그러나 이제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물려줄 다음 세대가 없다. 정부는 그동안 저출산,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 관련 법령과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수많은 대책을 내놓고 수백조원의 재정을 쏟아 부었으나 별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제는 백약이 무효라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인구절벽은 정치, 경제, 사회, 복지, 국방안보,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인구감소가 대한민국 방위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걱정이다.

청년층의 인구감소는 병역을 이행할 수 있는 기용 군 병력자원의 축소를 초래해 군의 무기체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부 분석들은 2022년 국방개혁목표인 상시병력 50만 유지가 어렵다고 분석한다.

병력감축에 대비한 예비군의 정예화, 상시적 국방예산확보, 국방의 기술화, 첨단의 방안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으나 가중되는 외부의 안보위협과 지속적인 국방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사회,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예산투입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결국 인구절벽을 넘어 2030년에는 ‘인구지진’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모든 분야에서 파괴적 결과를 초래하는 인구절벽은 국가로서의 지속가능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니만큼 컨트롤 타워 역할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정부부처를 신설해 인구감소를 최대한 지연시키고 후폭풍을 최소화할 대책을 처음부터 다시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

결국 이른바 ‘언 발에 오줌’ 대책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류근찬

통일이답이다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