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총선의 해가 밝으면서 정치권의 신당 창당 움직임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여야 모두 전직 대표가 중심이 돼 창당을 공식화하면서 ‘제3지대’가 총선에 미칠 파급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해는 갑진년으로 ‘푸른 용’의 해다. 청룡은 동양신화에서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며, 힘차고 진취적인 성향의 상징이라고 한다. 사실 새해는 우리나라에 ‘힘차고 진취적’ 기운이 절실한 시기다.

지금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창당 기운이 힘 있고 진취적이기를 소망해본다.

특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연일 신당 창당 의지를 내비치면서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낙연 신당, 새로운 미래’가 제3지대 흥행 돌풍을 이끌 수 있을지 술렁이는 분위기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뒤 신당의 이름을 ‘새로운 미래’로 정했다.

전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바 있는 이준석 대표는 ‘개혁신당’이라는 이름의 신당을 창당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엔 이상민 의원도 탈당했고 10일에는 ‘원칙과 상식’ 소속의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의원이 동반 탈당했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 사퇴와 통합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그 때문에 민주당 분열의 책임은 이재명 대표에게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좋은 여당’만큼 ‘좋은 야당’도 중요하다.

성장의 보수와 분배의 진보가 번갈아 집권하면서 국가발전과 통합을 유지하는 게 더없이 중요해졌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30%대 초중반을 맴도는 데도 반사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지난 대선부터 시험문제가 ‘윤석열이냐? 이재명이냐? 둘 중 하나를 고르세요’ 였는데 지금도 그 시험문제가 그대로 유효하다. 이대로 오는 4월 총선에 가면 3년째 시험문제가 똑같아져 국민이 ‘답이 없다고 할 것’이지만 억지로라도 고르라고 할 수밖에. 제3의 답을 제시해야 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한 말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도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총선 때 신당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이번의 경우는 매우 특이하다.

거대 양당 당 대표를 지낸 인물들이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들 ‘전직 당 대표의 신당’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명지대 신율 교수는 얼마 전 모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고 강조했다.

①지역기반 유무, ②유력 대선 후보의 신당 가담 여부, ③신당 창당 주도 세력 가운데 두터운 팬덤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 존재하는가의 여부 등 이 3가지가 성공 조건이라는 것이다.

세 가지 조건 가운데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을 가지고 있어야 신당이 성공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기반 요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당위론적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다.

아직도 TK는 보수정당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광주‧호남 지역에서는 非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세가 매우 강하다.

이것은 아직도 한국 정치에서 지역 기반이 매우 중요함을 보여 준다.

세 가지 기준에 기반해 이낙연 신당과 이준석 신당 성공 여부를 겹쳐 보면 이렇다.

이낙연 신당은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유력 대선 후보였다. 아직도 그가 유력 대선후보인가 의구심을 제기하는 측이 있다.

특히 민주당 친명계에선 그의 대선 후보로서의 존재감에 심각한 이의를 제기한다. 민주당의 안민석 의원 같은 이는 “이낙연 전 대표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이라든지 기대감이 지금 많이 퇴색된 상태”라고 했다. 지금 민주당 내에서의 이낙연 전 대표입지를 보면, 안의원의 말이 크게 틀리지 않는 말이다.

현재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으로 완전 탈바꿈했다. 이런 민주당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 위상을 드러내기는 힘든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울타리를 벗어나 야권 전체를 놓고 보면,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이 퇴색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또한,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내 비이재명 의원 상당수가 친문 인사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 때문에 잔뜩 움츠리고 있는 文파가, 시기가 오면 다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 즉, 이낙연 대표를 비롯한 비명계 의원들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 이들 강성 친문 세력이 다시 목소리를 내며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

이때 강성 친문 지지자들은 이낙연 전 대표 신당의 강력한 지지층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한다면 팬덤도 갖게 되는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팬덤은 있지만 그가 유력 대선후보로 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역 기반도 불투명하다. 여기서 지역기반과 관련한 여론 조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 8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 조사를 보면 대구‧경북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66%, 무당층은 24%인 반면에, 광주‧전라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51%, 무당층은 3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분석하면, TK 지역 유권자들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양새인 반면에 광주‧전라 지역 유권자의 민주당 지지세는 흔들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최소 60% 이상은 나와야 정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두 지역 무당층 비율을 비교해보면 9% 포인트 차이가 나는데 이것 역시 광주‧호남 지역 민심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낙연 전 대표 등은 ‘제3지대 빅텐트’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명분은 좋으나 정치 경륜이나 이념이 서로 다른 정치인들이 제3지대에 모여 한솥밥을 먹겠다는 것인데 매우 험난한 길로 보인다.

반명을 넘어선 비전과 정책으로 차별화하는 게 급선무다. 정치 혐오증을 폭증시킨 구태에서 벗어나 품격과 실력을 겸비한 국정 견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과 그런 식의 경쟁을 하면 야권을 넘어 한국 정치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한편, 탈당 발표 30분 전 잔류를 선택한 윤영찬 의원의 사례는 대의보다 오직 공천만 노리는 그다지 좋지 않은 정치라는 평가가 있다.

이번 총선을 또다시 선악 구도로 만들어 ‘윤석열 대통령이 나쁘냐’ ‘이재명 대표가 더 나쁘냐’로 몰아가려는 세력이 있다면 멱살잡이를 해서라도 저출산과 인구절벽 문제라든지 안보상황 같은 국민의 삶과 관계있는 공론의 장으로 끌고 와야 한다.

총선이라는 정치 일정이 있다 해도 필요한 얘기는 용감하게 해야 한다.

류근찬

통일이답이다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