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10여 일 앞두고 여야의 선심성 공약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공약이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알 수 없는 내용들로 채워졌지만, 법 제도가 미비해 공약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을 문제 삼을 방법조차 없는 상황이다.

학계에선 네덜란드와 호주처럼 공약의 재정 추계를 의무화하고,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유권자에게 알리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신설과 철도 지하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등 각각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공약들을 공통으로 내놨다.

민주당은 8개 정책에 최소 52조 원이 든다면서도 개별 정책비용은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10대 정책 추진비용을 명시하지 않았다. 여기에 빠져있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31일 부모의 보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민생공약을 발표했는데 대표적인 공약은 내년 5세부터 무상보육을 실시하고 3~4세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현재 어린이집이나 공립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유아의 경우 학부모의 부담이 거의 없지만, 사립유치원은 시도별로 많게는 월 20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 추가 부담을 대폭 덜어 드리겠다고 밝혔다.

재원 마련과 관련해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정부 여당이기 때문에 정부 측과 긴밀히 소통하고 그 재원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계획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만 말했다.

구체적인 재원 조달방법과 액수 등을 밝지 않았다.

또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지원의 재원 계획도 불확실하다.

여야는 국가 재정 운용 계획에 따른 예산 증가분과 지출 구조조정으로 예산을 확보해 공약을 실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몇 년 새 세금이 정부의 예상보다 수십조 원씩 덜 걷히고 있어서 경제성장과 물가상승에 따라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세수를 사용해 공약실현을 위한 재정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공수표 공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전체 예산 가운데 의무지출 비중이 절반을 넘은 상황에서 다른 예산을 줄여 수십조 원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허술한 정책 공약은 대선이나 지방선거보다 총선 때 심각하다, 총선 때 이렇게 공수표라고 치부해도 될 공약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것은 법의 허점이 원인이다.

공직선거법 60조의 3에 따르면 대통령과 광역 자치단체장 예비후보는 홍보물의 과반에 공약 이행의 절차와 기한, 재원 조달 방안을 필수적으로 담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어기면 제255조 2항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돼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후보자는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재원 조달 방안 등을 홍보물, 공약집에 담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

20대 국회 때 총선 공약 비용추계 기구 신설, 정강의 주요 공약 발표 후 30일 내 비용추계 의무 발표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을 선관위가 제안했으나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폐기됐다.

이미 여야총선 공약의 비용은 추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불어났다. 별도로 윤 석 열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24차례 진행한 민생 토론회에서 내놓은 정책의 비용도 환산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총선 때만 반짝 등장했다 사라지는 이른바 ‘한 철 장사’ 공약을 근절하기 위해 선관위는 이번 총선에서 정당뿐만 아니라 지역구 후보자들의 공약도 온라인으로 공개한다.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공약 이슈 트리로 정당과 후보자, 유권자의 지역별 정책 이슈도 분석해서 안내한다.

따라서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총선 시 정당과 후보자의 공약과 관련해 그 비용, 재정 추계를 명시하도록 의무화하는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른바 ‘공수표 공약’ 남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류근찬

통일이답이다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