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북한의 대남 군사도발 위협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정치권을 북한에 호의적인 ‘평화세력’과 비우호적인 ‘전쟁 세력’으로 갈라 치기하면서 우리 유권자에게 전쟁의 공포와 평화의 환상을 심으려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수십년 계속돼온 대남 정치공작의 일환이다.

그러나 상투적인 선거개입에 대한 북한의 공작은 과장된 무모성으로 어느 때보다도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의연하지 못한 태도는 정부쪽에도 존재하는 게 틀림없어 보인다.

며칠 전 외교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해 업무보고에서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외교전략정보본부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외교전략본부 체제에서는 북핵협상을 전담했던 한반도본부의 업무가 한반도정책국으로 축소되고, 그 외에 외교전략과 외교정보, 국제안보, 사이버 담당 조직이 추가된다.

이에 따라 2006년 설립된 이래 북한 비핵화협상을 전담했던 한반도본부는 18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이번 개편에 따라 기존 2국 4과의 한반도본부가 맡던 북핵 업무는 1개 한반도정책으로 축소되고 평화체제 구상을 다루던 부서도 북한 인권과 탈북민 지원 업무로 전환될 것이라고 한다.

아울러 새 전략정보본부는 북한의 사이버 범죄 대응 등 국제적 대북 압박활동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이런 변화는 지난해 대규모 인력 감축과 함께 남북교류 협력을 총괄하는 4개 조직을 통폐합한 통일부의 조직개편과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통일부 조직에선

이미 ‘회담’ ‘교류’라는 단어가 사라졌고, 이제 외교부에서도 ‘평화’ ‘교섭’이 사라지게 됐다.

북한이 올해 초 대남 적대국선언 이후 관련기구를 일제히 정리한 터에 당연한 대응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단어들이 상징하던 부처 본연의 임무까지 버리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이미 통일부는 ‘대북 심리전부’가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북한만 바라보며 변화를 기대해선 안 되지만 그런 노력을 게을리 하다 찾아온 기회를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더욱이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지금은 어느 때보다 유연한 외교가 필요한 때이다.

북한의 태도 변화는 과거 동서독 분단시기의 동독이 취한 입장과 매우 유사하다.

쉬운 표현으로 설명하자면 김정은은 지금 독일통일 전의 동독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독은 1972년 체결한 ‘동서독 기본 조약’을 항구적인 분단조약으로 해석하고, 1974년 헌법개정을 통해 통일 조항을 삭제했다.

독일인이 ‘사회주의 민족’과 ‘자본주의 민족’으로 분리됐다고 선언하는 등 서독과 구별된 독자적인 국가 지위를 주장했다.

이에 반해 당시 서독은 동서독 기본조약체결 이후에도 동독을 국제법상 국가로 승인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서독 연방헌법재판소는 비록 동서독 기본 조약 제6조에서 내정 불간섭을 규정하고 있으나, 서독 기본법에 따라 동독 주민에 대한 서독의 헌법상 보호의무는 지속한다고 해석했다.

이처럼 서독의 확고한 입장이 독일통일을 앞당기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동독이 ‘두 국가 두 민족’ 이른바 ‘TWO GERMANY’를 주장하라면서 서독을 향해 인정하라고 강요했으나 서독은 끝내 거부했다.

북의 대남정책변화는 한국에 도전이자 기회다. 북한의 정책변화는 북한 주민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국가관계 전환논의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남북관계를 국가관계로 전환하는 것은 북한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체제로 변한 경우에 논의하면 될 문제다.

류근찬

통일이답이다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