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출범한 ‘전문가 패널’이 이달 말로 임무가 끝난다.

이 패널의 역할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위원회를 지원하고 북한의 제재 위반 실태를 조사하고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안보리에서 활동 기간을 1년식 연장해왔는데, 최근 표결에서 15개 이사국 가운데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부결됐다.

중국은 기권했으나 활동 기간 연장은 무산됐다. 이로써 15년 만에 그 활동이 끝나게 됐다. 유엔의 북핵 제재에 분명 이상기류가 감도는 상황이다.

북한 김정은이 이런 상황에 기고만장하고 있는 것인가. 북한 김정은이 한국의 총선을 8일 앞둔 지난 2일 오전 동해상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 한 발을 발사했는데 1월에 발사한 IRBM 발사와 비슷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가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 지난달 18일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15일 만의 도발이다.

한미일 3국은 이날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연합 공중훈련을 실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를 향한 경고 성격으로도 해석된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600여 Km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떨어졌다.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보면 비행거리가 짧은 편인데 아마도 러시아 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피하려 일부러 사거리를 조절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부 제원은 군 당국이 분석 중이지만, 고체연료를 장착한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 패널의 종료 사태는 신냉전 시대의 전개와 북한 핵 능력의 고도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10여 년 전과 달리 지금은 미‧중‧러 대결이 심해지고 6자회담은 실종됐으며 북핵 문제는 강대국들의 대리전으로 변질됐다.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면서 중러가 한미를 비판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북한이 제재 결의를 위반하며 서로를 돕는 지경이다.

전문가 패널의 종료로 제재 자체가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 북핵에 반대하는 국가를 중심으로 제재를 유지하며 북한의 위반행위 감시는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러‧중 두 큰손이 빠짐으로써 촘촘해야 할 제재망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은 부인하기가 어렵다.

미국과 일본에서 들려오는 소식도 제재가 더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낸다.

미 행정부는 이른바 ‘중간단계’라는 애드벌룬을 띄우며 북한이 핵 개발을 일정 수준에서 멈추면 제재를 해제하는 타협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후보 측의 고위관계자 역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동결하고 미국은 제재를 해제하는 타협이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오는 11월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차기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핵 동결과 제재 해제를 맞바꾸게 될 게 거의 확실해 보인다.

게다가 일본 기시다 내각은 북한 김정은이 북일 정상회담을 단호하게 거절하는데도 양국 관계 개선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저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지율 하락에 고심하는 기시다 총리의 약점을 꿰뚫은 북한이 협상의 주도권을 쥔 형국이다.

김정은은 이번에는 한국을 묶어놓고 일본을 디딤돌로 삼아 백악관으로 직행하겠다는 계산인 것 같다.

제재가 분명 북한에 고통을 줄 수는 있지만, 인도와 파키스탄이 보여주듯 이미 가진 핵을 포기시키지는 못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제는 비핵화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버리고 확고한 방어체제를 갖춰야 할 때다.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해 중국 덩샤오핑이 추진했던 ‘흑묘백묘’ 정책처럼 안보자강을 위해 최대한의 상상력을 발휘해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는 각오로 국가안보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류근찬

통일이답이다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